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피아노 연주자 압둘라 이브라힘은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하나는 그룹 앨범 <The Balance>였고 다른 하나는 피아노 솔로연주를 담은 이 앨범 <Dream Time>이었다. 이 두 장의 앨범은 노장 연주자의 음악을 다시금 종합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중 이 앨범은 2019년 3월 17일-공교롭게도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오늘로부터 딱 1년 전이다-독일의 알프스 산맥 근처 키엠가우 지역의 쇨른후펜에 위치한 히르징어 호텔 공연장에서 가졌던 솔로 콘서트를 담고 있다.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연주 간간히 들리는 기침 소리, 제일 마지막의 박수소리를 제외하면 시종일관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것처럼 들린다. 녹음이 잘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 70분간 모든 곡을 이어서 연주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이유로 곡들을 이어서 연주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Blue Bolero”를 네 번이나 연주한 것으로 보아 커다란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 연주가 느슨하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들리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Blue Bolero”가 필요할 때마다 매개역할로 연주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이 공연에서 “Blue Bolero”외에 16곡을 연주했는데 “Nisa”, “Blues For A Hip King”, “Dedication To Duke Ellington”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주한 “Blue Bolero”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주시간이 짧다. “Machopi”같은 곡은 10초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피아노 연주자가 적어도 앞 뒤의 흐름을 생각하며 연주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연주 중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 가슴 뭉클했다고 해도 쉽게 박수를 치지 못했을 것이다. 왼손으로 차분하게 공간을 만들고 오른 손으로 느긋하게 영롱한 멜로디를 이어가는 그의 연주는 확실히 어느 특정 순간보다는 전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길 것을 유도한다. 그 흐름 속에서 존 콜트레인, 듀크 엘링턴, 델로니어스 몽크, 인상주의 클래식 그리고 남아프리카를 상상하게 한다.
그렇다고 각 곡들의 연주가 전체 연주 속에서 독립성을 잃었다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곡들은 그 자체의 매력을 지녔다. 게다가 이미 여러 앨범에서 연주했던 곡들이기에 절로 비교하게 한다. 당장 “The Balance”, “Nisa”, “Dream Time” 같은 곡만 해도 같은 해 발매된 <The Balance>에서 연주되었다.
나아가 이들 곡들은 공연 당시 만 84세였던 노장 피아노 연주자의 삶, 그러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 출신으로 인종차별정책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던 삶을 생각해보게 한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 속에서 만든 곡을 이토록 사색적으로 연주한 것은 그만큼 그가 삶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꿈 같은 분위기는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공연이 열린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날은 일요일 오후였다. 아마도 이 공연을 본 350여명의 관객은 그날 꿈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Dream Time!
정말 좋은 앨범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