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세명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앨범 <Travel Guide>(2013), 전통적인 기타 트리오 편성의 앨범 <Driftwood>(2014) 이후 기타 연주자 볼프강 무스피엘은 2016년 브래드 멜다우, 앰브로스 애킨 무사이어, 래리 그르나디에, 브라이언 블래이드 등 최고의 연주자들과 퀸텟을 이룬 앨범 <Rising Grace>를 통해 실내악적인 울림이 강한 연주를 담은 들려주었다. 이 앨범은 평단과 감상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타 연주자는 드럼 연주자만 에릭 할란드로 대체된 같은 편성으로 다시 한번 앨범을 녹음했다. 하지만 전작의 성과에 기대려 했다기보다 그 사이 발전된 그룹 연주와 깊어진 서정성을 담고 있어 “다시”라기보다는 “또 다른”의 느낌이 더 강하다. .
특히 지난 앨범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었던 편곡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섬세해졌다. 기타 연주자는 모든 악기들이 명확한 울림을 만들고 이것이 또렷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연주의 흐름, 나섬과 물러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말 그대로 실내악적인 울림이 강한 음악을 만들어냈다.이는 피아노와 기타의 역할 배분에서 잘 드러난다. 기타 연주자는 브래드 멜다우와 멜로디와 코드의 연주를 필요에 따라 나누는 한편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을 거의 소거하는 방식의 편곡으로 사운드를 정돈했다. 대신 서정적인 분위기의 솔로 곡 “Buenos Aires”와 드럼만을 배경으로 연주한“Panorama”를 통해서 미처 발산하지 못한 기타 연주를 펼쳤다.
볼프강 무스피엘이 지향하는 다섯 악기가 잘 드러나며 조화를 이룬 사운드의 이상은 타이틀 곡에서 잘 드러난다. 이 7분 40여 초의 곡에서 다섯 연주자는 시시각각 나서고 물러서고를 반복하며 퀸텟 외에 트리오나 쿼텟의 느낌으로 제목만큼이나 유려한 진행을 보인다. 그래서 개별 연주가 아닌 그 합이 만들어 낸 전체 사운드의 서정성을 잘 느끼게 해준다.
한편 악기들의 어울림을 통해 서정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중에서도 긴장을 만들고 해소하며 짜릿한 흥분을 만들어 내는 연주적 즐거움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이 앨범의 뛰어난 부분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제목에서만큼은 “Someday My Prince Will Come”에서 영감을 얻었음이 확실한 “One Day My Prince Was Gone”이나 모든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어울린 “Clearing”,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들 곡은 각 연주자들의 자기 표현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결정되었는데 특히 트럼펫-피아노-기타가 서로의 영역을 유지하며 솔로를 주고 받는 부분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나아가 브래드 멜다우가 작곡한 “Blueshead”에서는 비밥의 전통을 담은 연주로 퀸텟의 음악의 현재성이 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앨범 초반의 서정적 부분만 담겨 있었어도 앨범은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탄탄한 연주가 자리잡고 있어 더욱 듣는 재미를 주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