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사이먼을 노래한 보컬들은 많다. 그런데 이 앨범만큼 고인을 생각하게 하는 앨범이 있었을까? 니나 사이먼이 노래만큼이나 작곡에 능했던 만큼 그녀를 주제로 한 후배들의 앨범들 대부분은 레퍼토리에 한정되곤 했다. 사실 그것 이상 하기도 쉽지 않다. 더 이상 무엇이 있을까?
남성 보컬 아비아 또한 니나 사이먼의 레퍼토리를 노래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비아의 노래에 담긴 니나 사이먼의 그림자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의도적이었겠지만 그의 창법과 음색은 니나 사이먼을 많이 닮았다. 특히 슬픔을 머금은 듯한 정서는 절로 니나 사이먼을 떠올린다.
그가 니나 사이먼을 노래하게 된 것은 평소 그녀의 음악과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아예 니나 사이먼처럼 노래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그만큼 그가 니나 사이먼과 창법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그 비슷하게 노래하는 것이 그로서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유를 느꼈다고 하니 비단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렇다고 단지 니나 사이먼을 잘 흉내 냈기에 이 앨범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발라드에 집중된 아비아의 노래가 니나 사이먼에게서 나올 수 있었을 잠재적인 노래를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트링 섹션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포크 같기도 한 사운드 또한 여러 모로 니나 사이먼과 흡사하면서도 그녀가 생존했다면 이런 음악을 선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잠재적 현재성을 생각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를 한 곳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헌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