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베스트 재즈 앨범을 소개한다. 국내 앨범은 별도로 정리했기에 뺐다. 올 해는 40장의 앨범을 골랐다. 지난 해보다 더 많은 앨범을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외면하기 어려운 앨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무지 30장으로 추릴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순서를 바꿔가며 고민했다. 사실 베스트 앨범 선정 작업의 재미는 이런 것이다.
전 해보다 더 많은 앨범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모든 앨범을 집중해서 들었던 것은 아니다. 음악이 잘 들리지 않는 시기가 있었고 그 때 들었던 앨범들은 상대적으로 내 관심을 덜 끌었다. 그래서 이번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정리하면서 보니 내가 기왕이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앨범을 듣는다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철저히 주관적임을 깨달았다. 특히 그 앨범을 들을 때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떠냐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물론 이를 지우려 노력하고 보다 음악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어디 그것이 완전할 수 있을까? 헛된 변명일 뿐이다.
따라서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의 반영일 뿐임을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2018년 내가 좋아한 40장의 앨범이 당신에게도 좋게 들렸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추억으로 남겨졌으면 좋겠다.
Charlie Haden, Brad Mehldau – Long Ago & Far Away (Impulse!)

듀오 연주는 사이 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는 친구를 그리게 하곤 한다. 찰리 헤이든과 브래드 멜다우의 이번 앨범도 기본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찰리 헤이든이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들 같은 브래드 멜다우를 한걸음 뒤에서 지켜보고 넘어지지 않게 도와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모든 곡을 매혹 자체로 만들었다. 특히 브래드 멜다우는 자신의 다른 앨범보다 더욱 더 반짝이는 연주로 귀를 사로잡았다. 이 좋은 연주가 찰리 헤이든 사후에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고인이 발매를 원했었음에도 말이다.
Trygve Seim – Helsinki Song (ECM)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러운 연주를 즐기는 연주자라 하더라도 인생에 있어 적어도 한번쯤은 부드러운 연주를 펼칠 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말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트릭베 세임의 경우 이번 앨범이 바로 그 때였다. 이전에 사실 아주 어려운 음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앨범처럼 선율이 명확하고 서정미로 가득한 앨범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핀란드 헬싱키에 이방인으로 체류하면서 쓴, 친구,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곡들이 연주자의 한 시기의 진실을 담은 듯해 좋았다.
Sophie Alour – Time For Love (Music From Source)

나는 프랑스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소피 알루의 매력은 여성적 부드러움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느린 템포의 연주이건 빠른 템포의 연주이건 그녀의 연주는 부드러웠다. 그것은 가끔 매력이 아닌 한계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그녀가 지닌 부드러움을 가장 잘 담아낸 것이었다. 그것은 스탠더드 곡들을 사랑 가득한 발라드 형식으로 연주하는 것에서 나아가 보컬들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고르고 노래하듯 연주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사랑스러운 발라드 앨범이었다.
Sylvie Courvoisier Trio – D’Agala (Intakt)

스위스 출신으로 아방가르드 재즈 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비 쿠르부아지에의 이번 트리오 앨범은 선배, 선조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타이틀답게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연주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버지, 오넷 콜맨, 제리 알렌, 존 애버크롬비, 이렌 슈바이처 등의 연주자부터 홀로 코스트 생존자로 여성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시몬느 베일, 조작가 마틴 퍼이어와 루이즈 부르주아에 이르는 여러 인물에 대한 음악적 헌정을 들려주었는데 그것이 결국에는 피아노 연주자의 현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줄만 했다.
Vincent Peirani – Living Being II (Night Walker)

아코데온 연주자 뱅상 페이라니는 자신의 악기에 부여된 우수의 정서를 수용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나약함은 거부하려는 듯 하다. 2015년에 이어 같은 편성으로 녹음한 이번 두 번째 <Living Being>은 이를 보다 확실히 느끼게 했다. 그렇다고 아코데온을 다르게 연주한 것은 아니다. 레드 제플린을 연주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바로 음악을 구성하고 전개하는 방식이 그랬다. 여전히 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질감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Anthony Jambon Group – Parallel Worlds (Just Looking)

