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n On Me – José James (Blue Note 2018)

우리는 매일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특정 연주자나 보컬 혹은 특정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 밖의 음악을 아예 듣지 않을 수는 없다. 또한 그렇게 다양하게 음악을 듣다 보면 감상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에게도 해당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도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음악적 영향과 영감을 받아 새로운 음악을 만들곤 한다. 더 발전적인 경우는 아예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의 제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의 주인공인 호세 제임스는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는 재즈와 소울, R&B, 힙합, 가스펠, 펑크, 일렉트로닉, 록 등 대중 음악의 여러 부분을 아우르는 음악을 선보여왔다. 지난 2015년 빌리 할리데이를 위한 헌정 앨범 <Yesterday I Had The Blues>에서 어쿠스틱 질감이 돋보이는 재즈 사운드를 선보인 후, 2017년 앨범 <Love In A Time Of Madness>에서 전작과 확연히 다른 소울, R&B 스타일의 사운드로의 이행이 그 좋은 예이다. 이것은 그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어왔고 이를 자양분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재즈와 기타 다른 흑인 음악을 아우르는 폭 넓은 지지층을 구축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그의 이력을 지켜봐 온 감상자들은 이번에는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Love In A Time Of Madness>에 이은 R&B, 소울 스타일의 음악을 담고 있다. 그것도 한층 더 정통적인 맛을 강화한 R&B, 소울 스타일의 음악이다. 여기에는 이번 앨범이 1970년대를 풍미했던 빌 위더스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호세 제임스는 존 콜트레인을 주제로 한 앨범 <For All We Know>(2010),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빌리 할리데이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Yesterday I Had the Blues>(2015) 등 자신이 존경하고 영향을 받은 재즈 연주자와 보컬을 향한 헌정 앨범을 선보였다. 이들 앨범에서 그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담백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 경의와 애정을 드러냈다. 빌 위더스를 향한 이번 앨범이 전통적인 의미의 R&B, 소울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의 의미라 하겠다. 실제 호세 제임스는 “빌 위더스는 당신이 평생 사랑할 곡들을 썼어요. 나는 그의 음악에 힙합 비트를 넣거나 10분 가량의 비밥 솔로로 곡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어요. 딱 한 가지만 올바르게 하면 되었죠. 죽이는 밴드를 만들고 녹음 테이프를 돌리고 곡들을 연주하는 것 말이에요.”라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요소를 넣는 것을 지양하고 빌 위더스의 사운드를 엄격히 존중하는 것은 작, 편곡에 대한 존중으로 귀결된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위해 호세 제임스는 타이틀 곡 “Lean On Me”를 비롯해 “Ain’t No Sunshine”, “Grandma’s Hands”, “Lovely Day”, “Use Me”, “Just TheTwo Of Us”등 이 대로 빌 위더스의 베스트 앨범을 만들어도 좋을 명곡 12곡을 노래했다. 이들 곡들을 그는 빌 위더스의 영향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거의 비슷한 스타일로 노래했다. 이를 위해 앨범의 첫 곡 “Ain’t No Sunshine”을 들어보자. 인트로 없이 곧바로 노래가 시작되는 것은 물론 인상적인 베이스 라인과 기타가 빌 위더스의 원곡과 마찬가지로 등장한다.“Grandma’s Hands”는 어떠한가? 여기서도 템포는 느려졌지만 기타와 베이스의 그루브는 원곡과 마찬가지다. “Hello Like Before”에서는 몽환적인 키보드 이후 기타 인트로 연주까지 원곡과 동일하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앨범 <Winelight>(1981)에서 노래해 큰 인기를 얻었던 “Just The Two Of Us”에서도 키보드와 베이스 인트로와 이어지는 리듬까지 원곡과 상당히 유사하다.이 외에도 “Hope She’ll Be Happier”나 “Kissing My Love” 등 수록 곡 대부분이 원곡의 환영을 담고 있다. 빌 위더스가 노래해도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한번 이번 앨범을 들으며 동시에 빌 위더스의 베스트 앨범 하나를 골라 비교 감상해 보기 바란다. 아마도 상당한 유사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호세 제임스는 왜 이리도 빌 위더스의 사운드를 재현하려 애썼을까? 앞서 말했듯이 빌 위더스의 작, 편곡이 지닌 매력을 해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가 빌 위더스의 곡을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좋아하는 곡을 노래할 때 원곡자의 분위기를 어설프게 따라 하는 것처럼 그 또한 빌 위더스의 곡을 좋아한 나머지 즐겨 듣는 것을 넘어 따라 불렀을 것이다. 그것이 이번 헌정 앨범에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이전 존 콜트레인과 빌리 할리데이를 향한 앨범들이 음악적 영향을 드러내는 것에 그쳤다면 빌 위더스를 향한 이번 앨범에서는 너무나도 좋아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팬으로서의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드럽고 윤기 나는 톤과 힘을 뺀듯한 창법 등 여러모로 호세 제임스의 목소리까지 빌 위더스의 목소리를 닮은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래도 원곡과 유사하게 사운드를 구성하고 노래한 것은 조금 과한 경의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물론 호세 제임스는 원곡의 편곡을 100% 따르지는 않았다. 원곡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세세한 부분에서는 자신의 서명을 넣었다. “Lovely Day”에서 랄라 하더웨이와 함께 노래해 색다른 맛을 부여한 것, “Ain’t No Sunshine”, “Grandma’s Hands” 등의 곡에서 원곡의 스트링 사운드를 제거하고 중간에 키보드나 피아노 솔로 연주를 넣어 길이를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리듬 파트의 비중을 강화하고 질감을 현재에 맞춘 것도 이 앨범이 과거를 빌 위더스의 시대를 지향하지만 현재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 이전 헌정 앨범의 대상이었던 존 콜트레인과 빌리 할리데이가 세상을 이미 떠나고 없는 뮤지션이었던 반면 빌 위더스는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뮤지션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과 달리 이번 앨범은 세상을 떠나지 않은 뮤지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호세 제임스는 빌 위더스의 음악을 좋아한 나머지 평소 그의 공연에서 빌 위더스의 곡들을 종종 노래하곤 했다. 그런 중 많은 음악 영웅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살아 있는 빌 위더스에 대한 헌정 앨범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직접 빌 위더스를 만나기도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만남이었던 것 같은데 그 사이 그는 10년간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여기에 호세 제임스가 빌 위더스 생전에 그에 대한 헌정 앨범을 만들기로 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빌 위더스의 음악에 담긴 삶에 대한 희망, 긍정적인 자세가 어지러운 현재에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내게 기대라고(Lean On Me), 상황이 좋아질 수만 있다면 나를 이용하라고(Use Me),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Hope She’ll Be Happier), 나를 늘 걱정했던 할머니처럼(Grandma’s Hands) 노래했던 빌 위더스의 곡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희망과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앨범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이미 위대함을 인정받은 빌 위더스의 음악은 호세 제임스로 인해 다시 한번 새로운 세대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 뮤지션의 음악에 새로운 영속성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헌정의 핵심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뛰어난 헌정 앨범이다.

2 COMMENTS

  1. 요즈음 출근길에 계속 듣고 있는 앨범입니다. 원곡과 매우 유사하지만 좀더 세련되게 편곡한 느낌. 특히 Just The Two Of Us. 들으면 그런 느낌이 강하네요. 목소리의 중독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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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특정 연주자나 보컬 혹은 특정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 밖의 음악을 아예 듣지 않을 수는 없다. 또한 그렇게 다양하게 음악을 듣다 보면 감상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에게도 해당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도...Lean On Me - José James (Blue Not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