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첫 피아노 솔로 앨범 <Late Fall>을 발매한 피아노 연주자 송영주를 만났다. 10년 이상 활동하며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한 연주자임에도 늘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낯선 청춘: 이번 <Late Fall>이 첫 번째 솔로 앨범인 거죠?
송영주: 처음이죠. 그동안 10장의 앨범이 나왔지만 솔로는 처음이죠.
낯선 청춘: 그러면 트리오나 쿼텟 같은 그룹 연주와 솔로 연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송영주: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사실 (솔로 연주가) 막연했어요.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솔로 연주나 공연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솔로 연주는)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키스 자렛이, 브래드 멜다우,, 프레드 허쉬를 비롯한 여러 연주자들의 솔로 피아노 앨범들을 들으며 와! 어떻게 저렇게 연주할 수 있을까? 하면서 남의 일처럼 생각만 했죠. 그런 중 솔로 피아노 공연 요청을 받은 거죠. 당연히 다른 때였다면 피했을 거에요. 그런데 이제는 그만 피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낯선 청춘: 때가 되었다?
송영주: 아니 때가 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그냥 피하지 말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공연을 했는데. 너무나 힘들었어요.
낯선 청춘: 어떤 부분이요?
송영주: 항상 제 곡은 드럼솔로 기타솔로 등 악기 별로 솔로를 돌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혼자서 한 곡을 완성하면서 한 시간 반을 공연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그 느낌 자체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른 연주자와 함께 했던 것이 대단히 감사하고 좋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낯선 청춘: 그러면 다음에 바로 트리오 앨범을 하시겠네요? (웃음)
송영주: 당연하죠. 당분간은 솔로 피아노 연주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솔로 연주를 하면서 느낀 것은 밴드 연주는 자유로이 연주를 하더라도 짜인 구조 안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어느 곳으로 가버릴 수 없잖아요. 서로 약속된 틀 안에서 해야 하니까……그런데 솔로 연주는 제가 시작했지만 어디로 갈 지 몰라요. 정말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낯선 청춘: 그래도 어느 순간 돌아와야 하잖아요.
송영주: 그 돌아오는 것도 어떤 묘미가 있어요.
낯선 청춘: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서 자유롭게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연주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인가요?
송영주: “Seven Years”, “Late Fall”이 그랬던 것 같은데요.
낯선 청춘: 물론 공연 전에 연습을 하셨겠지만 그래도 공연 당일의 기분이나 공연장의 분위기가 연주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아요.
송영주: 그렇죠. 100% 즉흥 연주니까요.
낯선 청춘: 그럼 공연 당일 기분은 어떠셨어요?
송영주: 대기실에서 무대 화면이 보이거든요. 무대에 피아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걸 보니 매우 떨리더라고요. 그 장면에 제게는 매우 낯설었어요. 항상 다른 악기가 같이 있는 무대만 보고 섰었으니까요. 그래서 많이 긴장했어요. 연주 전부터 모험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연주하는 동안에도 위험한 순간을 만나서 그것을 헤쳐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계획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 없이 혼자서 자유 여행을 하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만나는 여행 같았죠.
낯선 청춘: 앨범을 들으면 첫 곡 “Prelude”부터 “Late Fall”, “Uncharted Road”에 이르는 초반 연주가 멜랑콜리한 맛이 강하더라고요, 물론 이전 다른 앨범에서 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 솔로 연주는 그 느낌이 더하거든요. 그래서 공연 당일 기분을 여쭤본 거였어요.
송영주: 그날 제 기분은 상관이 없었어요. 그냥 긴장되고 떨렸어요.
낯선 청춘: 감상자 입장에서 아무리 잘하는 연주자라도 연주를 하다 보면 내 생각과 달리 손가락이 엉뚱한 음을 치거나 하는 순간이 한번은 올 것 같거든요.
송영주: 당연히 있죠.
낯선 청춘: 그런데 트리오 같은 밴드 연주를 할 때는……
송영주: 감춰지고 얹혀가기도 하고 그러죠.
낯선 청춘: 그러면 이번 앨범이 담고 있는 공연에서도 그런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나요?
송영주: 많았죠. 당연히 많았죠.
낯선 청춘: 그러면 이번 앨범에 빠진 곡들에서 그런 실수가 있었나요?
송영주: 실수한 곡도 있었고 겹치는 느낌의 곡들도 있어서 뺐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롤도 연주했는데 그것도 뺐고요.
