색소폰 연주자 리 코니츠가 지난 4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만 92세의 나이였다. 나는 몇 해 전부터 그의 사망이 언젠가는 올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새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반가움 속에 이것이 마지막일까? 불안해 하곤 했다.
그래도 이런 사망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사망이라니! 적어도 그라면 이리 황망한 죽음이 아닌 조금은 더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92년을 살며 75년을 전문 연주자로 색소폰을 연주했던 백전노장이니 말이다.
이리 말하면 내가 그를 매우 좋아했고 그래서 그의 모든 앨범을 일일이 따라 들으며 그의 건강을 기원했던 것으로 보일 수 있겠다. 사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그의 연주와 음악에 주목한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전 앨범을 다 듣지 못했으며-사실 너무 많다-들었던 모든 앨범에 만족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사망에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의 단독자로서의 기질 때문이다. 그는 보통 쿨 재즈로 시작해 포스트 밥, 아방가르드 재즈를 아우른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틀린 분류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보통의 부드럽고 온화한 쿨 재즈와는 다른 조금은 더 긴장감 있는 쿨 재즈를 했었으며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전방위로 나아가는 재즈를 추구했다. 당연히 나이가 들었다고 과거의 명성에 의지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그는 어느 한 스타일로 분리되기 보다는 리 코니츠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분류되는 것이 더 적합했다.
단독자의 기질은 말년으로 갈수록 더 확연했다. 내가 그의 후기 앨범에 더 마음이 갔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사망을 접하자 1994년 트럼펫과 플뤼겔혼을 연주하는 프란츠 코글만과 함께 녹음한 앨범<We Thought About Duke>에 담긴 “Lament for Javanette”가 생각났다.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듀크 엘링턴, 빌리 스트레이혼, 바니 비가드가 함께 쓴 곡이다.
이 곡을 리 코니츠와 프란츠 코글만은 모노 블루라 명명한 기타-베이스-트럼펫(플뤼겔혼)-색소폰(클라리넷)으로 이루어진 쿼텟 편성으로 연주했다. 어두운 침묵으로 가득한 지하 공간을 연상시키는, 누아르 영화 같은 연주였다. 이 곡을 처음 들을 때 나는 여백을 메우는 긴장에서 장례식을 떠올렸었다.
다시 한번 이 곡을 들으며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