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Best Jazz Albums 30

드디어 2019년 나를 사로잡은 재즈 앨범 30장을 소개한다. (한국 재즈는 따로 정리했다.) 2019년에도 나는 많은 앨범을 들었다. 하지만 미련하게 앨범의 모든 곡을 다 들으려 하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과감히 건너 뛰었다. 대신 마음에 드는 앨범을 한번이라도 더 들으려 했다. 그것이 내 개인적인 감상 생활을 즐겁게 하고 올 해의 앨범 선정을 더 편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때보다 내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특히 2019년 나는 평소보다 전통적인 연주에 마음을 주었다. 시대에 따라 마음이 변했다고 할까? 2019년 내 삶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30장은 어느 때보다 개인적인 선택으로 봐주길 바란다. 사실 2019년에도 보다 공정한 선정을 위해 폭 넓게 들으려 했다. 그러나 들을수록 모든 선택에서 나를 제외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보다 주관적이기로 했다. 연주자들이 갈수록 개인적이 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2019년은 다른 해에 비해 인상적인 앨범의 수가 적었다. 그래서 선택이 오히려 쉬웠다. 대신 30장 안에서 순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몇장을 제외하고는 다 비슷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개인적인 선택을 우선하지 않았나 싶다. 재즈 스페이스나 잡지에 리뷰하면서 주었던 평점과 순위 배열이 일치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Cinematic – Kyle Eastwood (Discograph)

2019년의 앨범으로 베이스 연주자 카일 이스트우드의 앨범을 선택했다. 재즈 애호가인 영화 배우겸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이기 때문인지 그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연주 속에 영화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번 앨범은 그 결정체였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아버지의 영화를 비롯한 여러 영화의 주제 곡들을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성을 담아 새로이 연주했다. 그리고 그 안에 영화적인 맛을 담아 들으며 보는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적절한 깊이와 감각적 달콤함을 담은 앨범이었다.

3 Nights In L.A. – George Garzone, Peter Erskine, Alan Pasqua, Darek Oles (Fuzzy Music)

색소폰 연주자 조지 가존을 중심으로 실력파 연주자들로 구성된 쿼텟이 지난 해 1월 LA의 재즈클럽 샘 퍼스트에서 가진 3일의 공연을 정리한 앨범이다. 연주 자체는 매우 전통적이다. 그런데 그 전통적인 연주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널리 알려진 재료로 익숙한 요리를 한 것임에도 맛이 좋았다. 결국 그것은 연주자들의 손맛 때문이었다. 탄탄한 호흡과 과하지 않은 솔로 연주가 듣는 내내 기분을 즐겁게 했다.

Trilogy 2 – Chick Corea (Concord)

2014년에 이어 다시 한번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와 트리오를 이루어 녹음한 칙 코리아의 이번 앨범은 키스 자렛 트리오가 활동을 멈춘 현재 최고의 트리오라 생각해도 좋을 만큼 극강의 연주로 귀를 황홀하게 했다. 순수하게 음악적 가능성, 그러니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선택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음들을 직관적으로 선택하는 것에만 집중한 연주였음에도 그것이 주는 극적인 맛은 매우 짜릿했다. 듣는 내내 감탄을 거듭하게 했던 앨범이었다.

Devotion – Dave Douglas (Green Leaf)

피아노 연주자 유리 케인, 드럼 연주자 앤드류 시릴과 함께 트리오를 이루어 녹음한 트럼펫 연주자 데이브 더글라스의 이번 앨범은 그가 최근 10년간 선보였던 앨범 중 최고라 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작곡가나 연주가를 주제로 곡을 쓰고 연주했다. 하지만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은 그의 연주였다. 정서적 유쾌함을 바탕으로 그 안에 냉랭한 서정을 담은 연주는 약 20년 전 내가 그의 연주에 빠졌을 때를 회상하게 했다. 첫 사랑의 연주 같았다.

