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음악은 때로 있지도 않은 추억을 만들어 낸다.

요즈음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듣고 있다. 주로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밤 거리에서 듣는다.

이 곡에 갑작스레 빠지게 된 것은 어느 철 지난 티비 프로그램에서 장윤주가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을 본 후 부터다.

이 곡은 빛과 소금의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나는 앨범을 구입했었다. 그러나 이 앨범을 나는 그리 즐겨 듣지 않았다. 첫 번째 앨범에 비해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는 더욱 듣지 않았다. “샴푸의 요정”처럼 리듬감 있는 곡을 당시엔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곡을 근 30년이 지난 요즈음 매일같이 듣고 있는 것이다.

뭐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자주 그리고 많이 들어서인지 있지도 않은 사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991년 무렵이었다. 이 해에 나는 군대를 가겠다고 학교를 휴학하고 근 1년을 놀았다. 그런 공백의 날들 중 대학로의 한 카페에 갔던 적이 있다. 내가 잘 가던 카페가 문을 닫아서 처음 간 카페였다.

레몬 차 한 잔을 시켜놓고 대학로 바로크 레코드에서 구입한 몇 장의 앨범을 즐거이 바라본 것이 그날 지하의 카페에서 한 일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 심심한 곳에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내가 이 곡을 그 카페에서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것이 기억이 또렷이 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기억이 나는데 그 기억을 의심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그 지하 카페와 이 곡을 연결하는 이유는 곡의 공간감때문이라 생각한다. 악기와 보컬을 감싸는 여백이 지하실의 허한 느낌과 닮은 것 같다. 흐릿하고 텁텁한 먼지 냄새를 상기시키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이 곡을 내 곁에서 떠나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이리 없는 기억이 생기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그것이 음악이겠지만 말이다.

PS 아직 노래방에서 직접 불러보지는 못했지만 이소라의 “제발”에 이어 나의 애창곡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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