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즈 감상에 집중하기에 포크 계열의 음악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부족하다. J.S. 온다라의 앨범도 주로 재즈 앨범을 발매하는 버브 레이블에서 발매되지 않았다면 주의 깊게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후에 이 앨범이 정확하게는 버브 레이블 산하로 팝, 록, 포크 등의 앨범을 제작하는 버브 포어캐스트 레이블에서 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앨범의 첫 곡 “American Dream”을 들었을 때 다소 의아해했다. 재즈가 아닌데? 그렇게 이게 무슨 일일까 하던 중 두 번째 곡 “Torch Song”이 흘렀다. 한 1절이 지났을 무렵 당황스럽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는 듯한 느낌. 음악을 들으며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참 오랜만이었다.
무엇이, 내가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 포크 음악인데도 나를 감동시켰을까? 사실 앨범에 담긴 음악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기타가 중심에서 단순한 리듬을 연주하며 그 위로 J.S. 온다라가 중성적 음색으로 노래하는 것이 전부이다. 형식이나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음악이 장르, 그에 따른 연주와 사운드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연주자나 보컬이 자신의 마음을 감상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면 J.S. 온다라의 노래는 뻔한 이야기일 지 모르나 진실된 느낌이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느낌! 게다가 그것은 내 마음의 주파수와 공명했다. 그래서 장르와 상관 없이 내 가슴이 두웅~하고 울렸던 것이다.
J.S. 온다라는 케냐의 나이로비 출신이다. 그런데 그가 미국을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미국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약 5년 전부터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에 살게 된 것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살고 싶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자국과도 같았다.
케냐에 있을 때부터 그는 또래의 케냐 친구들과 달리 미국의 록음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중 밥 딜런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Knockin’On Heaven’s Door”가 건즈 앤 로지스의 곡이라 생각했던 소년은 밥 딜런을 좋아하게 되면서 음악적 삶을 꿈꾸었다. 그리고 미국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그에게 정식 음악 교육을 시킬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로 멜로디를 생각하고 가사를 써가며 미국에 건너가기를 꿈꾸었다. 다행히 그의 이모가 미국 미네아폴리스-밥 딜런의 고향이기도 한-에 살고 있었고 그 덕에 그는 2013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20세 때 미국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기타를 독학하며 밥 딜런은 물론 너바나, 닐 영 등의 곡을 자기 식대로 노래해 유튜브에 올렸다. 그런데 꿈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것이 입소문을 타고 지역 라디오의 DJ안드레아 스웬슨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그에게 앨범을 녹음할 기회로 이어졌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발매된 첫 앨범 <Tales Of America>이다.
이렇게 보면 올 해 26세인 j.S. 온다라의 삶은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그에게 미국은 분명 기회와 약속의 땅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첫 앨범의 타이틀은 그러한 그 자신의 성공적 삶을 담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는 미국인이 아닌 이방인의 입장에서 미국의 현실을 내우 객관적으로 노래한다. 앨범의 시작과 끝에 자리잡은 “American Dream”과 “God Bless America”가 좋은 예이다. 첫 곡에서 그는 “네가 찾는 것은 땅 아래 숨겨져 있다”며 미국의 희망을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 곡에서는 “내가 들어가게 해줄 수 있나? 그럴 여유가 있나?”며 꿈을 이루는데 어려움이 있는 미국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한다. 특히 마지막 곡은 분명 그 자신으로서는 미국에 와서 기타를 배워 5년만에 첫 앨범을 발표하게 해준 미국이지만 실제로는 갈수록 이민을 막는 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이야기라 할만하다.
그렇다고 이번 앨범을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꿈과 그 실현의 어려움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나를 제일 먼저 사로잡은 “Torch Song”의 경우 미국과 상관 없이 진정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 갈망을 담고 있다. “Television Girl”도 마찬가지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그 절망, 갈망, 쓸쓸함의 상태를 극복하게 해준다. (음악의 힘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
한편 J.S. 온다라는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음악을 준비하면서 밥 딜런의1963년도 명반 <The Freewheelin’ Bob Dylan>과 밴 모리슨의 1968년도 명반 <Astral Weeks>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이 두 앨범은 포크, 블루스가 아우러진 음악과 현실을 향한 싱어송라이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J.S. 온다라 또한 앨범의 제작을 담당한 마이크 비올라에게 두 명반처럼 어쿠스틱 기타와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있는 그대로의 날 것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마이크 비올라는 주인공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찾아냈고 녹음 또한 날 것의 느낌이 나도록 라이브처럼 단번에 진행했다.
그 결과 앨범은 포크를 기반으로 블루스적인 맛이 가미된 모습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피들), 첼로, 베이스, 드럼 등이 필요에 따라 가세하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J.S. 온다라가 연주하는 담백한 기타가 중심에 있다. 이러한 정갈한 사운드는 그의 노래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힘을 빼고 절망을 감추고 기쁨을 살짝 누른 듯한 창법에 담긴 J.S. 온다라의 솔직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 가운데 “Turkish Bandana”에서는 아예 무반주로 노래했는데 흑인의 영가 같기도 한 분위기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을 실감하게 해준다.
J.S. 온다라의 노래와 기타 연주 외에 그룹의 매력이 잘 드러난 곡도 물론 있다. “Saying Goodbye”가 그런 곡이다. 이 곡은 기타만큼이나 베이스와 드럼 등 리듬 섹션의 존재감이 잘 드러난다.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롤링 스톤은 J.S. 온다라를 “미국 포크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목소리”라고 했다. 사실 이제 첫 앨범이기에 이런 평가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앨범만큼은 오랜 시간 들리고 또 들릴 것이라 감히 예견해 본다. 진실은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