Leap Of Faith – Eric Alexander (Giant Step Arts)

색소폰 연주자 에릭 알렉산더 하면 전통의 수호자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앨범만큼은 달랐다. 한층 진일보한 포스트 밥 혹은 프리 재즈 스타일의 연주를 펼쳤는데 그것이 매우 설득력 있었다. 제작자의 입김이 아니었다면 이런 앨범을 여러 장 낼 수 있었겠다 싶을 정도로 이번 앨범의 피아노 없는 트리오 연주는 시원하고 짜릿했다. 어쩌면 그가 이 앨범 또한 그의 전통적인 취향이 조금 더 시간대를 확장해 프리 재즈 시대로 내려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좋았다.

Come What May – Joshua Redman Quartet (Nonesuch)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의 이번 앨범은 최근의 다양한 시도를 마치고 18년 전의 쿼텟 멤버로 앨범을 녹음했다는 것에서 흥미를 자극했다. 오랜 지우와 함께 한 앨범답게 연주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18년 전 쿼텟의 연주가 워낙 매혹적이었고 그것이 이번 앨범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기에 덜 새롭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맛 좋은 음식은 언제나 맛이 좋다.

When Will The Blues Leaves – Paul Bley, Gary Peacock, Paul Motian (ECM)

폴 블레이(피아노), 개리 피콕(베이스), 폴 모션(드럼)으로 구성된 트리오의 이번 앨범은 20년 전의 공연 녹음을 담고 있다. 그런데 왜 맨프레드 아이허가 이 녹음을 묵혔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연주와 음악 모두 훌륭했다. 세 연주자는 높은 온도의 연주로 이들의 보합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것은 순간에 의지한 공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Infinity – Tom Harrell (High Note)

색소폰 연주자 톰 하렐은 2019년 인상적인 앨범 두 장을 선보였다. 하나는 에단 아이버슨과 함께 했던 라이브 앨범 <Common Practice>였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앨범이었다. 나는 이 앨범이 더 마음에 들었다. 서로 잘 아는 연주자들과 새로이 밴드를 결성한 이 앨범에서 그는 연주자들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그 자유가 곡 안에서 머물게 하는 강한 인력(引力)을 지닌 작, 편곡 솜씨를 발휘했다. 그것이 짜릿한 퀸텟 연주로 이어져 앨범 타이틀처럼 무한, 그것도 매우 안정적인 무한을 꿈꾸게 했다.

Infusion – Jazzchor Freiburg (Jazzhaus)

20여명의 남녀 보컬로 이루어진 재즈코어 프라이부르그의 이번 앨범은 여러 보컬의 절묘한 어울림만이 매력이 아니었다. 허비 행콕, 웨더 리포트, E.S.T, 비요크, 팻 메시니 등의 명곡을 아름다운 보컬과 원곡을 반영한 탄탄한 편곡과 연주로 구현한 전체 사운드가 매력이었다. 특히 팻 메시니 그룹의 대표곡 “Are You Going With Me”와 “Last Train Home”은 원곡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정서적 울림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Nebula – Doppler Trio (Fattoria Musica)

매년 인상적인 피아노 트리오가 하나 둘 정도는 나오곤 했는데 2019년은 도플러 트리오였다. 베이스 연주자 플로리스 얀 반 덴 베르그를 주축으로 피아노 연주자 다니엘 반 데어 두임, 드럼 연주자 헨드릭 아이슬러로 이루어진 이 젊은 트리오는 E.S.T가 어쿠스틱 사운드로 극적인 효과를 연출했던 초기 음악에 기원을 둔 듯한 연주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도플러 효과를 연상시키는 복잡 정교한 연주로 아류가 아닌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

Painting Music – Carsten Dahl Trinity (ACT)

덴마크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카스텐 달의 이번 앨범은 트리오 편성이면서도 피아노 자체에 감상을 집중하게 했다. 그만큼 강력한 솔로가 인상적이었다. 한편 그런 중에 키스 자렛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글쎄.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 연상이 모방을 통한 것이 아니라 정서적 감동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좋았다. 사실 2019년 ACT 레이블의 앨범은 평이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발군이었다.

