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해리 페플과 비브라폰 연주자 베르네르 필슈너 그리고 드럼 연주자 잭 드조넷의 트리오 앨범이다. 원래 해리 페플과 베르네르 필슈너는 듀오로 활동하곤 했다. 여기에 잭 드조넷이 가세한 셈인데 아마도 한 해 전 두 연주자가 베이스 연주자 아델하르트 로이딩거의 앨범 <Schattseite>에 참여하면서 맨프레드 아이허의 눈에 들어 이 앨범을 제작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제작자는 이 둘로는 부족하다 싶어 드럼 연주자와 함께 하게 만든 것이고.
편성 과정에 걸맞게 앨범에 담긴 4곡은 기타와 비브라폰의 듀오 연주에 드럼이 지원하는 식으로 구성되었다. 작곡을 간단하게 하고 연주의 흐름과 솔로 연주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썼다 할 수 있겠다. 당시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행하면서도 결코 정해진 길 밖을 벗어나지 않는 안정성 또한 강한 연주다.
그런데 두 사람의 솔로 연주나 트리오의 어울림 모두 아주 감탄할 정도는 아니다. 7분에서 14분여를 오가는 비교적 긴 호흡의 연주지만 극적인 흐름, 상승보다는 연주의 수평적인 진행이 주를 이룬다. 기타와 비브라폰이 서로 솔로와 반주의 역할을 바꾸어 진행하는 과정에서 게리 버튼과 칙 코리아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밀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드럼을 추가했으리라 생각된다.
사운드에 있어서는 ECM의 명확성을 보여주지만 당시의 ECM 앨범들에서 발견되곤 하는 서늘한 공간감은 부족하다. 여백이 음악적이 아닌 비어 있음으로 느껴진다. 내가 선호하는 바틴 빌란트의 녹음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음원은 공개되었어도 CD로 재발매되지 않았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