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분야에서 인기 읽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선택한 책이다. 얼마 전 읽었던 <중세의 아름다움>의 영향도 컸다.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역사 학자는 아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저널리스트이다. 그래서 나는 책 제목과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이란 부제에서 일종의 역사 다이제스트를 생각했다. 교과서는 아니지만 역사를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책의 내용은 디테일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아우르는 것에 집중된 에세이에 가까웠다. 저자는 10개의 장을 통해 도시, 영웅, 예술, 문명, 이념 등의 주제로 역사를 정리한다. 그렇다고 일종의 계보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역사상 중요한 도시”를 나열 설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그 주제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 몇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소재로 혹은 주제로 삼은그 몇의 역사적 사건, 물건, 인물 등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흥미롭다. 그것만 잘 기억해도 46억 년을 소재로 우아하게 농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이제스트식 설명을 기대한 독자는 실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선을 바꾸어 저자가 특정 사건, 물런, 장소 등을 선정해 설명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왜 하필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것. 여기에서 저자의 시선이 드러난다. 저자는 자신의 주관을 배제했다고 하지만 그 선택 자체가 주관이니 말이다. 아무리 그 선택이 객관적으로 보이더라도. (주관성은 장에 따라 덜 역사적인 서술로 이어진다.)
저자는 결국 역사의 끝에 놓인 우리의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모든 현재가 어떤 길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 중에 그 현재를 판단하게 한다. 나아가 역사의 끝으로 귀결될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그냥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참고로 이 책의 원 제목 “Weltgeschichte To Go”는 “세계사 핸드북”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