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and Now – Gwilym Simcock (ACT 2019)

사람은 누구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독창적인 연주자라 할 지라도 선배와 동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영향의 그림자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기에 온전한 연주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 그만큼 한 연주자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다른 누구의 영향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아류로 비추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영국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귈림 심콕은 과감하게 자신의 현재에 어떤 연주자들이 영향을 주었는지 이번 앨범에서 공개했다. 앨범 내지에 그가 쓴 글에 따르면 베를린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을 그는 키스 자렛의 <Melody At Night With You>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키스 자렛 외에 칙 코리아와 존 테일러를 음악적 우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연주는 또 다르다. 빌리 차일즈, 브래드 멜다우와 귈림 심콕의 첫 번째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레스 치즈널 등의 전통적인 피아노 연주자와 퓨전 재즈 그룹 옐로우 자켓을 통해 알려진 러셀 페란트, 그리고 기타 연주자로 익숙하지만 피아노까지 연주했던 에그베르토 기스몬티 등 다양한 개성의 피아노 연주자들을 향해 곡을 쓰고 연주했다.

이들 동료, 선배 등을 향한 연주에서 그는 그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음악 어딘가에 이들의 영향이 있으니 찾아보라는 듯 그는 자신의 현재, 감성을 바탕으로 곡을 쓰고 연주했다. 물론 대상이 된 연주자의 그림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레스 치즈널을 향한 “You’re My You”의 경우 단순한 동기를 바탕으로 한 연주가 어린 시절 귈림 심콕이 피아노를 배우던 때를 그리게 한다. 또한 “Before The Elegant Hour”의 경우 시작부터 헌정의 대상인 브래드 멜다우의 어두운 시정이 감지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흔적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풀어나간 귈림 심콕만의 상상력이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연주자라고 말하는 듯 흔적을 벗어나 새로운 그만의 영역으로 연주를 이동한다.

특히 빌리 차일즈를 향한 곡으로 작곡이 보다 많이 강조된 3부작 구성의 “Beautiful Is Moment”나 반대로 즉흥 연주의 폭이 더 넓은 에그베르토 기스몬티를 향한 3부작 구성의 곡 “Many Worlds Away” 같은 곡은 특정 연주자로부터 멀리 나아간 귈림 심콕의 장대하고 극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피아노 솔로보다는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연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하다. 또한 그 거대함 속에 우아하고 사려 깊은 움직임은 솔로 피아노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하게 해준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극적인 연주를 좋아하는 감상자들에게는 매우 흡족한 앨범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Melody At Night With You>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것에 솔깃해 그와 유사한 낭만적 서정을 기대한다면 그때는 당혹스러울 지도 모른다. 피아노 앞에서의 마음가짐은 키스 자렛과 같았을 지 몰라도 연주는 다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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