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ica Speaks – Santana (Concord 2019)

기타 연주자 카를로스 산타나가 이끄는 록 그룹 산타나는 록을 중심으로 라틴 음악, 재즈 등을 가미한 개성 강한 음악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 그룹은 현재 진행형의 그룹인 동시에 1998년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록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할만 하다.

50년 이상 지속된 그룹의 음악은 1999년도 앨범 <Supernatural>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 재즈 록, 라틴 록을 선보였던 그룹은 <Supernatural>에서 팝 적인 색채를 강화한 음악을 선보였다. 이 앨범은 1971년도 앨범 <Santana III> 이후 28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산타나는 이와 비슷한 록의 강렬함에 라틴적인 색채, 팝의 대중성을 곁들인 음악을 이어갔다. 이것은 가장 최근의 앨범으로 기타 연주자 닐 숀- 그룹 저니의 멤버로 더 잘 알려진-을 비롯해 1970년대 초반의 멤버들을 다시 규합해 만든 2016년도 앨범 <Santana IV>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25번째 스튜디오 앨범은 좀 다르다. 앨범 타이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아프리카적인 색채가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타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 음악의 리듬, 그루브, 멜로디는 언제나 나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내 DNA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죠. 나는 아프리카 대륙의 아름다운 음악을 연구했어요. 그래서 내가 아프리카에서 연주하면 사람들은 ‘우리 음악을 어떻게 알아요?’라고 말하곤 하죠. 그러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데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라고 답하죠.”

사실 산타나는 이전 앨범들에서도 아프리카 음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곤 했다. <Supernatural> 앨범에 담긴 “Africa Bamba”, 2012년도 앨범 <Shape Shifter>에 담긴 “Dom” 등의 곡을 세네갈 출신 그룹 투레 쿤다와 함께 연주한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산타나의 음악적 방향 전환이라기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재되어 있던 음악적 가능성의 발현에 더 가깝다. 특히 이번 앨범이 10일 동안 무려 49곡을 녹음한 것 가운데 11곡을 추린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산타나의 말처럼 오랜 시간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 할만 하다.

앨범 타이틀 곡이자 서곡에 해당하는 “Africa Speaks”만 해도 산타나가 아프리카 음악을 자신의 기존 음악에 양념처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요리의 주 재료로 사용했음을 알게 한다. 특히 원시적인 콩가 리듬 위로 흐르는 “탐욕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밀림 깊은 곳에서 영혼의 소리가 들린다. 고유의 주파수로 밤 별이 깨지는 듯한 소리를 만드는 것, 식물, 동물, 인류와 소통하는 것, 보편적 진실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여기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졌다. 문명의 요람에서”라는 내레이션은 이번 앨범을 통해 산타나가 그리려 한 아프리카의 모습을 파악하게 한다.

이어지는 “Batonga”도 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로 가득하다. 특히 여기서 특유의 손 델 듯 뜨거운 톤으로 격정적인 솔로를 펼치는 산타나의 기타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이 춤을 추는 아프리카의 순박한 축제를 그리게 한다.

<Supernatural>이후 산타나는 다양한 게스트를 비롯해 여러 조력자의 힘을 빌곤 했다. 이번 앨범의 경우 스페인 출신의 여성 보컬 (콘차) 부이카가 큰 역할을 했다. 산타나에 따르면 니나 시몬, 에타 제임스, 티나 터너, 아레사 프랭클린 등 뛰어난 흑인 여성 보컬들이 하나로 모인 것 같다는 그녀는 곡의 가사를 직접 쓰고 노래했다.  

“Oye Este Mi Canto”나 “Yo Me Lo Merezco”, “Luna Hechicera”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그녀는 타는 듯 뜨겁고 건조한 동시에 더위에 흐르는 땀처럼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뜨거운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멋지게 표현했다.

한편 가장 차분한 분위기의 “Blue Skies”에서는 영국 출신의 보컬 로라 음불라가 부이카 뒤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목소리로 부이카와 대조를 이루며 아프리카의 푸른 하늘을 그리는데 일조했다.

부이카의 노래가 전면에 나섰다고 해서 산타나의 기타가 희미해진 것은 아니다. 그는 노래와 노래 사이를 감각적으로 파고들며 보컬과 만났다 헤어지기를 거듭한다. 특히 “Paraísos Quemados”에서는 노래하는 듯한 연주로 부이카의 노래 이상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게다가 여기서는 데이빗 K. 매튜의 키보드, 베니 리엣벨드의 베이스 연주 또한 인상적이다.

앨범의 마지막 곡 “Candombe Cumbele”에서도 산타나의 기타는 부이카의 주위를 맴돌며 원시적인 아프리카 밀림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사실 아프리카 음악은 우리는 물론 보통의 영미 팝, 록 애호가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앨범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예상했는지 산타나는 아프리카적이지만 이를 보다 팝적으로 소화한 곡들도 앨범에 포함했다.

햇살 가득한 브라스 섹션까지 동원된 “Breaking Down The Door”가 대표적이다. 앨범에서 처음 싱글로 공개되기도 한 이 곡은 “Smooth”, “Maria Maria”, “The Game Of Love”만큼이나 폭 넓은 사랑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이국적이지만 그 멜로디나 흥겨움만큼은 보편적이다. 

“Los Invisibles”도 멜로디와 주술적인 코러스는 아프리카를 그리게 하지만 산타나의 아내이기도 한 신디 블랙맨 산타나의 팝 적인 드럼이 그 이국적인 분위기를 우리가 있는 바로 이 곳으로 소환한다. 여기에 산타나의 펑키한 기타도 무더운 사막에서 서구의 도시로 공간 이동하게 한다.

“Bembele”에서는 키보드의 단순한 코드 연주, 베이스와 타악기의 간결한 패턴 연주가 반복을 통해 몰아의 경지로 이끄는 아프리카 음악을 반영하면서도 그 질감만큼은 도시를 그리게 한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반복과 통한다고 할까?

이 곡을 들으며 나는 공연장에서 아프리카의 역동적 리듬과 뜨거운 산타나의 기타에 맞추어 춤을 추는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아시아 관객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은 몸으로 아프리카의 뜨거운 생명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Supernatural>은 산타나에게 있어 새로운 음악적 전환을 가져다 준 앨범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나 시간이 흘렀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중 레이블을 콩코드로 옮겨 발표한 이번 앨범은 새로운 곳을 향해 산타나가 큰 걸음을 내디뎠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걸음은 막연한 걸음 아니라 오랜 시간 연구하고 준비한 끝에 내디딘 확실한 걸음이 된다.

3 COMMENTS

  1. 통했다니, 일단 하이파이브!… 입니다.^^ 이유를 꼬집어서 말할 순 없지만,앨범자체가 그냥 계속 리플레이해서 듣게 됩니다.

  2. 아..확실히 여름이랑 잘 어울리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bembele가 확 끌립니다. 음..아프리카 감성을 도시적으로 자연스럽게 잘 녹여낸 것 같아요. 과한느낌도 없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 들어보셨군요. 자신만의 곡이 앨범에 있으면 좋죠. 저도 이 곡에서 도시적 느낌을 받았습니다. 통하니 좋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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