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배드 플러스는 2000년대의 시작과 함께 등장해 피아노 트리오의 새로운 감성을 제시한 음악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어쿠스틱 악기로 표현해낸 록에 버금가는 강렬한 사운드와 팝, 클래식을 아우르는 폭 넓은 음악적 소화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탄탄한 질감은 분명 배드 플러스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피아노 연주자 에반 아이버슨이 트리오를 떠났다는 소식에 나는 배드 플러스의 종말을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트리오의 개성 강한 음악은 에단 아이버슨과 라이드 앤더슨(베이스), 데이브 킹(드럼)의 조합에서만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스뵤른 스벤슨의 사망 이후 E.S.T가 와해된 것처럼-트리오 이름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게리 피콕의 건강을 이유로 키스 자렛 트리오가 활동을 멈춘 것처럼 배드 플러스가 만든 삼각형은 창립 멤버 셋에 최적화된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남은 두 연주자는 새로운 피아노 연주자로 오린 에반스를 영입해 새로운 앨범을 녹음했다. 게다가 앨범 타이틀을 <Never Stop II>로 정했다. 타이틀의 의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2010년에 발매된 <Never Stop>이 멤버들만의 자작곡으로만 채워진 최초의 앨범이었던 만큼 이를 전 트리오의 정점으로 보고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베이스와 드럼이 바뀌지 않았으니 충분히 트리오의 연속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972 Bronze Medalist”, “1979 Semi-Finalist”, “1980 World Champion”, “Super America”에 이어 이번 앨범에 “1983 Regional All-Star”를 수록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실제 음악은 어떨까? 라이드 앤더슨과 데이브 킹의 바람대로 기존 트리오의 외양은 얼추 유지된 것 같긴 하다. 베이스와 드럼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트리오의 매력이었던 강력한 질감은 확실히 완화되었다. 이것은 물론 피아노로 인한 것이다. 확실히 에반 아이버슨에 비해 오린 에반스는 조금은 가볍고 말수가 많은 스타일의 연주에 더 어울리는 연주자 같다.
확실히 이번 앨범은 새로운 연주자의 등장보다는 떠난 연주자의 부재를 더 실감하게 한다. 따라서 새로운 배드 플러스는 정체성의 연속보다는 새로운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변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Salvages”같은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영광의 시대를 맞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