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 재즈를 가장 창의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트럼펫 연주자 닐스 페터 몰배르와 래게와 덥 스타일의 음악으로 유명한 슬라이 & 로비가 함께 한 앨범이다. 이들은 평소 서로의 음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중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고 함께 공연을 하고 이어 앨범을 녹음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만남의 결과에 대해 나는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하겠다. 상이한 스타일의 두 음악이 만날 때는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은 닐스 페터 몰배르가 중심이 된 우주적이고 황량한 일렉트로 사운드가 슬라이 앤 로비의 음악을 흡수했다는 느낌을 준다. 래게 리듬과 이를 바탕으로 한 덥(Dub) 사운드의 질감이 무시되지는 않았다. 밝고 경쾌한 음악이 회색조의 전사 사운드와 만났다는 것에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양적인 측면을 보면 닐스 페터 몰배르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 양적인 우세가 질적인 부분을 지배한다.
사실 여기에는 아이빈트 아르셋(기타), 블라디슬라프 딜레이(이펙트)의 참여가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트럼펫 연주자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연주자들이 전체 사운드를 지배한 것이다. 앨범 타이틀대로라면 참여한 연주자들이 북유럽 스타일의 덥 음악을 추구했고 그 결과를 앨범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슬라이 앤 로비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은 아쉽다.
또한 닐스 페터 몰배르의 트럼펫 솔로마저 우주의 저 먼 끝에서 연주한 것처럼 처리한 것도 나는 불만이다. 어쩌면 그의 존재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앙의 핵심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은 리믹스가 된다면 더 맛이 좋을 것 같다. 리듬을 조금 더 앞으로 끌어내고 조도를 높인다면 두 음악적 개성의 만남이 한층 돋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