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를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것은 부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긍정의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듣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의 첫 앨범 <Cherubim’s Wrath>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문학을 바탕으로 이를 음악으로 자유롭게 풀어낸 그 상상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그가 이런 식의 음악, 정확히는 어쿠스틱 밴드를 중심으로 포스트 밥과 아방가르드 재즈를 아우르는 음악을 하기 바랬다.
그런데 이후 그는 자신은 하고픈 음악이 많다는 듯 보다 자신의 음악을 방사[放射]했다. 그 결과 힙합, R&B, 록 등이 어우러진 앨범들이 이어졌다. 나로서는 다소 당혹스러운 행보였다. 여기에 ‘성자조야표도르미하일로비치개돈만스키’라는, 다소 장난과 조롱이 어우러진 아명을 만든 것 또한 그의 음악적 진의를 의심하게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은 모두 내가 그에게 부여한 선입견의 결과였다. 응원한다고 하면서도 나는 그에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강요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런 중 올 해 발매된 이 앨범 <스피릿선발대>를 들으며 나는 중요한 사실을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음을, 결정적으로 내가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첫 앨범에서 조세호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기대어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동시에 격정적인 시선을 보냈듯이 그는 음악 이전에 늘 세상과 사회의 어두운 면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거기서 얻은 영감,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음악은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띨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 느끼고 이겨내는 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 스스로 칭한 것처럼 그는 실직, 이혼, 부채, 자살 등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부터 이로 인한 인간의 소외를 다룬다. 이를 위해 백현진의 노래 혹은 내레이션이 절반의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쎄, 이것이 과연 음악적인가? 라는 질문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은 보컬의 비중, 등장 등을 볼 때 충분히 음악적이라 생각한다.
김오키가 주축이 된 음악 자체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전 앨범들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서브 톤이 기교를 넘어 상실의 멜랑콜리를 상징하는 음악적 효과로 작용한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코타르 증후군”이라는 아름다운 곡을 만난 것도 반갑다. 이후 김오키를 대표할 만한 곡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한 연주자를 이야기할 때 대표하는 곡이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한편 진수영의 존재감이 갈수록 중요해졌다는 느낌도 받는다. 잘은 모르지만 그가 김오키의 폭발적인 음악을 잘 정돈하는 역할을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편 이 앨범과 함께 앨범 수록곡을 소울스케이프, 제이플로우 등이 리믹스한 <스피릿선발대 재해석>이 발매되었는데 이 또한 별도로 들어볼 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