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ght – James Francies (Blue Note 2018)

블루 노트는 재즈 레이블의 명가이지만 그렇다고 늘 하나의 스타일만을 고수하지 않았다. 현재도 블루 노트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담은 앨범을 제작하는 중에도 새로운 경향의 음악을 담은 앨범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호세 제임스, 로버트 글래스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재즈, 힙합, R&B, 록 등을 넘나들며 80주년을 앞둔 레이블을 젊게 만들고 있다. 또한 트리오 고고팽귄은 일렉트로닉 질감을 강화한 트리오 음악으로 피아노 트리오의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휴스턴 출신으로 이번에 첫 앨범을 발매한 피아노와 키보드를 연주하는 제임스 프랜시스도 그 대열에 포함된다. 다양한 색들이 모여 그의 프로필을 만들고 있는 앨범 표지처럼 올 해 23세의 젊은 건반 연주자는 자신의 첫 앨범에서 질감의 측면에서 어쿠스틱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조합하고 스타일의 측면에서 재즈 본연의 화려한 솔로와 힙합, R&B, 일렉트로니카의 현대적인 리듬을 결합한 음악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몽환적인 분위기의 “Dreaming”에서 전자적인 질감으로 현란하게 반복되는 리듬 패턴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맛을 내는가 하면 “Leaps”나 “Dark Purple” 같은 곡에서는 우주적인 기타와 공간 사이를 메우는 드럼을 통해 록적인 맛을 낸다. 또한 샤카 칸을 대표하는 곡을 호주 출신의 보컬 케이트 켈시 숙과 함께 새로이 연주한 “Ain’t No Body”에서는 힙합을 가미한 네오 소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절친이기도 한 보컬 예바와 함께 만든 “My Day Will Come”에서는 보컬과 피아노의간결한 편성으로 가사에 담긴 희망의 정서를 담백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스타일이 혼재된 음악은 여러 모로 선배 피아노 연주자 로버트 글래스퍼를 연상시킨다. (두 사람은 휴스턴의 공연 및 시각예술 고등학교(High School for the Performing and Visual Arts) 동문이기도 하다.) 특히 로버트 글래스퍼의 그룹 익스페리먼트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데릭 허지가 이번 앨범의 제작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로버트 글래스퍼가 앨범마다 스타일을 달리하면서 자신의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쳤다면 제임스 프랜시스는 그것을 종합하고 응축하려 했다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질감, 새로운 사운드를 추구하는 중에서도 솔로로 대변되는 재즈의 전통적인 매력이 조화를 이루게 했다는 점에서 이 젊은 연주자를 다르게 보게 한다.

실제 제임스 프랜시스는 작곡이나 솔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어쿠스틱 사운드를 결합시키려 했다고 했다. 크리스 포터의 색소폰과 조엘 로스의 비브라폰이 제임스 프랜시스의 피아노의 맞은 편에서 뜨거운 솔로를 펼치는 “Reciprocal”, 마이크 모레노의 기타와 제임스 프랜시스의 피아노 솔로가 포스트 밥의 매력을 발산하는 “Sway”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프로그래밍에 가까운 정확하고 빠른 드럼을 배경으로 색소폰, 비브라폰, 키보드가 솔로를 이어나가는 “Crib”-그의 고향에서 쓰는 말로 휴스턴을 의미한다-은 새로운 사운드와 재즈의 전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그의 의지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제임스 프랜시스가 팝적인 새로움에 경도되어 있으면서도 재즈 본연의 맛을 유지하려 했던 것은그가 재즈의 전통에 단단한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재즈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오스카 피터슨, 곤잘로 루발카바, 아트 테이텀, 앨런 홀스워스, 마이크 모레노, 프레디 허바드, 니콜라스 페이튼, 리 모건, 클리포드 브라운 등의 재즈의 전통을 만들고 유지한 연주자들의 영향 속에성장했다. 전문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 후에도 그는 로린 힐, 나스, 호세 제임스, 커먼, 코닥 블랙, 챈스 더 래퍼 등 힙합, R&B 쪽의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하는 한편으로 팻 메시니, 크리스 포터, 제프 테인 와츠, 스테폰 해리스, 에릭 할란드 등 재즈의 리더들과 함께 연주하며 꾸준히 재즈의 중심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이력이 현재와 과거가 종합된 음악을 담은 앨범을 만들게 했다.

이제 막 비행(Flights)을 시작했기에 그의 미래를 속단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후 그가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음악을 끌고 나갈지 궁금하게 한다. 설령 그것이 실망으로 귀결될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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