팻 메시니의 영향을 받은 연주자들은 많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그에 갇혀 스타일의 모방의 차원으로 떨어지곤 한다. 그런데 프랑스 출신의 앙토니 쟝봉 그룹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역시 프랑스 출신인 올리비에 보제와 함께 나는 그를 팻 메시니의 영향을 가장 바람직하게 수용해 자신의 음악을 만든 연주자라 말하고 싶다.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의 그룹은 팻 메시니 그룹의 아기자기한 여행자적인 매력을 연상시키는 음악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데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선배의 그룹과 비슷했지만 풍경은 달랐다. 그것이 핵심이다.
Andrew Cyrille – Lebroba (ECM)

나는 프로 스포츠 경기 중 올스타전이 제일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유명 선수들이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음악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앤드류 시릴을 중심으로 와다다 레오 스미스, 빌 프리셀이 뭉친 아방가르드 재즈의 슈퍼 트리오는 그렇지 않았다. 올스타 전에서 만난 세 선수의 음악이 아니라 거액의 몸 값을 받고 뉴욕 양키스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에서 만난 세 선수의 음악이었다.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영원한 진실로 남을만한 설득력 높은 음악이었다.
John Coltrane – Both Directions at Once The Lost Album (Impulse!)

여러 차례 밝혔지만 나는 한 연주자의 사후에 그의 의도와 상관 없이 발매된 앨범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100%연주자의 의지가 반영된 앨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55년이 지나서야 공개된 음원의 주인공이 존 콜트레인이라는 사실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을 녹음하기 하루 전날의 연주였다. 음악? 물론 좋았다. 전설, 신화로 포장할 필요는 없지만 당시 발라드 성향의 앨범을 녹음하던 존 콜트레인의 1963년을 다르게 보게 했다. 달콤한 시절에도 그는 뜨거웠다!
MAST – Thelonious Sphere Monk (World Galaxy)

작곡가, 제작자인 팀 콘리의 일렉트로닉 음악 솔로 프로젝트인 마스트의 이 앨범은 델로니어스 몽크를 주제로 한 앨범 중 가장 독특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팀 콘리 자신이 연주하고 프로그래밍한 전자적 사운드에 재즈 연주자들이 솔로를 연주한 것이 형식적으로는 일렉트로 재즈라 할 수 있지만 실제 음악의 아기자기한 진행, 연주의 순도 등은 그 한정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또한 델로니어스 몽크의 아우라를 힘들게 넘으려 하기보다 작곡가의 변하지 않는 개성을 확인하게 한 것도 좋았다. 가장 적절하게 몽크의 탄생 100주년 기념한 앨범이었다.
George Colligan – Nation Divided (Whirlwind)

피아노 연주자 조지 콜리건의 솔로 앨범이다. 오랜만의 솔로 연주인데 녹음 당시 순간적으로 떠오른 연주와 준비된 곡의 연주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미미했다. 순간적인 작곡 능력 또한 훌륭하고 솔로를 고려한 작곡 또한 훌륭했기 때문이다. 앨범 타이틀이나 무거운 긴장을 머금은 상태에서 부드러이 비상하는 연주가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반됨의 음악적 표현이다. 바로 그것이 훌륭했다. 듀크 엘링턴의 “영감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것에서 온다”는 말처럼 꿈을 꾸는 듯한 연주였다.
Chick Korea – Triology 2 (Universal)

2013년 3장의 앨범으로 묶여 처음 발매된 칙 코리아,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래이드 트리오의 앨범은 연주자의 솔로 능력 그들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 내는 통합적인 사운드가 주는 견고함의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음악을 들려주었다. 다시 5년이 지난 후에 두 장의 앨범으로 정리되어 발매된 두 번째 결과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앨범과 연주 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압도적인 세 연주자의 존재감이 다시 나를 사로잡았다. 도대체 왜 정규 앨범 활동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만드는 명연이었다.
Arild Andersen – In House Sciences (ECM)

노르웨이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아릴드 안데르센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타미 스미스, 이탈리아 드럼 연주자 파올로 비나치아로 구성된 트리오의 이번 세 번째 앨범은 감상자의 피를 끓게 만드는 연주의 진미를 들려주었다. 오스트리아 공연을 담은 앨범에서 트리오는 베이스와 드럼이 색소폰을 목마 태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리를 묶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3인 4각(脚(의 발걸음 같은 연주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웠다. 여기에 모처럼 질주하는 아릴드 안데르센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앨범을 기억하게 했다.
Miles Davis & John Coltrane – The Final Tour The Bootleg Series, Vol. 6 (Columbia)

