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인상적인 피아노 트리오가 하나 둘 정도는 나오곤 한다. 올 해는 도플러 트리오가 아닐까 싶다. (10여년 전에 활동했던 색소폰-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미국 트리오와 혼동 하지 말자.) 베이스 연주자 플로리스 얀 반 덴 베르그를 주축으로 피아노 연주자 다니엘 반 데어 두임, 드럼 연주자 헨드릭 아이슬러로 이루어진 이 젊은 트리오의 음악은 넓게는 E.S.T의 확장판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전자적 질감의 연출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E.S.T 초기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극적인 연주에 비중을 더 많이 두었다는 점에서 여타 유사한 트리오와 구별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제 E.S.T의 음악이 트리오 연주의 한 스타일이 된 만큼 이 네덜란드 출신의 트리오가 E.S.T를 직접 참조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E.S.T를 언급하는 것은 설명이 쉽기 때문이다.
세 연주자는 강박적 리듬을 만들면서 연주의 변화를 극적으로 가져가 정말 트리오 이름처럼 도플러 효과를 연상시키는 복잡 정교한 사운드를 펼친다. 그러면서도 어지러움 대신 우주 유영을 하는 듯한 환상적인 공간으로 감상자를 이끈다. “성운”을 의미하는 앨범 타이틀- 마블 유니버스의 타노스 딸 네뷸라여도 상관 없다- 부터 “Star”, “Moondust”, 소련 시절 우주로 간 최초의 강아지의 이름인 “Laika”같은 제목의 곡은 이들이 실제 우주를 꿈꾸며 곡을 썼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우주에 대한 상상은 “Birth”의 슬픔 가득한 소멸 혹은 헛된 존재감으로 귀결된다.
E.S.T를 좋아하면서 그와 다른 새 연주를 듣고픈 감상자에게는 만족을 줄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