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프리셀의 음악은 크게 재즈로 분류되지만 실제 그의 음악은 재즈를 넘어 포크, 컨트리, 블루그래스, 아방가르드 등 다양한 스타일을 가로지른다. 이것은 장르와 상관 없는, 말 그대로 빌 프리셀의 음악을 추구한 결과이다. 제작자 리 타운젠드와 다시 손잡고 만든 이번 앨범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이번 앨범은 빌 프리셀의 솔로 앨범이다. 그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수십 장의 앨범을 녹음했지만솔로 앨범은 2000년의 <Ghost Town>, 2013년의 <Silent Comedy> 이렇게 두 장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연주자들과 만나 그들과 대화하듯 연주를 주고 받으며 음악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솔로 앨범이라고 하지만 <Ghost Town>에서도 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루핑을 통해 즉석에서 반주를 만들거나 오버 더빙을 통해 연주의 층을 두터이 하는 등 보통의 솔로 앨범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드러냈다. 일렉트릭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외에 우크렐레, 루핑 등도 적극 사용했다.
또한 이번 앨범에 담긴 15곡 모두는 그의 자작곡들이다. 게다가 그 중 “Change In The Air”, “Thankful”, “What Do You Want”, “Miss You”, “Go Happy Lucky” 등의 곡들은 이번 앨범을 위해 처음 선보이는 곡들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곡들은 평소 그가 해온 음악적 매력과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예를 들면 “Thankful”은 지금까지 그와 함께 했던 연주자들과 가족을 위한 곡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포크적인 분위기로 시작해 단순한 테마를 반복하며 층을 두텁게 하고 여기에 전기적 질감을 강조해 나가는 흐름이 말로 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외에 목가적 블루스의 분위기 속에 유쾌함, 행복 등의 정서를 그리 과하지 않게 풀어낸 “Go Happy Lucky”같은 곡도 빌 프리셀의 음악이 주었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새로운 곡들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앨범의 진정한 매력은 이전에 다른 앨범에서 다른 편성으로 연주했던 곡들을 다시 연주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에서 기타 연주자는 “Rambler”,“In Line” 등 초기 ECM 시절의 앨범에서 선보였던 곡들 외에 “Ron Carte,” “Pretty Stars” “Monica Jane” “The Pioneers” 등 이전에 선보였던 여러 곡들을 새로이 연주했다. 이들 곡들을 그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듯 연주하지 않았다. 솔로 연주가 주는 새로움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했다.
그래서 그의 대표곡의 하나라 할 수 있는 “Rambler”는 전자적인 효과를 배경에 두긴 했지만 멜로디를 강조한 솔로로 ECM 시절에 비해 한층 담백해진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보너스 트랙으로 담은 다른 버전에서는 아예 효과 없이 연주하여 훨씬 더 곡 자체의 맛이 잘 드러나게 했다. <East/West>, <Blues Dream> 등의 앨범에서도 연주했던 “Ron Carter”도 마찬가지다. 베이스 연주자 론 카터를 향한 이 곡에서 빌 프리셀은 반복되는 베이스, 코드 연주 등을 차례로 쌓아가며 복합적인 층을 지닌 곡으로 만들었지만 이전 연주에 비해 한층 정돈된 분위기로 어쩌면 작곡 당시에 떠올랐을 법한 곡의 원형을 생각하게 해준다. 한편 앨범 <Good Dog Happy Man>에서 그룹 연주로 선보였던 “The Pioneer”의 경우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 연주로 축소해 곡에 담긴 전원적인 정서를 새로이 표현했다.
한편 <Blues Dream>에서 연주되었던 “Pretty Stars Were Made to Shine”을 이번 앨범에서는“Pretty Stars”와 “Made to Shine”으로 나누어 연주해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했다. 말을 타고 전원을 달리는 듯했던 컨트리 풍의 원곡이 비해 나무 그늘에 앉아 시골 풍경을 바라보는 분위기를 지닌 두 곡은 같은 테마를 연주한 것이지만 흥미롭게도 각기 시작과 끝의 느낌이 난다. 빌 프리셀의 표현력이 매우 섬세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빌 프리셀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평소 그의 절친한 친구인 반조 연주자 대니 반스가 하던 말을 따라 “Music Is Good”으로 정하려 했다고 한다. 그랬다가 너무 의미를 한정하지 말자는 생각에“Good”을 생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솔로 앨범은 저절로 “Good”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목가적 정서로 정리할 수 있는 빌 프리셀의 음악이 지닌 편안한 부분을 잘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Bill Frisell Music Is Good”이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