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오재철의 세 번째 앨범이다. 이전 두 앨범에서 그는 빅 밴드 편성과 트리오-트럼펫, 피아노, 베이스-편성의 연주를 펼쳤다. 이번 앨범은 퀸텟 연주가 주를 이룬다. 이전 두 앨범에서도 정교한 작곡과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나는 이번 스몰 앙상블 연주가 음악적 응집력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연주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완된 흐름 속에서도 긴장을 잃지 않는 솔로 연주의 이어짐, 그리고 그 솔로 악기들의 겹침과 분리의 과정이 상당히 촘촘하다.
또한 앨범은 시간을 주제로 감상을 하게 만든다. 작, 편곡 외에 상승의 순간에서도 푸른 불꽃처럼 이지적인 연주가 특히 그렇다. 시간을 반복적인 음 하나를 바탕에 두어 표현한 “시간”을 비롯해 “시계추”, “다시”, 그리고 “Time Stands Still”은 시간의 운동성, 지속성을 음악적, 정서적 차원 모두에서 전달한다. 단속적인 피아노 음 하나로 이루어진 “심해”와 그에 이어지는 “물결” 또한 바다 이전에 반복과 규칙의 차원에서 시간과 상통한다.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선언”도 시간의 한 변곡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곡들에 비해 서정성이 강한 “틈”은 좀 다르다. 이것은 물리적 시간보다는 그 엄숙함 속에서 솟아난 심리적 시간을 그리게 한다.
글쎄 오재철이 시간을 앨범 주제로 상정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연주자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감상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재즈적이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