낯선 청춘: 이번 앨범에 담긴 곡을 보면 새로운 곡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8곡은 지난 앨범 5장에서 선곡을 하셨는데 어떤 기준으로 고르신 건가요?
송영주: 솔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은 곡들을 추렸어요. 밴드와 공연할 때는 다른 악기와 재미있게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곡들을 연주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평소 공연에서 잘 연주하지 않았던, 저에게서도 잊힌 곡들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앨범이 쌓이면서 제가 쓴 곡이지만 저로부터도 소외되는 곡들이 꽤 많아요. 예로 “Late Fall”은 지나가는 곡처럼 생각했던 곡이에요. “Uncharted Road”같은 곡도 그냥 앨범의 마지막 곡 정도의 느낌 이상은 아니었어요. 그런 것이 이번에 솔로 연주를 하면서 제가 쓴 곡이지만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되었어요.
낯선 청춘: 저도 앨범에서 말씀 하신 두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으로는 마지막 곡 “His Love”였고요.
공연에서 “His Love”는 앙코르 곡이었어요. 이 곡이 담긴 <Jazz Meets Hymns> 앨범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 곡을 연주하게 되었어요. 앙코르 곡이니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아는 곡을 연주하면 좋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His Love”를 라이브로 처음 연주한 것 같네요. 찬송가 앨범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낯선 청춘: 곡이 많으시네요. 처음 라이브로 연주한 곡도 있는 것을 보면. (웃음) 한편 이번 앨범에는 발라드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솔로 공연이기에 그리 하신 것인가요?
송영주: 그런 면도 있지만 실제 공연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곡은 조금 빠르게 연주하기도 했어요. 지난 5월 11일 이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스윙감 강한 스탠더드 곡들도 연주했어요.
낯선 청춘: 그러셨구나. 이번 앨범에 담긴 솔로 연주를 이전 앨범에서 밴드와 함께 연주하신 것과 비교해서 들어봤어요. 그랬더니 같은 발라드 연주라도 솔로 연주가 더 느리더군요. 그것도 의도된 부분인가요?
송영주: 의도라기보다 정형화된 템포나 리듬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멜로디의 흐름에 더 초점을 두고 연주한 결과인 것 같아요.
낯선 청춘: 혼자 연주하면 모든 공간을 다 채울 수 없잖아요. 게다가 느리게 연주하면 그만큼 여백이 더 느껴지잖아요. 그렇다면 밴드 연주할 때에 비해서 공간을 더 채워야겠다는 부담은 없었나요?
송영주: 많았어요. 아까 말한 긴장감이 바로 말씀하신 그 부분 때문이었어요. 다른 연주자가 함께 했다면 그 연주자가 솔로 연주할 때 쉴 수 있는데 혼자라서 쉬지도 못하고 얹혀갈 리듬도 없고 내가 모든 것을 맡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제가 10년 정도 활동했지만 다시 첫 공연, 처음 음악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긴장이었어요. 그러면서 아! 이런 긴장이 지금 내 시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저는 새로운 시작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낯선 청춘: 그런데 트리오나 다른 밴드 공연을 할 때도 중간에 솔로 연주를 한 두 곡은 하셨을 것 아니에요?
송영주: 안 했어요. 두려웠어요.
낯선 청춘: 그 조차도! 야! 그랬군요.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 공연장의 분위기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앨범을 듣다 보면 라이브는 라이브인데(완전 라이브죠!) 박수 소리가 모든 곡에서 나오지 않아요.
송영주: 의도적으로 딱 한 곳에만 박수소리를 넣었어요. 공연할 때는 곡마다 박수소리가 있었지만요. 어떤 곡은 제가 의도적으로 끝내면서 다음 곡으로 바로 연결해서 박수를 치기 애매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앨범에 담긴 곡들의 순서가 실제 공연과 좀 달라요. 그래서 매 곡 사이에 박수 소리를 넣는 것이 조금은 산만한 느낌을 줘서 뺐어요.
낯선 청춘: 미셀 페트루치아니가 생각나네요. 미셀 페트루치아니는 관객 박수소리가 싫어서 메들리로 준비한 곡을 연주하기도 했거든요. 박수 소리가 집중력을 해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웃음)
송영주: (웃음) 괜찮은 방법이네요.
낯선 청춘: 곡들을 연결해서 연주하기도 했다고 하셨는데 “Winter Sea/Snow Fall”이 그런 경우인가요?
송영주: 그 곡들은 아예 완전히 이은 것이고……공연 전부터 그렇게 연주하기로 마음 먹었던 곡들이에요. 한 곡처럼 테마를 중간에 넣어서 쭉 연결했어요.
