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기타 연주자 차바 팔로타이, 프랑스의 색소폰 연주자 레미 시우토 그리고 영국 출신으로 역시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드럼 연주자 스티브 아르겔레스의 트리오 앨범이다.
베이스 없는 색다른 편성만큼 사운드 또한 독특하다. 세 연주자가 전통적인 악기의 역할을 넘는 연주를 펼치기 때문이다. 차바 팔로타이의 기타는 멜로디와 코드를 연주하지만 다채로운 질감의 변화를 통해 그 이상의 공간을 점유한다. 레미 시우토는 바리톤과 소프라노 색소폰을 오가는데 그것이 단지 솔로 연주나 리프 연주에 머무르지 않고 톤 자체로 공간에 스며들며 마치 키보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스티브 아르겔레스는 드럼과 함께 옴니톤을 연주하며 곡제 전자적 질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글쎄. 이러한 연주가 빠진 베이스를 대체하기 위한 방편에서 나왔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함께 하면서 베이스가 없어도 되겠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전통에서 한발 더 나아간 연주로 인해 각 곡들은 그 발걸음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띈다. 긴장 가득한 전자적 질감의 “Karma Junction”가 있는가 하면 “Summerset”처럼 우주적인 분위기의 곡도 있다.
그렇다고 백화점식으로 상이한 질감의 곡들이 나열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수록된 곡들은 모두 황량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분주한 “Streets Of Mexico”나 비 내리는 “Storm In Paris”처럼 상이한 분위기의 곡이라도 그 기저에는 먼지 날리는 미국 서부 같은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앨범 타이틀이 “고대”를 의미하는 만큼 현재 이전의 오래된 상태를 이 먼지 날리는 공간감으로 표현하려 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V Game”처럼 현대적인 분위기를 담은 것을 보면 단지 원초적 공간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지금의 레트로 취향의 유행처럼 현재에서 느끼는 고대의 공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건 과하게 욕심내지 않으면서도 개성을 획득한 사운드와 오밀조밀한 연주가 만족스러운 감상으로 이끄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