부틀렉 음원을 정규 앨범으로 발매한 것이기에, 즉 이미 오래 전에 여러 형태의 앨범으로 공개되었던 것이기에 과연 2018년의 앨범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손대면 데일 듯 뜨거운 존 콜트레인과 평정 상태를 지키려는 듯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대비가 주는 짜릿한 긴장과 전체 그룹 연주가 감동적이었기에 포함시켰다. (또한 역시 2018년에 발매된 존 콜트레인의 미공개 음원을 담은 앨범을 리스트에 포함시킨 것도 영향을 주었다.) 전설적인 그룹은 전설로 불릴만한 이유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앨범이었다.
Fred Hersch Trio – Live In Europe (Palmetto)

베이스 연주자 존 허버트, 드럼 연주자 에릭 맥퍼슨과 함께 한 트리오를 통해 프레드 허쉬는 그동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연주를 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에 잘 했던 것을 계속 잘 하는 것에서 나아가 트리오의 연주를 보다 극한으로 밀어부친, 한층 더 정교해지고 섬세해진, 최고 수준의 한계를 확장한 연주를 들려주어 놀라웠다. 꿈틀거리는 생동감 넘치는 연주가 짜릿했다.
Jean-Marie Machado – Impulse songs (Hortus)

그동안 나는 쟝 마리 마샤도의 앨범들에 대해 썩 만족하지 못했었다. 살짝 무엇이 부족한 느낌을 받곤 했다. 하지만 타악기 연주자 네 명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자신 또한 피아노를 건반을 두드린다는 차원에서 타악기처럼 연주하고 여기에 네 연주자의 다양한 타악기를 어울리게 한 음악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멜로디와 리듬 악기가 잘 어우러진 밴드 음악처럼 들렸다. 그것도 곡마다 편성이 다른. 그것이 신기했고 또 그 속에서 피아노 연주자의 서정성이 돋보여 인상적이었다.
Pat Martino – Formidable (High Note)

팻 마티노의 이번 앨범은 2006년 <Remember: A Tribute To Wes Montgomery> 이후 11년만의 스튜디오 앨범이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그리고 이 기타 연주자가 막 활동을 시작했던 청춘 시절의 재즈, 그러니까 1960년대의 주요 사조였던 소울 재즈로 채웠다는 점에서도 반가웠다. 그럼에도 그의 연주는 과거를 향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시간을 벗어나, 앞으로도 지속될 소울 재즈의 가장 아름다운 이상형을 생각하게 했다. 바로 여기서 노장의 뛰어난 능력을 확인하게 했다.
Bobo Stenson Trio – Contra La Indecision (ECM)

나는 피아노 연주자 보보 스텐손 트리오의 대표작을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2000년도 앨범 <Serenity>를 꼽는다. 실제 이후 드럼 연주자가 폴 모시앙을 거쳐 지금의 욘 푈트로 바뀌는 중에도 트리오의 음악적 방향은 <Serenity>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2000년도 이후의 앨범들이 <Serenity>를 뛰어넘지 못했다면 이번 앨범은 트리오의 어울림, 정서적 매력 등에서 <Serenity>가 도달했던 완성의 영역에 가장 근접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2018년 시작과 함께 발매된 앨범을 기억하게 했다.
Kenny Werner – Space (Pirouet)

키스 자렛만 자유로운 피아노 솔로 연주에 능한 것이 아니다. 피아노로 그에 준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연주자들은 많다. 케니 워너가 그런 경우다. 이번 솔로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는 상상을 연주로 표현하고 그것을 시간 속에서 지속시키는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또한 키스 자렛의 도쿄 앙코르 곡-선베어 콘서트가 아닌 1984년 콘서트에서 연주했던-을 연주해 일정부분 선배의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내는 한편 스탠더드 곡으로 자신의 음악적 시정과 개성을 표현했다. 이 모두 확신 강한 연주자의 뛰어난 결과물이었다.
Stephane Kerecki Quartet – French Touch (INCISES)

나는 베이스 연주자 스테판 케렉키의 앨범 <Nouvelle Vague>를 2014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한 적이 있다. 누벨 바그 영화의 음악들을 새로이 영화적으로 해석한 연주가 돋보이는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그것의 속편이라 할만하다. 이번에는 다프트 펑크, 에어, 쥐스티스, M83, 샤솔, 카빈스키 등 프랑스 일렉트로닉 그룹이나 연주자들의 곡들을 전자적 질감을 쏙 뺀 쿼텟 편성으로 연주했다. 그 자체가 흥미로웠는데 일렉트로적 질감이나 어법을 받아들인 재즈가 아닌 포스트 밥의 어법에 충실한 연주 또한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프랑스적이었다!
Cecile McLorin Salvant – The Window (Mack Avenue)

