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 나이로 50세였다. 사인은 심장마비. 그 전부터 그는 신장에 관련된 병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한 합병증이었을까? 한편 신장병은 마약 중독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가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나 기사는 없다. (나만 몰랐을 수도 있다) 다만 무대에서의 모습 등에서 마약 중독을 추측하는 팬들에서 시작된 루머가 있었다. 그러나 근 10년간 솔로 앨범을 내지 않았던 것을 보면 문제가 있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사이 다른 연주자들의 앨범에는 이름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마저 최근 몇 년은 그마저 뜸했던 것을 보면 마약 때문이었건 아니건 건강 이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그는 1990년대 재즈의 핵심 전통을 새로이 계승하려 했던 영 라이언들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시대와의 소통 중에 힙합,소울,R’nB 등의 음악을 수용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연주자로서의 치열함은 잃지 않았다. 어떤 사운드에서도 그는 그만의 연주를 할 줄 알았다. 그것이 그가 거리낌 없이 여러 스타일의 음악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그가 원숙한 음악을 할 수 있었을 40대를 그냥 사이드맨으로서만 보낸 것이 아쉽다.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해 마약을 했다? 모르겠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러 스타일 속에서도 자신의 연주를 펼칠 수 있었던 그였음에도 마약 앞에서는 영혼을 잠식당한 안타까운 영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2병 같은 말로 세상에서 허용된 유일한 마약이라는 음악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의 삶이 안타깝다.
그의 앨범들 중에 나는 10년 전인 2008년에 발표한 <Earfood>를 제일 좋아한다. 내가 국내반 라이너 노트를 썼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 앨범에서 그의 작곡,편곡,연주는 정말 좋았다.
그 중 루 마리니의 곡을 연주한 ‘Starmaker’는 기분이 가라 앉은 밤이면 종종 듣는 애청곡이다. 그의 떠남을 애도하는 곡으로도 제일 좋지 않나 싶다.
10년의 삶을 아쉽게 보냈지만 그 전 20년의 삶만으로도 그는 재즈의 반짝이는 별로 남기에 충분하다. 스스로 만든.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는건, 어렵죠. 개인적으론…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는 시점과 상관없이자신에게 던져진 삶을 살아낸 것 자체만으로도 이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찌됐든 음악의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계속 리플해서 듣고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실 잡지사에서 제게 부고 관련 글을 요청할 때는 제가 좋아했던 인물이 아니면 하지 않으려 하고 있네요.
던져진 삶을 살아낸 것 자체만으로 이해받아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네요.
내가 내고싶은 소리랑 가장 가까운 롤모델이자 이상형이었고 로이의 음악을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은 어차피 죽으니까 그러려니 하겟다. 근데 가슴이 푹 가라앉는 듯한 기분은 무시할수가 없다.
기도할게 r.i.p roy
트럼펫을 연주하시는 군요. 사람은 떠났어도 음악은 남았으니 계속 그의 연주를 들으며 추억하는 것이 제일 좋은 애도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