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쟝 마리 마샤도는 지금까지 다양한 편성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변화, 진화를 시도해왔다. 그 편성의 변화는 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새로운 연주자들과의 만남이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시도만큼 그의 음악이 좋았냐 하면 내 경우 쉽게 그렇다 하고 말하기 어렵다. 새로운 편성, 새로운 연주자가 외부 요인이라 할 때 그의 음악은 외부 요인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곤 했다. (재즈 스페이스에 올라온 리뷰만 해도 평점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런 중 이번에 발매한 새 앨범은 (개인적이지만)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여러 앨범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결과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앨범을 들어보자.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멜로디와 리듬 악기가 잘 어우러진 밴드 음악으로 들릴 것이다. 게다가 곡마다 편성이 바뀌는 여러 연주자들이 참여한 음악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장 마리 마샤도와 타악기 연주자 네 명이 함께 한 앨범이다. 즉, 타악기 중심의 음악이라는 것.
피아노는 건반 악기지만 그 원리는 현을 두드리는(타건) 것이다. 피아노 또한 안에 타악기의 성질을 지녔다는 것이다. 피아노 연주자는 이런 사고로 타악기와의 협연을 이어갔다. 그래서 피아노와 타악기의 만남이 아닌 어울림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케이반 쉐미라니, 크리스티앙 아무이, 지젤 다비드, 마리옹 프레티니 등 피아노와 함께 한 타악기 연주자들은 재즈에만 국한되지 않는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지닌 인물들이다. 실제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탐탐, 심벌 등의 알려진 타악기부터 자브, 우두, 일본 타악기(그릇으로 된) 등 전통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실로폰, 마림바, 비브라폰, 글로켄슈필 등 음을 연주할 수 있는 타악기도 연주한다. 그래서 리듬 이상의 풍성한 어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편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수록곡 대부분은 “Impulse”를 제목에 포함하고 있다. 타악기의 울림을 “충동”이라 표현한 것인데 사실 다섯 연주자의 어울림은 충동적이기보다는 정교함에 있어 매우 이성적이다. 그래서 타악기 중심의 음악이라고 해서 몰아의 경지로 이끄는 현란한 리듬의 향연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가장의 민속적 공간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민속적 색채가 없지는 않지만 그 이상으로 현대적인 색채감이 강하다. 여기에 장 마리 마샤도의 피아노는 다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움을 발한다. 그 가운데 “Stories Impulse”는 그의 자작곡 가운데 가장 서정미가 돋보이는 곡이 아닐까 싶다.
‘정교함에 있어 매우 이성적이다’란 말씀 완전 공감합니다. 공연영상보고 저도 모르게 박수를..^^ 꼭 CD로 듣고 싶은 충동이.
어울림이라는 것, 즐거움이라는 것은 모두 정신을 차리고 상대를 존중할 때 생기는 것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연주죠. 충동적이라 해도 말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