Improse Extended – Thierry Eliez (Dood)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티에리 엘리즈의 이번 트리오 앨범은 흔히 유럽적이다 하는 시적인 정서에 미국적이다 하는 스윙감을 결합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한동안 피아노 연주자가 디 디 브리지 워터의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했던 경험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나 또한 그를 디 디 브리지워터의 앨범에서 인상을 받아 그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솔로 활동에서는 이러한 면을 잘 드러내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 그러나 그 갈증을 이번의 뛰어난 트리오 연주가 해갈해주었다.

The Transitory Poems – Vijay Iyer & Craig Taborn (ECM)

두 피아노 연주자 비제이 아이어와 크래이그 테이번이 함께 연주했다고 해서 나는 월드컵 결승전 같은 강대 강의 강렬한 대비를 기대했다. 그러나 맨프레드 아이허의 취향 때문일까?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연주는 부드러웠다. 견고하게 구축된 두 세계가 부딪혀 큰 파열음을 내는 대신 서로 스치고 중첩되어 새로운 모습의 세계를 만들어 낸 듯한 인상을 주었다. 사실 두 연주자의 스타일이 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어울림이 잔잔한 파동의 중첩-그래서 침묵으로 귀결되는-이었다는 것은 매우 의외였고 그래서 신선했다.

Esbjörn Svensson Trio – Live in Gothenburg (ACT)

그동안 나는 에스뵤른 스벤슨 사후에 발매된 트리오 라이브 앨범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E.S.T의 음악이 매우 뛰었다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지만 여러 라이브 앨범들은 이상하게도 어딘가 아쉬움을 주곤 했다. 트리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그랬을까? 그러나 이번 라이브 앨범은 달랐다. 그것은 트리오의 초기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 색다른 질감보다 트리오의 어울림 자체에 집중한 연주가 새삼 트리오의 위대함을 일깨웠다.

Screen Play – Tierney Sutton Band (BFM Jazz)

여성 보컬 티에르니 수튼은 늘 보컬로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밴드로서 전체 사운드를 강조하는데 그러면서도 그녀의 탁월한 보컬은 늘 빛을 발한다. 여러 시대의 영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한 이번 앨범도 그랬다. 널리 알려진 곡을 (원래의 정서를 변형시키지 않는 선에서의) 색다른 편곡을 바탕으로 노래했는데 모두 보컬 재즈의 매력과 트리오 연주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보게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녀의 앨범이 너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Circuits – Chris Potter (Edition)

약 5년간의 ECM 시절을 마감하고 영국의 에디션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색소폰 연주자 크리스 포터의 이번 앨범은 ECM에서의 정적인 사운드와 다른 전기 충전된 역동적인 사운드가 매력이었다. 그와 동시에 약 20년 전 <Gratitude>(2001), <Traveling Mercies>(2002) 시절을 생각하게 했다. 그렇다고 진부하지는 않았다. 매 순간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처럼 과감하게 전개되는 솔로 연주, 앨범 타이틀처럼 복잡하지만 한 치의 오차 없는 전기 회로 같은 그룹의 호흡은 전율적이었다.

Ivresse – Trio Viret (Mélisse)

나는 프랑스의 베이스 연주자 장 필립 비레의 트리오 활동이 조금은 더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5년만의 이번 트리오 앨범은 이를 더욱 강화시켰다. 피아노 연주자 에두아르 페를레, 드럼 연주자 파트리스 모로와 다시 함께 한 이번 트리오는 프랑스적인 달착지근함 감수성과 트리오의 정교한 어울림, 그럼에도 베이스 연주자가 이끄는 트리오임을 확인시켜주는 잘 필립 비레의 솔로로 다시 한번 귀를 즐겁게 했다. 어느덧 베이스 연주자도 60대에 접어들었는데 조금 더 이 트리오로 앨범을 많이 녹음하기를 바란다.

