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Rising Grace>, 2018년의 <Where The River Goes>를 통해 기타 연주자 볼프강 무스피엘은 실내악적인 울림이 강한, 작곡과 편곡을 통해 사운드의 질감을 시적으로 정립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정서적 만족을 주는 앨범들이었다. 반면 이들 앨범은 트럼펫과 피아노가 부상하면서 기타 연주자 볼프강 무스피엘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던 것일까? 이번 ECM에서의 네 번째 앨범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타 연주자는 그의 ECM 앨범 모두에서 함께 한 드럼 연주자 브라이언 블레이드,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스캇 콜리와 트리오를 이루었다. 2014년 ECM에서 단독 리더로 처음 선보였던 앨범 <Driftwood>의 편성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참고로 기타 연주자의 첫 ECM 앨범은 두 기타 연주자 랄프 타우너,. 슬라바 그리고리얀과 함께 했던 <travel Guide>였다.”)
확실히 가장 기본적인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한만큼 볼프강 무스피엘의 연주자로서의 면모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드러난다. 비밥 스타일의 “Ride”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그와 트리오의 멤버들은 정서적 환기, 2차적 심상을 생각하기 전에 연주 자체에 감상을 집중하게 만든다. 짧은 테마에 이어 질주하는 기타 솔로부터 그 질주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일종의 보호대를 만들어 주는 드럼 그리고 등장과 퇴장으로 사운드의 질감을 변화하는 베이스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Kanon In 6/8”도 그렇다. 클래식의 음악 형식에 바탕을 둔, 스스로를 모방하며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는 기타 솔로와 이에 대응하는 베이스와 드럼이 보여주는 높은 자유도는 트리오 연주의 매력을 십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어울림은 앨범 타이틀 곡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 곡은 트리오의 호흡 자체를 주제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연주자 개개인의 실력 외에 서로에 대한 이해에 깊은 신뢰가 작용했기에 가능한 연주다. 두 곡의 스탠더드 곡 “Everything I Love”, “I’ll Remember April”의 신선한 해석도 세 연주자의 합을 넘어선 트리오 자체의 생명력에 기인한다. 반면 스탠더드 곡을 연주한만큼 질감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즈의 전통적인 맛이 더 강하다.
한편 “Solo Kanon In 5/4”에서는 혼자서 즉흥 연주를 펼쳤다. 딜레이를 솜씨 좋게 활용해 모방적 반복을 쌓으며 진행하는 카논의 형식적 특성을 살린 연주가 혼자서 한 연주임을 깨닫게 하면서도 밴드 연주 같은 느낌을 준다.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고 해서 정서적인 부분을 아예 무시하지는 않았다.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Hüttengriffe”의 아련한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절로 돌아가고픈 과거를 그리게 한다. “Wondering”에 담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진행의 느낌 또한 감상자의 상상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이 곡들은 편성의 차이, 전반적인 중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내악적 분위기의 이전 두 앨범과의 관련성을 잊지 않게 해준다. 따라서 이전 앨범들과의 동일성과 차이를 생각하며 듣는다면 감상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