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Love: A Celebration of Cole Porter – Harry Connick Jr. (Verve 2019)

해리 코닉 주니어는 뛰어난 작/편곡자이자 피아노 연주자 그리고 보컬이다. 그리고 뉴 올리언즈 재즈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재즈의 충실한 수호자인 동시에 이 시대의 대중들의 팝적인 취향을 수용할 수 있는 폭 넓은 감수성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앨범마다 다른 비율로 조합되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낸다. 지금까지 큰 부침 없이 꾸준히 대중적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그가 첫 앨범부터 함께 했던 콜럼비아 레이블을 떠나 버브 레이블에 새로이 자리를 잡았다. 무엇인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 생각했던 것일까? 실제 이적 후 처음 발표한 이번 앨범을 보면 수 많은 스탠더드 곡들을 남긴 콜 포터의 곡들로만 연주하고 노래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이 난다. 그동안 그는 여러 스탠더드 곡을 노래했다. 그러나 이렇게 한 작곡가의 곡을 주제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콜 포터의 곡들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송북(Songbook)”차원의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작곡이나 편곡의 미시적 차원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작곡가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해리 코닉 주니어에 따르면 콜 포터는 여러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사를 썼고 화성이나 선율을 당대의 법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화나 뮤지컬 등의 주어진 상황에 어울리는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에 해리 코닉 주니어는 콜 포터의 음악적 자아를 시적인 동시에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인물로 표현했다. 그리고 여기에 콜 포터의 곡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적극 드러냈다.

콜 포터의 작곡 성향을 자기식으로 반영하려 했는지 해리 코닉 주니어는 이번 앨범에서 빅 밴드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면서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했다. 어찌보면 자신이 지닌 모든 능력을 한번에 쏟아 부은 셈이다.

그래서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으로 이루어진 14개의 관악기가 터질 듯 웅장하게 울리는 빅 밴드 사운드가 몸을 흔들게 만드는 낙관적인 분위기의 곡 “Anything Goes”에서는 전통적인 재즈 보컬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가 하면 “Begin The Beguine”에서는 유쾌한 피아노 연주로 노래 없이도 사람들이 흥겨이 노래하는 뮤지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I Love Paris”에서는 빅 밴드 편성임에도 소편성 연주처럼 여백을 두고 스윙 시대 이전의 뉴 올리언즈 재즈 시대를 연상시키는 복고적 질감의 편곡으로 파리에 거주하며 자유롭고 낭만적 분위기 속에서 작곡활동을 하던 콜 포터를 그리게 한다. 또 그것이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해리 코닉 주니어의 익살스럽기까지 한 유쾌한 피아노 솔로와 느긋한 노래가 기분 좋은 대조를 이루는 “You Do Something To Me”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번 앨범을 위해 그가 선택한 콜 포터의 곡들 중에는 앨범 타이틀 곡 “True Love”를 비롯해 “Mind If I Make Love to You”, “You’re Sensational” 등 1956년도 영화 <High Society>에 담긴 곡들이 포함되어 있어 흥미롭다. 영화에서 이들 곡은 빙 크로스비, 프랑크 시나트라가 노래했다. 그래서 절로 해리 코닉 주니어의 노래를 이들 선배 크루너 보컬들과 비교하게 한다. 그렇다고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비교하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중후한 음색으로 여유 가득 노래하는 그 또한 크루너의 계보에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

그동안 해리 코닉 주니어는 꾸준히 보컬 중심의 앨범을 선보였다. 그 중에는 2004년에 선보였던 <Only You>나 <When My Heart Finds Christmas>(1993), <What a Night! A Christmas Album>(2008) 같은 앨범처럼 평단과 대중 모두의 호평을 받은 앨범들도 있다.

여기에 이번 앨범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전 보컬 앨범들이 그의 여러 능력가운데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은 노래 뿐만 아니라 편곡과 피아노 연주에 대한 비중을 높였기에 더욱 특별한 앨범으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된다.

아마도 <That Would Be Me>에서의 팝 사운드에 다소 당황했던 감상자들은 이번 앨범을 들으며 그렇지 바로 이거야! 라며 반가워할 것이다. 나아가 그의 음악적 재능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렸던 사운드트랙 앨범 <When Harry Met Sally>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싶다. 실제 빅 밴드의 역동적인 울림과 감칠맛 나는 피아노 연주 그리고 구수한 보컬의 어울림은 20여 년 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러한 향수는 역설적이게도 2020년대에 펼쳐질 해리 코닉 주니어의 새로운 시대를 예견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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