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드럼 연주자 스테파노 바뇰리가 이끄는 위 키즈 트리오의 앨범이다. 트리오 이름은 늘 새롭고 젊은 음악을 하겠다는 드럼 연주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두 멤버인 주세페 비탈레(피아노)와 스테파노 잠본이 각각 18세와 19세의 어린 나이라는 것도 작용한 듯 싶다. (우리 나라에도 이리 젊은 연주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에서 트리오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주제로 연주했다. 수록된 14곡은 모두 스테파노 바뇰리가 썼다. 그림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음악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문학 작품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도 어렵다. 한 추상적 언어를 다른 추상적 언어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환 과정에서 많은 정보의 왜곡이 발생한다. 트리오가 달리를 주제로 하면서도 “기억의 지속”을 비롯한 화가의 작품을 음악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트리오는 그림보다 살바도르 달리의 화풍, 삶을 폭 넓게 바라보고 연주를 펼쳤다. 각 4곡으로 구성된 “초현실주의”와 “잠재의식”을 비롯해 초현실주의 이후 디즈니와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것(Dali vs Disney), 영화 감독 루이스 브뉘엘과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함께 만들었던 것(Dali vs Bunuel), 그림을 더이상 그릴 수 없게 된 후 아내와 친구가 사망하면서 얻게 된 우울증( Depression Suite)까지 달리의 삶을 반영한 곡들이 이를 말한다. 하나 이해가 안가는 예외가 있다면 마지막의 짧은 곡 “Dali vs Roach”이다. 이 곡은 베이스와 드럼의 듀오 연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제목의 “Roach”가 드럼 연주자 맥스 로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달리가 드럼 연주자와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스테파노 바뇰리가 맥스 로치를 통해 달리와 자신을 비교하려 했던 것일까?
전통을 벗어났던 달리의 화풍을 표현하기 위해 트리오는 각자의 악기 외에 키보드나 이펙터를 사용해 전통적 트리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보다 추상적인 연주를 펼쳤다. 이를 위해 트리오는 세 악기의 균형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질감 또한 색다르게 가져갔다. 그래서 트리오의 앨범이면서도 여러 연주자가 함께 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트리오가 과연 달리를 잘 드러냈는가 질문한다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하겠다. 달리 풍의 추상화를 생각하게 한다 정도로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달리를 너무 신경쓰지 않고 감상하기를 바란다. 오히려 트리오를 통해 달리를 알게된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 트리오의 음악은 생각보다 어렵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