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타이틀에 “Best Of~”가 포함되어 있어서 윈튼 마샬리스의 기존 앨범들에서 최고의 연주를 정리한 것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앨범은 재즈 앳 링컨 센터에서 열린 윈튼 마샬리스의 갈라 쇼를 정리한 것이다. 그러니까 윈튼 마샬리스는 재즈 앳 링컨 센터의 예술 감독으로서 매년 링컨 센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갈라 쇼를 연다고 한다. 여기에 재즈계의 유명 연주자와 보컬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재미를 높인다고 한다.
이번 앨범에 정리된 갈라 쇼는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에 아폴로 극장이나 링컨 센터의 프레데릭 P. 로즈 홀에서의 공연을 정리하고 있다. 이 때 하우스 밴드는 링컨 센터 오케스트라가 아닌 셉텟이었다. 여기에 더 흥미로운 것은 게스트들의 면모이다. 레이 찰스, 캐리 스미스 같은 소울 쪽 유명인들의 참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더 넓게 생각해 에릭 클랩튼, 레니 크래비츠, 존 레전드, 존 메이어 정도까지는 그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지미 버핏, 밥 딜런, 나탈리 머천트, 윌리 넬슨, 라일 로벳, 제임스 테일러 등 팝, 포크, 컨트리 계열의 보컬들이 참여한 것이다. 심지어 배우 오드라 맥도널드도 참여해 노래를 불렀다. 게다가 이들 게스트들 대부분은 자신의 곡을 노래했다.
평소 재즈의 전통적인 측면, 흑인 음악으로서의 정통성을 주장해온 윈튼 마샬리스를 생각하면 다소 뜻밖의 출연진과 선곡이라 하겠다. 이것은 갈라 쇼의 성격이 특정 주제를 정하고 이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결과를 선보이곤 하는 링컨 센터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달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를 알리기 위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출연진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과 선곡은 그리 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윈튼 마샬리스 셉텟의 연주는 게스트를 어느 정도 고려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재즈와 블루스의 전통에 입각한 연주를 펼친다. 아직 재즈를 노래하기 전의 윈튼 마샬리스나 에릭 클랩튼은 물론 다른 컨트리 포크 계열의 보컬들은 7중주단이 제시한 재즈의 사운드에 최대한 맞추어 노래한다. 그래서 게스트 자신의 곡이라 하더라도 모든 곡들은 애초에 재즈나 블루스에 기원을 둔 곡이었던 것처럼 다가온다. 그 결과 재즈적 즐거움을 준다.
여러 게스트들의 노래 가운데 인상적인 것을 꼽는다면 밥 딜런의 “It Takes A Lot Laugh It Takes A Train To Cry”와 레니 크래비츠의 “Are You Gonna Go My Way”이다. 다른 스타일의 곡을 재즈와 블루스 안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끌어들인 사운드를 들려줄 뿐 아니라 그것이 보컬들과도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다양한 성향의 보컬과 곡들을 재즈로 소화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할 수 있다. 앨범 타이틀과 표지처럼 재즈로 천하통일을 했다고 할까? (참고로 미국 지도를 사용한 앨범 표지에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각각 그들의 고향에 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