낯선 청춘: 그러면 곡이 맞았던 것인가요? 애초부터? 좀 달랐던 것 같은데.
송영주: 조도 다르고요. 하나는 4분의 4박이고 하나는 4분의 3박으로 전혀 다른 곡이에요. 그런데 들으면 마치 하나 같은 느낌을 주지 않던가요?
낯선 청춘: 맞아요. 그리고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든 생각인데 작곡을 피아노로 하시죠? 그렇다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곡이 처음 작곡했을 때의 곡의 가장 첫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영주: 제가 작곡할 때 드럼, 베이스와 함께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네요. 작곡할 때의 그 자세, 혼자서 피아노를 치면서 곡을 써나갔던 대로 돌아간 셈이네요. 그래도 이번 앨범은 다른 악기와 함께 하던 것을 혼자서 했다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아요. 제가 쓴 곡이지만 멜로디와 코드를 사전에 외우고 연주 당일 어떻게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솔로를 펼친 것이라는 거죠. 한편 이번 솔로 연주를 통해서 앞으로 밴드와 함께 할 때 더 창의적인 연주를 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밴드 연주가 너무 고파요. 6월에 밴드 공연이 하나 있는데 그 날이 무척 기다려져요.
낯선 청춘: 어찌 보면 새로운 활동 영역이 생긴 셈이네요. 솔로와 밴드 연주를 오가면서 질리지 않게……
송영주: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낯선 청춘: 그러면 이번 앨범에서 유일한 새로운 곡 “Reminiscence”는 이전에 밴드로 연주한 적이 있나요?
송영주: 아니요. 이번 솔로 연주가 처음이에요. 이제 밴드로 연주해야죠. 빨리 하고 싶어요. (웃음)
낯선 청춘: 이 곡은 공연에 즈음해 만드신 거죠?
송영주: 네. 연습하다가 나온 곡이에요.
낯선 청춘: 곡 제목은?
송영주: “회상”은……곡을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어요. 그리고 곡의 느낌을 물었더니 다들 추억, 되돌아보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불륜”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요. (웃음) 그리고 솔로 공연이 준비 과정부터 지난 제 곡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아서 새로운 곡의 제목을 그리 정하게 되었어요.
낯선 청춘: 요즈음 활동을 보면 수호의 솔로 곡에 함께 하는 등 가요 쪽 활동도 많은 것 같아요.
송영주: 수호 외에 성시경, 나윤권. 박재정, 정준일 등과 함께 하기도 했죠.
낯선 청춘: 그렇게 단순 세션도 아니라 “피처링 송영주”로 나오는 가요 연주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 재즈 연주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송영주: 제 이름을 쓰는 것은 제가 요구하지는 않고요. 상대 쪽에서 요청하면 거절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연주에 있어서도 상대가 제가 조금 더 많은 부분에 참여하기를 요구하곤 해요. 그냥 세션 연주만 하지 않고 편곡적인 부분에 참여하는 식으로요. 연주도 자유로운 편인데 그래도 가요니까 아무래도 제한적인 면이 있죠.
낯선 청춘: 요즈음 등장하는 우리 신인 연주자들을 보면 자작곡 중심으로만 앨범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을 좋게 생각하면서도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자작곡으로만 연주하면 연주자로서 자신의 부족한 면을 감추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송영주: 자기 성향에 맞는 곡만 쓰게 되니까. 맞아요.
낯선 청춘: 네. 이렇게 스탠더드 곡과 거리를 두고 자작곡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영주: 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위험한 생각인 것 같아요, 재즈 연주자로서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자는 늘 이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또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자작곡이잖아요. 약간 비판적으로 생각하면 요즘 새로운 우리 연주자들이 모두 모던한 스타일에 치중되어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스탠더드를 연주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부족한 연주력을 숨기려 한다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낯선 청춘: 제가 질문을 잘못한 것 같네요. 그러니까 자작곡 중심이니까 연주력보다는 작편곡력이 더 많이 강조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거에요.
송영주: 연주자라면 사실 곡도 곡이지만 자신의 연주력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여기에 곡까지 잘 쓰면 더 좋고요. 저도 계속 생각할 부분이고요.
낯선 청춘: 평소 연주를 보면 감상자에게 설득력 강한 멜로디, 한번 들으면 또 듣고 싶게 만드는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
송영주: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늘 반주를 해왔어요. 노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반주를 오랫동안 했죠. 그러면서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제가 듣고 자란 음악들이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음악들이에요. 그것이 의도하지 않아도 제 색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낯선 청춘: 색소폰 연주자들을 보면 보컬을 대신해 노래하듯 연주할 때가 있는데 영주씨의 피아노 연주도 그런가요?
