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외에 요즈음 길을 걸을 때 한 두 번씩은 듣는 노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김현철의 새 노래 “Drive”다. 참으로 오랜만에 발매하는 신보의 타이틀 곡이다. 신보라지만 절반을 먼저 공개하고 나머지 절반을 후에 공개한다고 하니 실제 앨범은 아직 미완성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곡 또한 나를 과거의 어느 때로 데려간다. 하지만 빛과 소금의 노래처럼 가짜 추억을 불로 일으키지는 않는다. 새로운 곡인걸, 올 해의 추억을 담고 있는 중인 곡인걸.
그럼에도 과거를 연상시키는 것은 곡 안에 담긴 김현철다움 때문이다. 50(!)이 넘어도 변함 없는 목소리와 창법은 물론 리듬 패턴, 브라스 섹션의 들어가고 나옴 등이 오랜 공백과 상관 없이 이전 김현철을 그대로 연장하고 있다. 조금 더 꼭 집어서 말한다면 1999년 “어느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미친 짓이야”의 리듬과 1993년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의 키보드 음색을 적절히 버무려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면 나는 1990년대의 어느 날을 기억하려 애쓴다. 특히 노래 가사처럼 색색깔의 불빛이 하나 둘씩 들어오던 어느 여름 날의 저녁을 기억하려 한다.
생각나는 그 무렵 나의 저녁은 늘 피곤했던 것 같다. 밤이 되면 이내 기운을 되찾았지만 저녁이면 끈적거리는 더위와 거리의 소리에 피곤해하곤 했다. 특히 신사동이나 압구정동에 가면 더 했다. 신촌과 종삼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그런데 이 곡은 그 무덥고 지친 청춘의 날을 그리워하게 한다. “어거지로 대충 살았던” 그 날들의 기억이 “지는 노을 사이로” “어디론가 마냥 떠나고 싶은” 요즈음의 나를 위로한다.
음악적으로 보면 멜로디를 제외하고는 아주 뻔한 김현철의 곡이다. 그래서 그냥 그래 하는 평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변하지 않음이 내게는 긍정적이다. 그를 만난적이 없지만 “우리 함께 하던 곳”으로 데려가는 곡의 분위기에 그가 내 과거를 기억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맙기까지 하다. 그 자리에 그냥 잘 있어서.
이렇게 같은 취향으로 같은 음악을 좋아하던 옛 사람들을 만나 잠시 한강변을 걷다가 헤어졌으면 좋겠다. 어느 노을 좋은 여름 날에 말이다.
‘변하지 않음이 내게는 긍정적이다’구절이 확, 와닿네요. 듣는 순간 그 시절로 훅..돌아가는 느낌. 첫사랑도 생각나면서요.^^
김현철과 청춘을 같이 보내신 분이 여기 또 있군요. 첫사랑!! ㅎ
변화 없음이 긍정적이게 된 건 그만큼 나이를 먹은 것, 그래서 보수적이 된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