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젠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라인 술타노프와 피아노 연주자 이스파 사랍스키의 듀오 앨범이다. 아제르바이젠 출신 연주자들의 조합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이스파 사랍스키가 피아노보다 오르간을 주 악기로 연주해 색소폰-오르간 듀오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를 자극한다.
살펴보면 색소폰-오르간 듀오는 흔하지는 않지만 아주 없지는 않았다. 당장 생각해도 얀 가바렉이 키엘 욘센과 함께 한 앨범 <Aftenland>, 토레 브룬보그와 케틸 베르크스트란드의 <Gull, Røkelse Og Myrra>가 떠오른다.
언급한 앨범들은 모두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인지 오르간이 미국 소울 재즈의 오르간과는 다른 중세 교회의 성스러운 맛이 강했다. 색소폰 또한 이에 맞추어 경건한 분위기를 표현하곤 했다.
라인 술타노프와 이스파 사랍스키의 연주도 마찬가지다. 오르간이 절대적 존재를 향한 경외감을 표현한다면 색소폰은 그를 향한 애잔한 동경의 정서를 표현한다. 게다가 라인 술타노프의 연주는 여러 모로 얀 가바렉을 연상시킨다. 그것도 힐리어드 앙상블과 함께 했을 때의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과 슬픔을 담은 연주를 생각하게 한다. 그 가운데 “Prelude”는 키스 자렛의 <Sun Bear Concerts>앨범에 담긴 “Encore From Tokyo”에 얀 가바렉이 솔로를 펼친 듯한 느낌을 주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곡이라 생각한다.
두 연주자는 이번 앨범을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괴테의 자연관과 인간관 그리고 불교에 영향을 받아 정신세계와 영혼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지학’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생각하면 이번 앨범 <Cycle>은 인간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Prelude”로 시작해 “Silence”로 끝나지만 그 전에 “Reincarnation”을 두어 앨범 타이틀이 윤회를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앨범을 듣는 내내 나는 종교적이지는 않아도 잔잔한 (강)물이 있고 그 위에 돛 없는 배가 떠서 움직이지 않는 몽환적인 장면을 생각했다. 글쎄 그것이 탄생 혹은 윤회 직전의 풍경일까? 그것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고요한 풍경에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이러한 내 말에 어쩌면 신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이교도의 음악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꼭 그렇지는 않다. 상상은 그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니 말이다. 그보다 이 음악이 어떤 평정과 경건의 상태로 감상자를 이끈다는 것에 더 집중한다면 만족스러운 감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앨범 소개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들어보니 공감이 많이 가는 음악이네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은 음악이라 했는데…얀 가바렉 음악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ㅎㅎ
네 차가움의 정도는 다르지만 경건한 맛과 공간적 느낌이 얀 가바렉을 많이 떠올리게 하죠. 특히 “Prelude”는 더 하죠. ㅎ 고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