달콤하게 노래하는 백인 보컬들이 득세하는 요즈음 보컬 재즈는 음악적으로는 다소 진부한 것이 되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세실 맥로린 살방의 이번 앨범은 꼭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냥 남들과 다르게 노래했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보컬 재즈가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면서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감상자를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녀와 함께 한 피아노 연주자 설리반 포트너도 무시할 수 없다.
Brad Mehldau Trio – 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 (Nonesuch)

브래드 멜다우 또한 2018년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그 중 피아노 트리오 편성으로 선보인 이 앨범은 선택한 재료를 잘 다듬고 자신만의 손맛으로 요리할 줄 아는 브래드 멜다우의 능력, 그리고 그가 중심이 된 트리오 연주의 탄탄한 어울림이 여전히 매력적임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것이 익숙해 새롭다는 느낌은 덜하다. 그러나 진정 맛난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은 것처럼 그의 트리오 음악은 질리지 않았다. 게다가 근 10년 사이에 발매된 앨범 중에서 감상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래드 멜다우의 핵심을 담은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John Medeski’s Mad Skillet – Mad Skillet (Indirectico)

지금은 인기가 덜한 듯 하지만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의 음악적 훌륭함은 여전하다. 2018년에도 이 트리오는 <Omnisphere>로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존 메데스키가 독자적으로 결성한 그룹 매드 스킬렛의 앨범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거친 질감 속에 넘실대는 오르간을 중심으로 기타, 색소폰, 트럼펫 등이 어우러져 펑키와 록을 버무린 음악을 펼쳤는데 그 강렬함이 매혹적이었다. 절로 몸을 움직이게 할 정도였다.
Flavio Boltro BBB Trio – Spinning (Anteprima)

트럼펫 연주자 플라비오 볼트로를 나는 색소폰 연주자 스테파노 디 바티스타와 함께 생각하곤 했다. 그만의 리더 앨범이 여러 장 발매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마우로 바티스티(베이스), 마티아 바르비에리(드럼)와 함께 한 이번 BBB 트리오의 앨범은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확인하게 해주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렉트릭 밴드 시절의 음악에서 전기를 제거하고 트리오로 축소한 듯한 음악이었는데 단순미 속에서 발산되는 서정적 불꽃이 대단했다.
Tania Giannouli, Rob Thorne, Steve Garden – Rewa (Rattle)

그리스의 피아노 연주자 타니아 지아노울리의 2015년도 앨범 <Transcendence>을 그 해의 앨범으로 선정했던 적이 있다. 대조를 살린 작곡과 그리스적인 정서가 돋보이는 앨범이었다. 그런데 뉴질랜드 출신으로 전통악기 타옹가 푸오로를 연주하는 롭 손과의 함께 한 이번 앨범은 그와는 또 달랐다. 음악이 감상자를 꿈꾸게 하는 것이라면 이번 앨범은 과거와 현재가 얽힌 탈시간적이고 지도상에 없는 가상의 민속적 공간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이것은 두 연주자의 탐험가적 어울림을 통해 이루어졌다. 좌표를 정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니 발견하게 된 듯한 음악이랄까?
Joshua Redman – Still Dreaming (Nonesuch)

2007년도 앨범 <Back East>부터 조슈아 레드맨은 앨범마다 편성을 달리 했다. 즉, 매번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뜻, 그리고 그 시도들은 매번 설득력이 있었다. 이번 앨범의 경우 아버지-얼마나 사이가 돈독했는지는 모르지만- 듀이 레드맨이 활동했던 올드 앤 뉴 드림의 편성을 따라 피아노 없는 쿼텟 편성으로 녹음했다. 나는 이러한 시도들에 긍정적인 평가를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일종의 음악적 방황의 시기, 이른 나이에 경지에 도달해 좌표를 상실한 시기를 겪고 있음을 나타내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갈수록 그의 음악은 더욱 진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대중성과는 거리를 두는 것일 지라도 말이다. 여전히 꿈꾸고 있다는 타이틀은 바로 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Skydive Trio – Sun Sparkle (Hubro)

베이스 연주자 마츠 아일러츠센을 비롯해 기타 연주자 토마스 달, 드럼 연주자 올라비 루히부오리로 구성된 스카이다이브 트리오는 2015년도 앨범 <Sun Moee>부터 이카루스처럼 태양을 향하는 듯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것이 이번 앨범에서는 우주로 나아갔다. 수록곡부터 트리오는 우주선이 발사되는 과정을 그리게 했는데 공간감 가득한 기타를 중심에 둔 연주 또한 매우 우주적이었다. 그래서 앨범을 듣는 내내 어질어질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Sons Of Kemet – Your Queen Is A Reptile (Impulse!)