The Balance – Abdullah Ibrahim (Gearbox)

피아노 연주자 압둘라 이브라힘은 이번 앨범에서 무작정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과거의 자신에서 현재의 자양분을 얻어 만든 음악을 선보였다. 어찌 보면 반복적이라 진부하다 싶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새로운 느낌, 앙상블의 정교함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그만큼 그의 음악이 다양한 잠재성을 지녔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지난 시대의 것을 다시 꺼낸다는 것은 노장 연주자의 자기 회고와는 상관 없는 것이었다.

Munich 2016 – Keith Jarrett (ECM)

키스 자렛의 연주는 거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진부함은 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다. 2016년 뮌헨 공연을 담은 이번 솔로 앨범도 그랬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솔로 연주와 스탠더드 곡이 중심이 된 앙코르 연주 모두 여전히 새로웠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이전 솔로 앨범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다만 음악 외적인 부분이지만 이전에 비해 그가 새로운 보석을 찾기 위해 더 많은 힘을 들인다는 느낌이 다소 안타깝고 불편했다.

Live From Newport Jazz – James Carter Organ Trio (Blue Note)

색소폰 연주자 제임스 카터의 이번 블루 노트에서의 첫 앨범은 8년만의 새 앨범이었기에 반가웠다. 2018 뉴 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된 음악은 더 특별했다. 하몬드 오르간, 드럼이 함께 한 트리오 편성에서 60년대의 끈끈한 소울 재즈 시대를 그리게 하더니 연주한 곡과 솔로 곳곳에서는 장고 라인하르트의 집시 재즈를 연주한 것이다. 2000년도 앨범 <Chasin’ The Gypsy>에서 보였던 집시 재즈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색다르게 다시 드러낼 줄 누가 알았을까? 게다가 시종일관 끓어오르는 연주와 넘치는 흥겨움은 절로 몸을 흔들게 했다.

The Gleaners – Larry Grenadier (ECM)

베이스 연주자 래리 그르나디에의 이번 앨범은 의외였다. 그가 ECM 레이블에서 앨범을 녹음했다는 것, 게다가 그것이 온전한 솔로 베이스 앨범이었다는 것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밀레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에서 영감을 얻어 쓴 곡들로 채운 앨범은 그 의외성을 만족으로 바꾸었다. 피치카토와 아르코를 오버더빙을 통해 겹친 연주는 평소 보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발견하게 했다. 그것은 마치 여러 방으로 이루어진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랜 시간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여 가꾼 집 말이다.

Joys and Solitudes – Yonathan Avishai (ECM)

ECM 레이블의 트리오 앨범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매력을 지녔다. 그래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동시에 비슷하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그런 중 요나탄 아비샤이의 이번 통산 두 번째 트리오 앨범은 개성의 차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듀크 엘링턴의 “Mood Indigo”를 원곡보다 더 나른하고 시적으로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트리오는 여러 스타일을 버무린 연주로 앨범 타이틀처럼 행복과 고독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한편 지난 해 그는 가족 같은 오랜 동료 아비샤이 코헨과 듀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좋았다.

Nothing But Trouble – Marcin Pater Trio (Emme)

비브라폰 연주자 마르신 패터를 중심으로 마테우 세프첵(베이스)과 토마추 마한스키(드럼)로 이루어진 폴란드 트리오의 이번 앨범은 도플러 트리오와 함께 2019년의 발견이었다. 앨범에서 트리오는 밀트 잭슨, 리오넬 햄튼은 물론 게리 버튼과도 다른 비브라폰 솔로를 중심으로 록적인 질감의 강박적 리듬, 보다 자유로운 베이스의 움직임으로 현대적이고 현재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젊은 연주자들이기에 가능한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The Summer I Was Ten – Tomas Sauter & Daniel Schläppi (Catwalk)

과거였으면 기타 연주자 토마스 사우터와 베이스 연주자 다니엘 슐로피의 이 듀오 앨범을 나는 그냥 평범하다 생각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이 편성에는 팻 메시니와 찰리 헤이든의 듀오 앨범이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두 연주자의 정겨운 어울림이 바탕이 된 음악에 담긴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제목처럼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듯한 아련함, 이제는 나이가 든 나를 확인하게 하는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다른 앨범들보다 더 자주 들었다.

