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 재즈 앨범 10선(2018 Best Korean Jazz Albums)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늦게 2018 베스트 재즈 앨범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로 우리 재즈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지난 해에는 15장의 앨범을 소개했었다. 그러나 올 해는 10장으로 줄였다. 지난 해에 비해 발매된 앨범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모든 앨범을 다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내 눈에 들어온 앨범이 줄은 것은 확실하다.

지난 해 나는 우리 재즈 앨범을 소개하면서 하고픈 이야기가 있음에도 그것을 표현하는데 어눌해 보이거나 설득력이 부족한 앨범들이 많이 보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주자들이 타인의 음악을 조금 더 많이 듣기를 권했었다. 이번에도 이 말을 다시 해주고 싶다.

2018년 한국 재즈는 감히 말하는데 앨범만을 두고 보면 썩 좋지 않았다. 깊이가 부족하다고 할까? 자신의 내면만큼 외적인 부분도 신경 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어떤 정해진 틀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를 한국적인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인 것이란 우리 국악 등 전통 음악과의 상관성을 말하지 않는다. 그냥 도시 중심의 서정성이랄까? 이는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음악적으로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서정성은 멜로디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유럽적인 분위기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유럽은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재즈를 풀어낸 끝에 나온 결과이고 요즈음 우리 재즈는 미국적인 것에서 벗어나려 하면서, 과거 미국적인 것을 추종할 때처럼 유럽적인 것을 형식적으로 차용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스타일상 유사하며 내용은 가벼운 앨범들이 많다.

게다가 음원 중심으로 모든 음악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지만 싱글의 홍수는 매우 아쉽다. 매장 음악용으로 기계적으로 찍어내듯 만들어 낸 음원들을 제외해도 싱글이 너무 많았다. 그만큼 우리 재즈 환경이 어렵고 그 가운데 많은 연주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연주자들의 상상력이 자꾸 가벼워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문제작, 우수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수가 적었을 뿐.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베스트 앨범 선정이 쉬웠다. 그리고 덧붙이면 선정된 10장 외에 다른 모든 앨범들을 내가 앞서 말한 스타일상 유사하며 내용은 가벼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한 25장에서 30장 정도의 앨범까지는 10장의 선택을 고민하게 했다. 그 속에서 선택 기준은 결국 내 취향이었다.

My Shining Fingers – 이봉울 (Origin)

해외에서 발매된 피아노 연주자 이봉울의 첫 앨범은  “모던 재즈”의 전통을 충실히 수용하고 이를 다시 “모던”하게 사용한 바로 지금의 연주가 매력이었다. 익숙한 듯하면서 신선한 질감도 좋았고, 달려야 할 때는 달리고 속도를 줄여야 할 때는 줄이는 절제와 균형 감각 또한 훌륭했다.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곡을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연주자의 이야기이다. 

NEQ – NEQ (ECM)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를 중심으로 한 니어 이스트 쿼텟의 이번 세 번째 앨범은 세계적 레이블 ECM에서 발매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 동안 그룹은 국악과 재즈의 만남을 형식이 아니라 연주자들의 음악적 충동에 기인해 시도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창작곡과 함께 판소리, 민요 등을 소재로 그룹만의 음악을 만들어 내었는데 모두 훌륭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그룹의 최고는 비운의 첫 앨범이라 생각하지만 이번 앨범 또한 그에 준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호응을 얻을 것이다.

Song Of April – 이선지 (Sunji Lee & Page Turner)

피아노 연주자 이선지의 이번 앨범을 세월호의 비극을 주제로 했다. 그것이 다소 늦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 비극에 공감하고 가슴 아파한 끝에 나온 음악을 담고 있었다. 제목이나 제작 배경을 통해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로 이야기를 한 것인데 작곡은 물론 피아노 트리오와 스트링을 어울리게 한 편곡 모두 뛰어났다.

Neoliberalism – 정수민 (Lee Way)

베이스 연주자 정수민의 이번 앨범은 이 사회의 정치, 사회적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 했다. 게다가 그것이 구룡 마을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페단을 주제로 하는 한편 그에 대한 반대쪽 생각으로 사회주의까지 건드렸다는 점에서 과감했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그러니까 연주자가 사회 현상과 그 “주의”에 대해 느낀 것을 연주한 음악은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다웠다.

Late Fall – 송영주 (Blue Room Music Korea)

송영주의 피아노 솔로 공연을 담은 이 앨범은 즉흥적으로 상상력을 펼치는 연주자의 능력과 그녀가 평소에 품고 있었던 서정적 결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전 앨범에서 다른 편성으로 연주했던 곡들이 솔로로 새로이 연주되었다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한국 재즈에서 이런 솔로 앨범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큰 성과라 하겠다.

Philos – 박지하 (Park Jiha)

박지하의 음악은 국내에서는 국악 쪽으로 분류되곤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재즈 쪽에서 소화될 수 있다. 지난 2016년도 앨범 <Communion>에 버금가는 독창성을 보여준 이번 앨범의 경우 피리, 생황, 양금 등을 직접 연주해 만든 음악은 우리 전통 악기로 연주한 것에서는 국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박지하의 표현욕구를 바탕으로 소리를 쌓고 멜로디를 이어가는 방식은 매우 양악적이다. 그리고 재즈적이었다. 그것도 매우 훌륭한.

Strange Liberation – 서수진 (Night Birds)

드럼 연주자 서수진은 NEQ의 앨범에서도 뛰어난 연주를 펼쳤지만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마음껏 드러낸 것은 그래도 이 리더 앨범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역량은 드럼 솔로 연주가 아닌 각 연주자들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게 한 피아노 없는 쿼텟-오넷 콜맨의 초기 시절에 영감을 받은-의 조율에서 더 많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그녀는 개인적인 자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어우러진, 방종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담은 음악을 선보였다.

Myself – 준킴 (The Arts Label)

기타 연주자 준 킴은 빌 프리셀로 대표되는 공간적인 질감이 풍부한 몽환적인 톤의 연주에 강점이 있다. 나는 그의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자기 자신을 주제로 했다. “Jun Kim”이란 곡이 있을 정도로 기타 연주자로서 그가 지닌 음악적 색을 솔직 담백하게 보여주었다. 자신과 주변 관계를 표현한 음악이 그만큼 감상자에게 전달되었을 지는 미지수지만 음악으로 자신을 제대로 그릴 줄 아는 연주자는 바로 그 자신이 아니던가?

Strange But Beautiful You – 남유선 (Page Turner)

색소폰 연주자 남유선의 첫 앨범 <Light Of The City>를 들으며 나는 그녀가 직선적인 연주에 중점을 둔 앨범을 이어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두 번째 앨범은 그와는 달리 변신이라 할 정도로 작곡, 앨범의 구성에 집중한, 그래서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연주자로서 하고픈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었다는 것인데 사실 나는 여기에는 아주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여전히 이야기를 구현하는 그녀의 연주에 더 끌렸다.

Tschüss Jazz Era – Jungsu Choi Tiny Orkester (Challenge)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체적으로 빅 밴드 편성을 즐기지는 않는다. 개인적 느낌의 연주를 좋아하고 그것이 소편성 연주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국내 빅 밴드 재즈 앨범에는 손이 간다.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정수가 이끄는 타이니 오케스터의 이번 앨범은 기존의 우리 빅 밴드 앨범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현대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끌렸다. 게다가 보컬을 포함한 악기들이 절묘하게 교차하게 만든 편곡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집단성과 함께 개인성을 느끼게 한 밴드의 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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