색소폰 연주자 샤바카 허칭스가 이끄는 선 오브 케멧의 이 앨범은 2018년의 가장 신선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나 싶다. 앨범에서 그룹은 재즈에 다시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맛을 가미한 색다른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흥미로웠던 것은 밝고 경쾌한 진행에도 느껴지는 일종의 원초적이고 주술적인 맛이었다. 게다가 나름 폭넓은 감상자 층을 향하려 한 듯한 팝적인 색채도 있어 음악을 더욱 이단적으로 느끼게 했다.
Michael Wollny – Oslo (ACT)

미하엘 볼니 트리오는 2018년 두 장의 앨범을 동시에 발매했다. 1주일 사이로 녹음된 것으로 하나는 스튜디오 연주를, 공연을 담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 스튜디오 앨범인 <Oslo>가 더 좋았다. 트리오는 이 앨범에서도 현대 클래식 작곡가의 곡들을 어두움이라는 소스에 비벼낸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제는 익숙한 트리오만의 질감이었지만 질리지는 않았다. 특히 에릭 쉐퍼(드럼), 크리스티안 베버(베이스)의 각별한 존재감은 이 앨범이 미하엘 볼니의 것만이 아님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Paolo Fresu Devil Quartet – Carpe Diem (Tǔk Music)

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주는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 후 참 활발한 앨범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에도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오랜만에 데블 쿼텟을 이끌고 녹음한 이 앨범이 제일 좋았다. 물고기가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듯한 싱그러움과 파올로 프레주의 낭만성 그리고 피아노 대신 기타가 가세하여 생긴 여백이 긴장 어린 곡에서조차 차가운 공기로 가득한 밤을 그리게 했다.
Michel Reis, Marc Demuth, Paul Wiltgen – Once In A Blue Moon (CAM)

피아노 연주자 미셀 레이스를 중심으로 베이스 연주자 마르크 데뮈스, 드럼 연주자 폴 윌트겐 등 룩셈부르그 출신의 연주자로 구성된 이 트리오를 나는 2016년도 앨범 <Places In Between>을 통해 알았다. 그 대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앞으로 이 트리오의 발걸음을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좋았다. 서정성을 지닌 산뜻한 연주의 모범을 보여준 음악이었다. 한편 미셀 레이스는 이 앨범 외에 솔로 앨범 <Mito>도 2018년에 발매했는데 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Chris Gall – Room of Silence (Edition)

2018년에는 뛰어난 피아노 솔로 앨범이 많았다. 크리스 칼의 이번 솔로 앨범도 그 중 하나였다. “침묵의 방”이라는 매혹적인 제목처럼 그는 고요함을 인정하고 그 속을 서정적인 멜로디로 채웠다. 키스 자렛의 <Melody At Night With You>의 고혹적인 밤에 버금가는 분위기의 서정적인 연주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달함만을 추구하지 않은 것도 좋았다.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맛의 연주였다고 할까?
Batagraf – Delights of Decay (Jazzland)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욘 발케가 이끄는 그룹 바타그라프의 음악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타악기적인 속성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음악이랄까? 그동안 ECM을 통해 발매된 앨범들의 경우 색다르기는 했지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4번째 앨범은 달랐다. 기존 편성에 트릭베 세임, 마티아스 에익, 그리고 보컬들이 가세한 음악에 담긴 이국적이며 시적인 맛은 시간이 사라진 가상의 공간을 그리게 했다.
Aaron Goldberg – At the Edge of the World (Sunnyside)

베이스 연주자 맷 펜맨, 드럼 연주자 레온 파커와 트리오를 이루어 녹음한 피아노 연주자 애런 골드버그의 이번 앨범은 리더가 살짝 돋보이면서 트리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이등변 삼각형 스타일의 연주가 매혹적이었다. 반짝이는 톤으로 노래를 이어가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드럼과 베이스가 피아노 연주자의 또 다른 손이라도 되는 듯 밀착된 연주를 펼치는데 그것이 매우 짜릿했다.
Frank Kimbrough – Monk’s Dreams : The Complete Compositions Of Thelonious Sphere Monk (Sunnyside)