송영주: 완전히. 노래하죠. 숨이 차도록 노래하죠.
낯선 청춘: 그럼 보컬 앨범을 만드세요. (웃음)
송영주: 노래를 못하니 피아노로 하죠. (웃음)
낯선 청춘: 한편 멜로디를 강조한 연주를 하다 보면 조금은 가볍게 흐르는 경향이 많잖아요. BGM 음악처럼 말이죠. 패턴화된다고 할까? 그런데 영주씨의 연주는 멜로디를 강조하면서도 왼손 연주는 그렇게 달착지근하게만 하지 않으려 해서 좋습니다. 균형감이랄까요?
송영주: 솔로 공연을 통해서 전 오히려 왼손이 참 제한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럼, 베이스가 없으니까 그동안 제가 해왔던 버릇, 습관들이 드러났는데 그래서 왼손이 그동안 너무 단순한 일만 해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솔로 연주를 한 시간 반은 해야 하는데 그 단순함으로는 한 두 곡 연주는 가능하지만 10곡 이상을 연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곡에서는 왼손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연구, 연습이 필요함을 느꼈어요.
낯선 청춘: 그러면 이번 앨범은 원점으로 돌아와 연주했다는 의미만큼 새로운 출발의 의미도 있네요.
송영주: 네. 앞으로 새로운 것을 더 시도하고 더 깊어지도록 노력해야죠.
낯선 청춘: 요즈음 듣고 있는 앨범은 무엇인가요? 가요건 팝이건 재즈건 장르 상관 없이요.
송영주: 일단 제가 요즈음 팬텀 싱어 우승자 중 김현수씨의 솔로 앨범을 편곡하고 연주하면서 가곡을 많이 듣고 있어요. 그런데 슈베르트 가곡 왜 이리 좋아요? 오페라 곡도 많이 듣고요. 들으면서 내가 모르는 분야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브래드 멜다우의 <After Bach>를 듣고는 다시 바흐 악보집을 꺼내서 연주를 해보고 있어요. 사실 지난 겨울 방학에 제가 클래식 레슨을 받았어요. 유학시절 맨하튼 음대 다닐 때 친했던 클래식 전공하던 후배에게 받았어요. 저는 그 친구에게 재즈적인 면을 레슨했구요. 고 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슈베르트, 쇼팽, 바흐 등의 곡을 연주하는데 다양한 부분을 표현한 곡들을 연주하면서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보다 새로워진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재즈를 연주하면서 약간 제한된 영역에만 접근했다면 다시 넓게 나아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현대 곡들도 더 연습해 보고 싶어요.
낯선 청춘: 그렇다면 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반영된 새로운 트리오 앨범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까요?
송영주: 저는 늘 앨범이 나오면 그 다음 앨범을 생각해왔어요. (웃음) 뭔가 그런 부분이 연결될 수 있겠죠.
낯선 청춘: 꾸준한 앨범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요즈음 음반 시장이 많이 가라앉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송영주: 요즈음 저도 고민이에요. 답을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만 해도 발매는 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가 머뭇거려져요.
낯선 청춘: CD 플레이어가 없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송영주: 네. 하물며 차에도 없데요. 그래서 이게 뭐지? 내가 지금 CD 앨범을 발매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지? 하면서 힘도 빠지고 시장이 바뀌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해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낯선 청춘: 사실 음원으로 시장이 이동하는 것이 대세라 생각하긴 해요. 그런데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음원이 성에 안차거든요.
송영주: 그래도 제가 구식인지는 몰라도 싱글이나 EP 앨범은 제가 앨범을 제대로 낸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LP를 만들더라도 계속 소장 가치가 있는 앨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저도 음원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을 막거나 제한하고 싶지도 않아요. 해야죠.
낯선 청춘: 네. 그러셔야죠.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환경 변화에 따라 상상력도 영향을 받거든요. 하나의 앨범에 여러 곡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9곡을 뛰어넘는 더 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을 만나기 힘들다는 거죠.
송영주: 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 이유에서라도 계속 여건만 된다면 핑계대지 말고 앨범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낯선 청춘: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송영주: 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아울러 오타 두 군데 신고합니다.
족구요 -> 좋고요
음원과 CD에 대한 대답이 담긴 단락에서 낯선청춘 -> 송영주
오타와 오류 지적 고맙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다보니 잘 안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지적이 늘 반갑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