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 만이다. 피아노 연주자 임미정의 8년만의 앨범이다. 16년 사이에 이번 앨범 이 네 번째에 해당할 만큼 그녀는 음악이 내면에 저절로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듯 천천히 행보를 이어왔다.
기타 연주자 한운기, 베이스 연주자 김대호, 드럼 연주자 이도헌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의 경우 “평정”이란 의미의 타이틀처럼 침착한 연주로 가득하다. 조급함 없이 여백을 활용하고 부드럽게 멜로디를 이어가고 동료와 이야기하듯 호흡을 맞춘다.
침착하다는 것이 꼭 느슨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차분한 가운데서도 “You’re Strange”처럼 속도를 내야 할 때는 낼 줄 안다. 다만 그럼에도 숨가빠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이 침착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촉촉한 서정-“Spring Joy”나 “Raindrops”같은 곡 제목 같은-이 드러난다. 그녀도 이를 의식했는지 앨범 커버 이미지로 김환기의 “Sounds of Spring”을 사용했다.
사실 그녀의 이전 앨범 <In The Rain>에서도 느낄 수 있었듯이 그녀의 음악은 정서적으로 그림 같다. 무조건 예쁜 그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번에 아 좋다, 아름답다,를 말하게 하는 대신 조금 시간을 두고 보면 괜찮다, 좋다,를 말하게 하는 그림을 의미한다. 이런 그림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한편 트리오와 편성을 오가는 연주 중에 그래도 트리오가 더 귀에 잘 들어온다. “Heart Song”, “Stardust”처럼 기타와 피아노가 사이 좋게 어울리는 곡도 있지만 그래도 트리오로만 앨범을 녹음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