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8년 주기로 ECM에서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기타 연주자 스티브 티벳의 새 앨범이다. 타악기 연주자 마크 앤더슨, 첼로 연주자 미셀 키니가 함께 했지만 트리오라기보다는 기타 연주자의 솔로 연주에 다른 두 연주자가 필요에 따라 참여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앨범에서 스티브 티벳은 근 50년이 된 낡은 12줄 마틴 기타와 가끔 피아노를 연주해 나른한 분위기의 추상적인 연주를 펼쳤다. 게다가 각 곡들이 유사한 분위기를 띄고 있어 전체적으로 동양의 명상적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고 기타 연주자가 앨범 타이틀처럼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심각하게 제시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 앨범에 담긴 음악의 추상성은 인생은 알기 어렵다는 사실에서 더 기인하는 것 같다. 각각의 수록 곡은 ‘에밀리’, ‘조엘’ 등의 구체적 이름부터 ‘누군가(Someon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체의 삶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주제가 된 사람들은 스티브 티벳이 동네 카페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 그러니까 옆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다시 말해 삶의 전모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곡들이 추상적인 동시에 모호하게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우발적으로 만나 표면적으로 보여진 삶에 대한 음악적 기록이 그 추상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결국 그 타인들의 삶이 나의 삶과 닮았음을 부지불식간에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