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가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편성은 아마도 솔로나 트리오가 아닐까 싶다. 실제 많은 연주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활동하곤 한다. 그런데 줄리아 휠스만은 이상하게도 이 기본 편성보다는 쿼텟이나 보컬과 함께 할 때가 더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 판단은 그렇다. 실제 ECM에서 발표한 이전 넉 장의 앨범을 봐도 트럼펫 연주자 톰 아더와 쿼텟을 이룬 앨범들이 더 좋았다.
이번 앨범 또한 그녀가 쿼텟 편성에서 더 매력적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번에는 톰 아더 대신 색소폰 연주자 울리 켐펜도르프와 함께 새로이 쿼텟을 구성했다. 피아노 연주자는 색소폰 연주자를 약 2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색소폰 연주자의 가세는 확실히 줄리아 휠스만의 음악을 새롭게 했다. 서정적인 동시에 강렬한 힘을 지닌 연주로 다소 부드러웠던 트리오의 사운드에 적절한 긴장을 부여했다. 그 긴장은 그리고 전체 사운드의 밀도를 높였다. 마크 뮐렌바우어의 베이스와 하인리히 쾨베를링의 드럼이 특히 그렇다. 이들이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자 서정적이기까지 한 찬찬한 사운드는 내면에 뜨거운 불을 머금었다.
줄리아 휠스만의 피아노도 물론 한층 매력적이 되었다. 색소폰 뒤로 살짝 물러선 느낌을 주지만 전체 사운드의 질감을 결정하는 왼손과 그 질감을 공간적으로 확장하는 오른손 연주가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 팻 메시니가 영화 <Falcon & The Snowman>을 위해 썼던 “This Is Not America” 같은 곡에서 테마 멜로디를 베이스에 건네고 극적인 전개는 색소폰에 건네고 그녀 자신은 전반적인 아련한 정서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녀의 음악이 쿼텟에서 더 매력적이라면 그녀가 리더로서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연주 성향이 조금은 소극적이고 그래서 이를 대신할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 앨범의 경우 울리 켐펜도르프의 뜨거운 색소폰이 그 역할을 한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