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와 국악의 만남은 생각하기는 쉽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만남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하는 것처럼 두 장르 모두 서로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상대 쪽으로 다가가려고만 해서도 안 된다. 그보다는 둘이서 손잡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목적지는 그들의 시선에 달렸다.
신박 서클은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과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가 주축이 된 그룹이다. 이 둘에 베이스 연주자 서영도와 드럼 연주자 크리스티안 모란이 가세해 그룹을 이루었다. 앞서 내가 언급했던 방향성을 그룹 또한 생각했던 모양이다. 앨범 타이틀 “위상학”이 이를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한 신박 서클의 위상은 재즈와 국악이 공존하는 가상의 민속 공간이 아니라 그냥 상이한 성향의 사람들이 만나 즐기는 파티장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곡마다 다양하게 어울리고 이를 통해 여러 이미지를 만들지만 음악적으로 대단히 새롭고 멋진 것을 만들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전에 어울려 즐기다 보면 무엇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연주한 것 같다. 그것이 장르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즐겁고 듣기 편한 음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새롭고 멋진 음악이 되었다.
여러 곡 가운데 색소폰과 가야금의 듀오 연주로만 이루어진 “경부고속도로”가 제일 마음에 와 닿는다. 평소 나는 내가 제작자라면 가야금과 색소폰의 듀오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가능한 음악의 모습을 이 곡이 보여준 것 같아 반가웠다.
전반적으로 감상자들은 이번 앨범에서 가야금이 서양 음악, 서양 악기와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악기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어색함 없이 자신의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이질감 없이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는 사실 신현필이 트리오 Hauz Khas Connection 활동을 비롯해 재즈 외에 동양 음악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연구해온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 편성으로 조금 더 활동을 이어간다면 얀 가바렉과 파키스탄이나 인도 음악가의 만남처럼 더욱 인상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