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최고의 보컬로서의 인기를 누리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레고리 포터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2018년 4월 2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로열 앨버트 홀에서 있었던 공연을 담은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레고리 포터의 첫 라이브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그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애호가들에게는 간접적으로나마 그 갈증을 해소시켜주지 않을까 싶다.
로열 앨버트 홀 공연에서 그레고리 포터는 지난 2017년 가을에 발매했던 앨범 <Nat King Cole & Me>의 수록 곡들을 주로 노래했다. 앨범 <Nat King Cole & Me>는 그동안 자작곡 중심으로 노래했던 그가 처음으로 스탠더드 곡들, 그것도 냇 킹 콜이 즐겨 노래했던 곡들을 노래했던 앨범이었다.
그가 냇 킹 콜을 주제로 앨범을 녹음한 것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부재인 상태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는 냇 킹 콜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일종의 부성애를느꼈다. 그래서 부상으로 인해 미식축구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보컬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후 냇 킹 콜의애창곡들과 자작곡으로 구성된 반자전적 뮤지컬 <Nat King Cole & Me>를만들기도 했다. 그것이 발전해 2017년의 앨범으로 이어진것이다. 따라서 앨범 발매와 함께 시작했던 세계 투어 중 하나였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앨범 <Nat King Cole & Me>의 수록 곡들을 주로 노래한 것은 당연했다.
공연에서 그는 흥미롭게도 앨범에서와 거의 같은 분위기로 노래했다. 마치 스튜디오 녹음 현장을 공개하려 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공연이라고과하게 흥분하지도 않았으며 음정의 사소한 흔들림조차 없다. 스튜디오 앨범과 마찬가지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Mona Lisa”를 들어보자. 구수한 음색으로 모나리자를 부르며 시작하는 그의 노래는 스튜디오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다. “Nature Boy”의 경우 애잔한 슬픔을 담아 노래했던 2017년 앨범처럼 이번에도 그는 관객 없이 혼자 곡 속으로 들어간 듯 슬픔 가득한 정서로 노래한다.
스튜디오 앨범에서 어린 시절 냇 킹 콜에게서 아버지를 느꼈던마음을 담은 듯한 느낌으로 노래했던 “I Wonder Who My Daddy Is”는 공연에서도 잔잔한회상조의 분위기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냇 킹 콜에 대한 그레고리 포터의 감사를 느끼게 해준다. 보통 경쾌한 분위기의 라틴 풍으로 노래되던 것을 느린 발라드 형태로 노래해 특별했던 “Quizas Quizas Quizas”도 다시 한번 열정을 가라앉힌 여유로운 분위기로 노래되었다.
그의 노래를 감싸는 연주 또한 마찬가지다. 이날 공연은 피아노, 베이스, 드럼그리고 관악기 솔로 연주자는 바뀌었지만 사운드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인 오케스트라 부분은 앨범 <NatKing Cole & Me>에서도 연주를 담당했던 빈스 멘도사가 지휘한 런던 스튜디오 오케스트라가 함께 했다. 게다가 빈스 멘도사와 그레고리 포터는 스튜디오 앨범에 사용한 편곡의 핵심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 결과 마치 영화의 장대한 엔딩을 연상시켰던 “Mona Lisa”, “Smile”, “Nature Boy”등의 곡은 이번 공연에서도 극적인 오케스트라의 흐름으로 거대한 서사의 결말을 그리게 했다. 그것도 거의 유사한 편곡으로 말이다.
이처럼 그레고리 포터가 이 영국 공연에서 앨범 <Nat King Cole & Me>과 유사한 분위기로 노래한 것은 물론 앨범의 홍보를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냇 킹 콜을 주제로 하면서도 그 안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냈던 것을 직접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로열 앨버트홀 공연 앨범이 스튜디오 녹음에 박수소리만 더했다 싶을 정도로 판박이라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앨범을주의 깊게 감상하게 만드는 차이 또한 있다. “L-O-V-E”가 좋은 예이다. 스튜디오 앨범에서는 테렌스 블랜차드의 트럼펫 솔로가 등장했던 것과 달리 공연에서는 색소폰 연주자 타이본 페니콧이솔로를 담당했다. 그의 솔로는 경쾌한 곡의 흐름에 전통적인 재즈의 뜨거움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Ballerina”에서는앨범 <Nat King Cole & Me>에서보다 템포를 조금 더 빠르게 해서 흥겨운맛을 더 강화했다. 그리고 절규하는 듯한 분위기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가져다 주는 “When Love Was King”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자말 니콜스의 베이스 연주는 스튜디오 앨범에서는 또렷이 들을 수 없던 부분이다.
한편 로열 앨버트 홀 공연에서 그레고리 포터는 앨범 <Nat King Cole & Me>에 수록된 15곡외에 2016년도 앨범 <Take Me To The Alley>의 수록 곡 “In Heaven”과 “Don’t Lose Your Steam”, 2014년도 앨범 <Liquid Spirit>에담겼던 “No Love Dying”과 “Hey Laura” 등의 곡도 노래했다. 이들 곡에서도 그레고리 포터는 스튜디오 앨범의 핵심적인 부분은그대로 유지했다. 그래서 스튜디오 앨범을 듣는 듯한 편안함은 그대로이다. 그러나 앨범 <Nat King Cole & Me>의곡들을 노래할 때와는 다르게 차이를 보다 확연히 드러냈다. 그래서 “In Heaven”은 조금 더 담백해졌으며 “No Love Dying”과 “Don’t Lose Your Steam”은 온도 높은 색소폰 솔로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리고 “Hey Laura”는 스튜디오 앨범과 거의 유사하면서도 오케스트라가 가세해 한층 더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One Night Only”는 그만큼 로열 앨버트 홀의 공연이 유사한 내용으로 장소만 달리해 이어지던 여러 공연 중 특별한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무대의 주인공과 관객의 긴장과 공감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공연임을 생각하면 그레고리 포터에게 2018년 4월 2일 공연은 매우 특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앨범을 통해 영국 공연을 만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 단 한번의 공연, 단 하룻밤의 공연으로도 그레고리 포터의 음악적 진수를 맛볼 수 있다는 의미로 말이다. 실제 이번 앨범에 담긴 그의 노래는 왜 그가 정상의 보컬인지를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나아가 그의 공연을 더욱 더 갈망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