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한국 재즈는 프리 재즈 성향의 앨범이 생각 외로 많이 발매되었다. 연주자들이 갑자기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픈 욕망이 강해진 모양이다.
피아노 연주자 한충완의 이번 앨범도 그랬다. 이전까지 그는 퓨전 재즈, 팝, 뉴에이지 성향의 솔로 연주를 오가는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작곡이 잇지만 그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진보적 스타일의 연주를 펼쳤다. 연주자가 그때 그때 색을 달리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그래도 이러한 광폭 행보는 의외다.
솔로 앨범은 아니다. 베이스 연주자 이원술과 듀오로 연주했다. 그런데 곡에 따라서는 그냥 혼자 연주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특히 저역대를 역동적으로 파고든 초반부 곡들은 음역대가 겹치면서 베이스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앨범에서 한충완은 세계, 우주에서의 인간의 먼지 같은 존재, 그럼에도 자연을 지배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그리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연주의 극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전체의 흐름이 마지막 곡 “Little Hero”로 귀결되도록 설정된 것 같다. 모호하고 긴장 가득한 탐구 끝에 선명한 멜로디가 이를 정리하듯 등장하는데 그것이 마치 영화의 마지막 같다. 그래서 인류와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인생의 꽃”이란 앨범 타이틀을 생각하면 그런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