지난 2017년은 델로니어스 몽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위해 여러 앨범이 기획, 발매되었는데 피아노 연주자 프랑크 킴브러프의 이 앨범은 기획 상으로만 보면 가장 야심 가득했다. 6장의 CD에 델로니어스 몽크의 곡들을 쿼텟 편성으로 연주한 것이다. 양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고인의 음악을 조망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좋았다. 그리고 현대적이면서도 몽크 생전의 시대를 향한 듯한 연주와 사운드도 좋았다.
Wolfgang Muthspiel – Where The River Goes (ECM)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타 연주자 볼프강 머스피엘의 2016년도 앨범 <Rising Grace>에 무척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같은 멤버로 녹음한 이번 앨범은 그보다 더 좋았다. 그 사이 발전된 그룹 연주와 깊어진 서정성으로 “다시”라기보다는 “또 다른”의 느낌을 주었다. 편곡, 구성, 연주 그리고 초반부를 지배하는 서정성의 측면에서 여러 차례 감상해도 지루하지 않은 앨범이었다.
Lithium – Red (Challenge)

리튬은 핀란드의 피아노 연주자 알렉시 투오마릴라, 베이스 연주자 욘네 타빗자이넨, 드럼 연주자 올라비 루히부오리로 구성된 트리오에 포루투갈의 기타 연주자 안드레 페르난데스가 가세한 쿼텟이다. 솔직이 이들의 음악은 그냥 트리오로만 연주되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한다. 그랬다면 더 높은 순위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투명한 서정미를 포스트 밥의 치열한 연주로 표현한 연주는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했다.
Quinteto Astor Piazzolla – Revolucionario (E54)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사망 이후 그의 아내인 로라 에스칼라다 피아졸라가 만든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룹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 앨범은 탕고 앨범이다. 그러나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재즈의 영향을 받았고 재즈에 영향을 주었듯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재즈의 입장에서 들어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정형화된 탕고의 양식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앨범 타이틀에 걸맞은 역동적인 연주와 정서의 흐름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Kate McGarry, Keith Ganz, Gary Versace – The Subject Tonight Is Love (Binxtown)

여성 보컬 케이트 맥가리와 기타 연주자 키스 간즈, 건반 연주자 게리 베르사체가 함께 한 이 앨범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그에 걸맞은 다양한 색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곡들은 거창한 주제와 달리 매우 개인적이었다. 템포가 있는 곡에서도 세 연주자의 연주와 노래는 시적이었다. 마치 음악 극을 보는 듯한 느낌. 그것이 좋았다.
Lee Konitz & Dan Tepfer – Decade (Verve)

색소폰 연주자 리 코니츠와 피아노 연주자 댄 테퍼의 두 번째 만남-실제로는 여러 해에 걸쳐 녹음된-을 담고 있는 이 앨범은 집에서 녹음했을 정도로 나이 차를 넘어선 두 연주자의 개인적인 어울림을 담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스냅사진이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듯 녹음된 두 사람의 즉흥적 만남은 음악적 긴장 속에서도 집의 내부를 은밀히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도 아름다운 집을.
Keith Jarrett – La Fenice (ECM)

키스 자렛의 앨범은 늘 올 해의 앨범에 버금가는 만족을 준다. 2006년 이탈리아 베니스 공연을 담고 있는 이 앨범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한층 더 현대적인 성향의 연주를 펼쳤다. 그래서 감상자들에게는 평소보다 깊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대신 멜로디가 확실한 표제 곡 4곡으로 긴장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전 그의 솔로 앨범들에 견줄 때 이곳과 저곳을 넘나드는 전경(全景)의 느낌은 덜했다. 그래서 10년 이상 앨범 발매가 미루어졌던 것은 아닌지.
조금이나마 낯익은 앨범은 2번뿐이지만^^ 첫번째 앨범 다른 분들도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훅…빠져있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일에 치이고 완전 번아웃되다가, 어느순간 안식처 찾듯이 재즈스페이스를 무의식적으로 들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음반들… 일목요연하게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감상해보려고요..
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편하게 찾아오세요. ㅎ
찰리 헤이든, 브래드 멜다우 앨범은 정말 오래 두고 듣게 될 앨범이라 생각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