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재즈 콩쿠르 우승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색소폰 연주자 이선재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연의학을 전공하고 국내에 자리잡은 지금도 음악 활동과 함께 진료를 하고 있는 이색적인 이력의 연주자이다. (이 외에 그림과 학술활동도 하고 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네 번째인 이번 앨범은 “엔트로피”를 타이틀로 하고 있다. 엔트로피는 열역학에서 유영하지 않은, 그러니까 일로 변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함수이다. 열역학 제 2법칙에 다르면 모든 것은 사용 가능한 상태에서 사용 불가한 상태로 변화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질서에서 무질서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선재의 이번 앨범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나아간 재즈, 보통 프리 재즈라 말하는 어지러운 연주를 담고 있으리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앨범은 꼭 그렇지 않다. 절반 정도의 무질서와 그만큼의 질서가 공존한다. 크게 보면 “Daedalus”, “Icarus” 등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을 주제로 트럼펫 연주자 피터 에반스와 자유로운 즉흥 듀오 연주를 펼친 곡들과 “Alternative Facts”처럼 스윙하는 포스트 밥 스타일의 곡으로 나눌 수도 있겠는데 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피터 에반스와 함께 각각 스피커의 좌우에 위치해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펼치는 곡들의 경우 두 연주자의 개별 연주는 분명 자유로운, 그만큼 감상자들에게는 충동과 그에 따른 분출로만 가득한 어지러운 것으로만 들릴 것이다. 그러나 함께 들으면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듯 순간순간 서로의 연주에 반응하고 이끌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한 “Alternative Facts”에서도 리듬 섹션의 연주는 매우 질서정연하지만 피아노 없는 트리오 편성의 연주답게 이선재의 솔로는 매우 자유롭다. “Foxdeer”나 “Agent Entrophy”, “Entrophy”등의 그룹 연주에서도 테마와 앙상블이 존재하면서 그 정형을 벗어나는 리듬과 불협화음 또한 공존한다.
따라서 이선재가 이번 앨범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질서에서 무질서로의 이행과정이나 그 연결점이 아닌가 싶다. 나아가 우리 삶이 그 엔트로피의 증가 과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려 한 것 같다. 다소 복잡하고 난해해 보이는 그의 곡들이 실생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Agent Entrophy”는 집안 여기저기를 어질러 놓는 그의 어린 아들에게서, “Foxdeer”는 그의 강아지 이름으로 그 강아지의 돌발적 행동에서, “World On Fire”는 그가 좋아하는 오레곤의 콜럼비아 리버 협곡의 불에서, 스탠더드 곡 “Body and Soul”에 새로운 멜로디를 입힌 “Body”는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우리 삶은 안정적인 상태와 이를 부수는 돌발적 사건의 연속임을 생각하게 한다.
끝으로 긴장 어린 사운드에는 이선재 외에 트리오부터 퀸텟까지 다양한 편성 속에서 서로를 시야에 둔 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짜릿한 순간들을 연출한 참여 연주자들의 공도 컸음을 언급한다.
학부때..화학전공이라, 수업분위기가 어수선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며..드립을 치던…ㅋ
음…사실 멜로디가 주가 아니기때문에 듣는 순간 확~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멜로디보다 악기구성과 리듬, 악기들끼리 곡 전체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들으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닿을꺼란 생각이 드네요.
유투브에서 계속 리플레이해서 듣게 됩니다.
이런 앨범은 멜로디가 아니라 사운드 자체로 들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현대 추상화를 보듯이 말이죠. 멜로디를 찾기보다는 그냥 덩어리로서의 음악이 주는 느낌에 집중하는거죠. 그러면 말씀하신 세부적인 모습들이 보이더군요.
무엇보다 내가 이 음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고 그 이유를 찾다보면 감상은 음악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 없이 즐거워집니다.ㅎㅎ
완전공감합니다! 현대 추상화를 관람했을때 느낌을 비유하신게 와닿네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강박이 잘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재미있게 감상하셨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