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생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때로는 베이스, 드럼 등 노래와 다른 악기까지 연주하기도 하는 존 바티스트는 그 다채로운 능력만큼이나 음악적 스펙트럼 또한 넓다. 그의 음악은 (뉴올리언즈) 재즈를 중심으로 하면서 팝, 펑크, R&B, 힙합 등 주변 장르 음악을 아우른다. 그래서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하기 곤란하다. 그 동안 스티비 원더, 프린스, 윌리 넬슨, 레니 크래비츠, 에드 시어런, 마비스 스테이플스 등의 다채로운 장르의 유명 인물들과 함께 해왔다는 것이 이를 말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특정 장르에 묶기보다는 그의 음악에 내재된 공통점, 대중적으로 가까운 음악으로 정의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하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상업적인 이유에 음악적 진정성을 희생한 음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음악적 취향 자체가 이 시대의 감수성과 맞을 뿐 그의 음악은 결코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지난 2018년 가을 그는 수 많은 재즈 명인들이 거쳐간 클럽 빌리지 뱅가드에서 6일간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그 공연을 두 장의 앨범으로 정리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8월에 발매된 <Anatomy of Angels>이었다. 자작곡과 함께 스탠더드 곡을 연주했던 이 앨범에서 그는 긴 호흡으로 테마를 발전시키고 정리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에 비해 이번 앨범은 솔로 연주가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테마와 이를 지탱하는 단단한 리듬에 의존하는 연주로 한층 대중적인 느낌을 준다. 앞서 말했듯이 그렇다고 연주가 가볍지만은 않다. 공연을 보러 온 감상자들의 열광적 환호를 더 많이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대중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스테이 휴먼의 밴드 멤버인 필립 쿤(베이스), 조 세일러(드럼)와 트리오를 이루고 여기에 티본 페니콧, 패트릭 바틀리(이상 색소폰), 기브톤 겔린(트럼펫), 존 렘플리(튜바, 트럼펫) 등의 관악기 연주자들, 타악기 연주자와 네가 산토스, 기타 연주자 루이스 카토를 가세시킨 공연은 시종일관 즐겁고 흥겹다.
이것은 첫 곡 “Blacck”부터 감지된다. 제목처럼 모든 흑인 음악의 흥겨운 리듬이라고 말하려는 듯 펑키한 리듬 위로 브라스 섹션의 간결한 반복이 감상의 초점을 리듬에 두게 만든다. 존 바티스트의 경쾌한 스캣과 이어지는 색소폰 솔로는 그 다음이다.
브라스 섹션이 일심동체가 되어 테마를 제시하는 “Prince” 또한 흑인 음악의 본질은 리듬에서 출발한다는 듯 원초적인 리듬이 축제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것은 존 바티스트의 소울 가득한 보컬이 곁들여진 “PWWR”, 뉴 올리언즈 재즈의 축제적 분위기를 지닌 “Birthe”에서도 반복된다.
존 바티스트의 솔로로만 이루어진 “Kenner” 또한 왼손의 강렬한 리듬을 바탕으로 연주가 펼쳐진다. 그래서 스트라이드 등 뉴올리언즈 이전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데 그럼에도 그것이 현재의 관객의 몸을 움직이게 하고 리듬을 따라 박수 치게 하는 것이 재미있다. 오래 전의 스타일이라 해도 그것을 낡았다 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연주다. 이번 앨범에 담긴 곡 가운데 관객이 가장 열광한 곡인데 그것이 앨범으로 듣는 사람에게도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싶다.
“Higher” 도 존 피아노 연주자로서 존 바티스트의 화려한 연주력을 맛보게 한다. 앨범에서 가장 하드 밥 스타일에 근접한 이 곡에서 그의 연주는 바비 티몬스, 호레이스 실버 등 리듬과 솔로 연주 모두를 동등하게 강조하며 연주했던 선배 연주자들을 느끼게 한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아주 특별한 곡이 담겨 있다. 존 바티스트가 빌리지 뱅가드 공연은 2018년 11월 2일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가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이에 평소 로이 하그로브를 우상으로 여겼던 존 바티스트는 고인의 곡을 하나 연주하기로 했다. 2009년 미국 시애틀의 KPLU FM 라디오에 출연해 연주했던 “Soulful”이었다. 당시 존 바티스트는 로이 하그로브 퀸텟의 멤버로 이 곡의 연주에 참여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곡으로 추모의 마음을 더한 것이다.
원곡에서는 테마에 해당하는 리듬 연주를 베이스가 했던 것을 존 바티스트의 피아노가 담당한 연주는 당시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만큼이나 도시적인 질감을 보였다. 특히 고인의 제자였던 기브톤 겔린의 트럼펫 솔로는 고인의 추억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존 바티스트와 밴드의 연주는 적절히 흥겹다. 추모 연주라고 슬프게 연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연의 마지막을 알리는 로이 하그로브의 육성으로 마무리되는 “ORDR”의 경쾌한 연주와 자연스레 이어진다.
아직 국내 재즈 애호가들에게 존 바티스트는 낯선 인물인 것 같다. 그나마 소개된 앨범들도 그의 다양한 음악 취향 중 팝적인 것에 치중된 것들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달 전에 소개된 <Anatomy Of Angels>과 이번 <Chronology of a Dream> 등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 앨범들은 재즈 연주자로서, 밴드 리더로서 그가 지닌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를 국내에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