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토마추 스탕코가 지난 7월 29일 바르샤바에서 세상을 떠났다. 우리 나이로 77세, 사인은 폐암이었다.
1942년 7월 11일에 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제슈프에서 태어난 트럼펫 연주자는 폴란드 재즈는 물론 유럽의 아방가르드 재즈에서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공산주의 독재 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중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재즈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1958년처음으로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공연을 통해 재즈의 자유를 느꼈다. 그러나 음악적인 영향은 오넷 콜맨, 돈 체리, 마일스 데이비스, 조지 러셀 등으로부터 받았다.
1960년대부터 그는 전문 연주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폴란드 재즈의 핵심 인물로 남아 있는 크리즈토프 코메다 그룹에서의 활동은 음악적으로 많은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코메다 그룹 활동 이후 그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글로브 유나이티 오케스트라, 돈 체리, 에드바르드 베살라, 아담 마코비츠, 세실 테일러, 아릴드 안데르센, 욘 크리스텐센 등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하며 연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 그러니까 30년 이상의 시간 동안 그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주목 받는 연주자 이상의 성과는 얻지 못했다. 이런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 ECM레이블에서 앨범 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실 그는 1976년 앨범 <Balladyna>를 녹음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 앨범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또한 <Matka Joanna>(1995), <Leosia>(1997) 등 다시 ECM으로 돌아와 발표한 초기 앨범들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랬던 것이크리즈토프 코메다의 곡들을 연주한 앨범 <Litania: Music of Krzysztof Komeda>(1997)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부터 그의 앨범은 발매될 때마다 너른 관심을 받았다. 특히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트럼펫 톤은 많은 감상자들을 매료시켰다. 2013년 나와 개인적으로 했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어두운 톤을 좋아한다고 했다. 성격 또한 어두운 편이라 했다. (반면 자신이 어두운 나라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밝은 면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음울한 회색 빛 연주는 당시 20대 초반의 세 연주자로 구성되었던 마르신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와 함께 했던 <Soul of Things>(2002), <Suspended Night>(2004), <Lontano>(2006)에서 절정에 달했다. 이들 앨범에서 그의 어두운 연주는 감상자로 하여금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 고독한 밤의 사색, 먼 곳에 대한 동경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성공에 도취하지 않았다. 새로운 음악을 향해 그는 뉴욕으로 건너가 미국의 젊은 연주자들과 <Wislawa>(2013), <December Avenue>(2017) 등의 앨범을 녹음했다. 이들 앨범에서도 회색 빛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러면서도 이전의 그룹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그러나 이 “무엇”은 더 이상의 발전을 보지 못하고 멈추었다.
천천히 공간에 스며드는 그의 어두운 연주를 듣노라면 나는 모노크롬의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검거나 희거나 아니면 회색인 그 세계, 그만큼 모든 것이 단순, 간결한 세계를 그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음울한 음악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기에 그가 햇살이 뜨거운 여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7월 29일 바르샤바의 날씨는 종일 흐렸고 밤 늦게는 비까지 내렸다고 한다. 그의 음악에 어울리는 날씨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연주 참..좋네요…뒤늦게 알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개인적으로 ‘고독한 밤의 사색’을 느끼게하는 단조풍 음악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삶의 허무함이 아닌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네요.
아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군요. 저는 허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소실점을 느꼈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