Characters On A Wall – Louis Sclavis (ECM)

루이 스클라비는 자유와 긴장이 넘치는 아방가르드 재즈와 유럽의 고풍스러운 정서를 담은 재즈를 넘나들며 앨범을 만들었다. 그래도 이번 앨범처럼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 한 앨범은 드물었다. 그래서 무척 흥미로웠다. 2003년도 앨범 <Napoli’s Walls>에 이어 프랑스 출신의 거리예술가 에르네스트 피뇽 에르네스트의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들로 채워진 앨범에서 그는 서정미 가득한 피아노 트리오 위로 고풍스러운 맛과 긴장이 어우러진 클라리넷 연주로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을 완성했다. 물론 그것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Groove Du Jour – Yes! Trio (Jazz & People)

Yes! 트리오는 드럼 연주자 알리 잭슨을 중심으로 피아노 연주자 에런 골드버그, 베이스 연주자 오메르 아비탈로 구성된 트리오이다. 이번 앨범은 그 두 번째 앨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늘의 그루브”라는 타이틀답게 넘치는 흥겨움과 역동적인 어울림으로 가득 찬 깔끔하고 세련된 연주가 좋았다.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물고기 같은 느낌의 연주였다. 또한 이 싱그러운 음악은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타미 플라나간이 현재 30,40대의 삶을 살았다면 이런 연주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True North – Morten Ramsbøl (Challenge)

2019년 내 귀에는 유난히 북유럽의 차가운 정서를 담은 재즈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덴마크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모르텐 람스뵐의 앨범은 마음에 들었다. 줄리안 아르겔레스(색소폰), 야콥 칼존(피아노), 라이니 슈묄저(드럼)와 이룬 쿼텟의 연주가 키스 자렛의 유러피안 쿼텟을 많이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스트링 쿼텟이 가세한 부분에서는 아릴드 안데르센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 본다면 사실 아주 새롭거나 대단한 무엇을 담고 있지 않았지만 이 향수 어린 분위기와 이를 표현한 앙상블이 마음을 움직였다.

Love and Liberation – Jazzmeia Horn (Concord)

여성 보컬 재즈미어 혼의 이번 두 번째 앨범은 그녀가 보컬을 넘어 뮤지션으로 보아야 함을 생각하게 했다. 작곡 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노래를 중심에 두면서도 그녀를 감싸는 사운드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이 그랬다. 또한 삶과 사랑,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선배 보컬들의 유산을 흡수한 노래로 보컬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명확한 이야기, 노래와 음악의 조화가 훌륭한 앨범이었다.

Forest – Fumio Yasuda (Winter & Winter)

어쩌면 피아노 연주자 후미오 야스다의 이번 앨범을 재즈로 분류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재즈가 아니라 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 선택했다. 이번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서양의 음악적 기반에 동양-일본-의 정서를 일부 차용한 음악으로 색다른 공간을 창조했다. 그 공간은 앨범 타이틀처럼 “숲”의 느낌이 강했다. 듣는 내내 그 신비로운 공간을 유영하게 했는데 그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서 좋았다.

Blume – Nérija (Domino Recording Company)

런던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7인조 밴드 네리자의 이번 앨범은 2019년에 내가 들었던 앨범 중 가장 젊은 음악을 담은 것이었다. 재즈 밖의 감상자도 좋아할만한 현대적인 리듬과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의 어울림으로 이루어진 밴드의 음악은 재즈를 맛과 팝적인 맛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도 빅 밴드 재즈, 허비 행콕의 퓨전 재즈 시대에 바탕을 둔듯한 음악은 결국 재즈로 외부 감상자를 이끌게 하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기존 재즈 애호가들에게는 색다른 질감으로 신선한 맛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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