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고희안과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의 듀오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 두 연주자는 쇼팽의 클래식을 주제로 삼아 프렐류드, 녹턴을 중심으로 환상-즉흥곡, 왈츠, 볼레로, 발라드 등의 곡을 연주했다. 모두 쇼팽을 대표하는 곡들인 만큼 한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곡들이다.
그런데 이 폴란드 작곡가에 대한 두 연주자의 접근이 매우 흥미롭다. 두 연주자는 스탠더드 곡처럼 클래식의 유명 테마를 재즈 위에 얹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화된 연주를 펼쳤다. 이를 위해 두 연주자는 “Nocturne Op.27, No.2”에서처럼 쇼팽의 멜로디를 때로는 단순화하고, 때로는 “Fantaisie-Impromptu Op.66 (Posth)”처럼 전체 중 특정 부분을 집중해서 연주하기도 하며, 때로는 “Nocturne Op.37, No.1”처럼 원곡의 정서를 보다 강화해 연주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쇼팽을 새로이 연주했다. 그래서 쇼팽의 클래식을 잘 알고 있는 감상자라면 한층 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겠다.
개인화했다지만 그렇다고 피아노의 시인의 음악에 담긴 우아함, 낭만성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반대로 쇼팽을 존중한다고 해서 재즈적인 맛을 줄이지 않았다. 사실 이들 대립항들이 함께 어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쇼팽의 음악에 잠재되어 있던 자유분방함을 재즈적인 자유로움으로 치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쇼팽의 음악에 대한 두 연주자의 깊은 애정에서 이번 앨범이 출발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