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오수경, 단편선과 선원들 등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린 연주자 장수현의 솔로 앨범이다. 앨범을 발매한 페이지 터너 레이블은 이 앨범을 재즈로 분류했지만 글쎄, 내 생각에는 재즈보다는 크로스오버 혹은 앰비언트 스타일이 가미된 현대 클래식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하긴 ECM에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담은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으니 맘 편히 재즈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앨범 커버 이미지 때문인지 케틸 뵤른스타드와 데이빗 달링이 함께 했던 물을 주제로 한 앨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음악은 다르지만 말이다.
자작곡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에서 장수현은 바이올린을 앙상블처럼 (오버더빙을 통해) 여러 겹으로 연주하기도 하는 등 곡이 요구하는 정서적 울림에 따라 다채롭게 연주를 펼친다. 그리고 피아노, 비브라폰, 이펙터 등을 통해 사운드을 두터이 하면서 바이올린 앨범이 아닌 음악 앨범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그녀는 고요함과 그 안에 담긴 외로움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물의 이미지와 만나 슬픔이 된다. 그 결과 그녀의 곡들은 이미지로 다가와 깊은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 중 “Both Sides”, “Sorrow”, “The Air” 같은 곡들이 마음이 강하게 와 닿는다. 간결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한 연주가 이어지는데 그 속에서 외로움, 그리움 같은 정서가 꽃처럼 피어나며 보지 못한 영화를 그리게 한다.
음 하나, 코드 하나가 그 이상의 상상력을 자극할 때가 있다. 장수현의 이번 앨범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