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라 존스는 기본적으로 재즈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적 관심은 재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때로는 재즈를 듣고 때로는 클래식을 들으며 때로는 팝이나 가요를 듣는 것처럼 그녀 또한 창작 활동에 있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아우른다. 이것은 2002년에 발매된 첫 앨범 <Come Away With Me>부터 그랬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재즈와 포크, 팝 등이 어우러진 음악을 선보였다. 재즈 역사상 최고의 인기 앨범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장르적 포괄성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컨트리 성향이 강한 <Feel Like Home>이나 일렉트로닉 팝 성향이 강한 <Little Broken Hearts> 등의 앨범으로 그녀의 음악적 관심이 재즈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그린 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과 2013년 앨범 <Foreverly>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푸 파이터즈, 아웃캐스트, 윌리 넬슨, 레이 찰스, 큐 팁, 댄저 마우스 등 재즈 밖의 록, 포크, 컨트리,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 쪽 뮤지션들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6년도 앨범 <Day Breaks>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바로 이러한 노라 존스의 다양한 장르적 관심을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재즈는 물론 소울, 일렉트로닉, 포크 등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는데 그래서 마치 그녀의 모든 음악을 종합한 듯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었던 <Day Breaks>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또 다른 자아 같은-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장르적 다양성은 그녀의 이번 앨범이 하나의 주제나 아이디어 속에 집중력을 유지하며 제작되지 않은 것에서도 기인한다. 앨범을 발매하는 블루 노트 레이블 또한 이 앨범을 “싱글 콜렉션”이라 했다. 실제 이번 앨범에 담긴 7곡 중 대 부분의 곡들은 이미 싱글 형태로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곡들은 계획된 앨범의 일부 선공개가 아니었다. 그저 아무 기대 없이 순간의 감흥에 따라 그에 맞는 뮤지션들과 곡 단위로 편성을 달리해 녹음한 결과물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곡에 따라 질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빠르게, 즐기며, 편하게, 부담 없이 색다른 음악을 시도해보자는 생각에서 각 곡들의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한 간단한 음성 메모에 출발했지만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랬다. 그래서 특정 방향이나 결과에 대한 기대 없이 작업했는데 그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많은 영감을 얻었으며 다양한 방향으로 음악이 나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 시작은 이번 앨범에서도 첫 번째에 자리잡은 “My Heart Is Full”이었다. 세인트 빈센트, 글렌 한사드, 수프얀 스티븐스, 라이 등 포크와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들과 작업해온 제작자 토마스 바틀렛과 함께 한 이 곡은 어두운 분위기의 전자적 사운드와 평소보다 힘을 준 노라 존스의 노래로 인해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 다음으로 발표한 곡은 “It Was You”였다. <Day Breaks>와 DVD로 발매되었던 <Live At Ronnie Scott’s> 등에서 그녀와 트리오를 이루었던 드럼 연주자 브라이언 블레이드, 베이스 연주자 크리스토퍼 토마스를 기본으로 오르간 연주자 피트 렘, 트럼펫 연주자 데이브 가이, 색소폰 연주자 레온 미셸스 등과 함께 한 이 곡은 “My Heart Is Full”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소울적인 색채를 지녔지만 이전 노라 존스가 선보였던 편안한 위로를 주는 음악의 연장에 놓이는 것이었다.
록 그룹 윌코의 기타 연주자겸 보컬인 제프 트위디와 함께 한 “A Song with No Name”은 또 달랐다. 이번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전면에 나선 포크 성향의 담백한 사운드로 쓸쓸함과 그에 대한 공감 혹은 위안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이것은 제프 트위디와 함께 한 또 다른 곡으로 201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즈음에 선보인“Wintertime”으로 이어졌다. 제프 트위디의 기타만큼 노라 존스의 피아노의 비중이 커졌지만 그 느낌은 “A Song with No Name”과 유사했다.
이들 곡들은 지난 2018년 여름부터 늦가을 사이에 차례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한 곡씩 발표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2019년 2월 그녀는 “Just A Little Bit”을 발표하며 새 앨범의 발표를 예고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이 된다.
앨범화 되면서 새로이 공개된 곡은 “Just A Little Bit”을 포함한 3곡이다. 그 가운데 “Just A Little Bit”은 “It Was You”의 세션에서 피트 렘이 빠지고 노라 존스가 피아노와 함께 오르간을 직접 연주해 완성되었다. 하지만 조용한 시작과 의외로 전자적인 맛을 주는 드럼과 육중한 베이스, 그리고 약간의 이펙터가 걸린 노라 존스의 보컬이 “My Heart Is Full”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나는 당신이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노래의 내용에 걸맞은 굳건한 사운드이다.
한편 “Uh Oh” “Just A Little Bit”처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전체를 이끈다. 작곡, 편곡 또한 팝 적인 면을 염두에 두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노라 존스 자신의 코러스를 배경으로 흐르는 피아노 솔로는 이 곡이 기존 노라 존스의 음악과 일정부분 통하는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Begin Again”은 여러 모로 <Day Breaks>에서의 사운드를 닮았다. 그러나 어쿠스틱한 질감 속에서 전개되는 리듬이나 곡의 상승과 하강은 이전과는 자못 다르다. 감히 말한다면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로 전자적 질감의 극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던 에스뵤른 스벤슨 트리오의 노라 존스식 해석이라고 할까? 비록 트리오 편성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시 시작”이란 제목은 어쩌면 <Day Breaks>를 이으면서 새로운 지점을 향하는 음악 자체를 의미하는지 모른다.
새로운 앨범 소식이 반갑기는 하지만 기존에 발표된 싱글 곡에 3곡만 더 추가된 짧은 구성이라 다소 아쉬움을 느끼는 감상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규 앨범이 아닌 만큼 일종의 별미라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새로운 정규 앨범에 대한 갈망을 이 앨범을 들으며 달래는 것이다. 그리고 다채로운 질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노래가 주는 편안함-도시적 삶을 감싸고 위안을 주는-은 여전하니 그 자체로도 만족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녀의 다음 앨범은 어떤 것일까? 이 앨범에 담긴 다양한 스타일 중 하나가 될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재즈 애호가인 내 입장에서는 그녀의 다음 앨범이 재즈이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이번 앨범에 담긴 여러 가능성 중 그 어떤 것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 노라 존스는 노라 존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