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날이 한층 더 포근해지면서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직 새싹이 돋고 꽃이 핀 풍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얼마 있으면 그런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봄이 오면 나는 괜히 마음이 설렌다.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봄이 그런 기대를 품게 만든다.
하지만 올 봄은 그런 좋은 기대를 하기 전에 겨울보다 더 몸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 같다.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3월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이번 주 내내 농도 짙은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었고 이에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동되었다. 특히 수도권에 6일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은 2017년 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그동안 미세먼지 문제가 들려도 그리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써보지도 않았고 실내에 머무르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 전국을 뒤덮은 매우 나쁜 미세먼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은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미세먼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공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생각난 곡은 영국 그룹 홀리스가 1974년에 노래한 “The Air That I Breathe”이다. 원래 “For The Peace Of All Man Kind”로 유명한 앨버트 하몬드의 곡을 리메이크해서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역시 영국 출신 록그룹 라디오헤드의 대표곡 “Creep”이 이 곡 “The Air That I Breathe”를 표절했다고 해서 화제를 얻기도 했다. 실제 현재 Creep의 저작권에는 앨버트 하몬드의 이름이 라디오헤드와 같이 올라가 있다.
아무튼 이 곡은 사랑 노래다. 너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담배, 잠, 빛, 소리, 먹을 것, 읽을 책도 필요 없다고 하는 내용의 노래다. 그런 중 “너를 사랑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숨쉬는 공기뿐이다.”는 가사가 나온다. 말하자면 이 또한 너만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말일 텐데 요즈음 상황을 보면 그 공기조차 부족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