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은 델로니어스 몽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여러 기념 행사와 앨범 발매가 있었다. 하지만 생전 음악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듯이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나 앨범들 역시 다른 재즈의 전설들에 비해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런 중 조금은 뒤늦은 2018년 2월에 발매된 MAST의 몽크를 주제로 한 앨범은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고인의 음악을 새로이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MAST는 작곡가, 제작자인 팀 콘리의 일렉트로닉 음악 솔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하지만 평소 그는 재즈 쪽에서 활동을 해왔고 이에 델로니어스 몽크를 주제로 한 앨범을 기획하게 되었다.
앨범은 델로니어스 몽크의 대표 곡들이 팀 콘리가 기타, 베이스, 키보드, 프로그래밍 등을 연주해 만들어 낸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펼쳐지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리믹스 DJ들의 작업처럼 전자적인 리듬 위에 몽크의 곡을 얹기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MAST가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일렉트로 사운드가 전체 음악의 질감을 결정하는 한편 재즈의 자유로운 매력 또한 그 사운드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 스피드(색소폰), 다니엘 로젠붐(트럼펫), 브라이언 마셀라(피아노), 조나 레바인(트롬본) 등의 재즈 연주자들이 참여해 재즈의 순도를 높였다.
이렇게 재즈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앨범에서 단속적인 소리만 존재하는 우주적 공간에서 크리스 스피드의 색소폰이 솟아오르는 “Well You Needn’t”, 게임을 연상시키는 소리의 조합으로 시작해 박진감 넘치는 드럼 앤 베이스 사운드 위로 브라스 섹션의 합주와 트럼펫과 색소폰 솔로가 뜨겁게 흐르는 “Epistrophy”, 불안과 몽상이 지배하는 어두운 전자적 공간 위로 피아노 연주가 덤덤히 흐르는 “Round Midnight” 은 현대적 사운드에 몽크의 음악적 핵심을 가장 훌륭히 반영한 곡이라 생각한다.
델로니어스 몽크의 곡들은 작곡가의 아우라가 매우 강해서 연주자 개인의 존재감을 100% 드러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누가 연주해도 몽크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MAST는 아예 이를 수용했다. 바로 여기에 이 앨범의 성과가 있다. 단지 몽크의 음악에 전자적 질감을 불어넣어서가 아니라 어떠한 사운드에서도 변하지 않는 몽크의 개성을 확인하게 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몽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