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otion – Dave Douglas (Green Leaf 2019)

다양한 스타일을 가로지르며 활동하는 연주자의 음악을 듣다보면 그 폭 넓음에 감탄하면서도 어느 한 스타일에 마음을 두게 된다. 트럼펫 연주자 데이브 더글라스도 내겐 그랬다. 이 트럼펫 연주자는 매우 진보적인 영역의 연주부터 일렉트로닉스를 활용한 연주를 오가는 한편 다채로운 편성으로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유로이 표줄해 왔다. 그 가운데 나는 조금은 실내악적인 사운드를 더 선호했다. 이런 내게 <Charm Of The Night Sky>는 이상적인 앨범이었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충격을 주는 그의 앨범에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시정이 드러나는 연주가 많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꼭 발라드 연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중 피아노 연주자 유리 케인, 드럼 연주자 앤드류 시릴과 함께 트리오를 이루어 녹음한 이번 앨범은 최근 10년간 발매된 그의 앨범 중 최고라 할만큼 만족스러웠다.

이번 앨범에서 트럼펫 연주자는 그에게 영향을 주었거나 깊은 인상을 준 사람들을 주제로 곡을 쓰고 연주했다. 그 대상을 살펴보면 192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활동했던 코미디언 그룹 The Three Stooge의 한 멤버인 제롬 호르비츠(Curly), 프랑코 단드레아(D’Andrea, Francis of Anthony) 칼라 블레이(Miljøsang, False Allegiances), 매리 루 윌리엄스(Rose and Thorn), 디지 길레스피(We Pray) 등 다양하다.

대상이 작곡가나 연주자가 주를 이루는 만큼 데이브 더글라스는 때로는 작곡가의 작곡 스타일을 반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주자의 연주 기법을 반영하면서 연주했다. 그 가운데 칼라 블레이를 대상으로 한 ” False Allegiances”가 귀에 들어온다. 이 곡을 들으면 칼라 블레이의 “Reactionary Tango”가 절로 생각난다. 또한 디지 길레스피를 향한 “We Pray”의 경우 스타일의 참조라기 보다는 경의를 우선으로 표현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끈 것은 데이브 더글라스의 트럼펫 연주 그 자체이다. 정서적 유쾌함을 바탕으로 그 안에 그만의 매력 요소 중 하나인 냉랭한 서정을 담은 연주는 20여년전 내가 그의 연주에 빠졌을 때를 회상하게 한다. 첫 사랑의 연주같다고 할까?

한편 유리 케인과의 호흡은 물론 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앤드류 시릴과의 어울림 또한 매우 짜릿하다. 일반적으로 보면 베이스가 빠진 트리오 이지만 그 비어 있음을 생각할 필요 없이 매우 농밀한 어울림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세 연주자가 일정 이상의 경지에 올랐음을 생각하게 한다.

계속 데이브 더글라스가 이런 음악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늘 앞으로 나아가는 연주자에 대한 보수적인 요청이지만 말이다.

4 COMMENTS

  1. 유리 케인에 이끌려서 듣게 되었습니다만… 직관적으로 아!…라고 감동을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계속 듣게 되는 앨범인 것 같습니다.

    아..홈페이지 메인이 바뀌었네요! 특히 색감을 보니 오래전(?) 초창기 낯선청춘님 홈피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요…아~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 어려운 듯 하면서도 또 그렇다고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이 데이브 더글라스의 음악에 있는 듯 하네요.

      디자인은 그냥 좀 분위기 변화가 필요한 듯 해서 그리 해봤습니다. 거기서 초기 홈피를 느끼셨다니 의외네요. 제 스타일인가보죠?

      그냥 이번에는 여백을 좀 많이 두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홈피보다 이번에 별도로 마련한 ECM 홈피를 만들면서 덩달아 이리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메인 페이지와 로고는 아직도 성에 차지 않네요. ㅎ

    • 시행착오를 거치다보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을까요?!^^ 처음 런칭때부터 지켜봐오셨던 분들을 생각하면 외형적인 부분이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을수 있겠지만 이렇게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시도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도..그 자체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보이네요. 멋지십니다.

    • 네 하다보면 뭔가 나오겠죠? ㅎㅎ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 데이터 때문에 무엇을 하나 새로 바꾸려 하면 일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재미가 있어서 할 수 있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절대 못하겠습니다. ㅎ

댓글

다양한 스타일을 가로지르며 활동하는 연주자의 음악을 듣다보면 그 폭 넓음에 감탄하면서도 어느 한 스타일에 마음을 두게 된다. 트럼펫 연주자 데이브 더글라스도 내겐 그랬다. 이 트럼펫 연주자는 매우 진보적인 영역의 연주부터 일렉트로닉스를 활용한 연주를 오가는 한편 다채로운 편성으로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유로이 표줄해 왔다. 그...Devotion - Dave Douglas (Green Leaf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