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아릴드 안데르센 하면 재즈를 바탕으로 민속/포크 음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음악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그 음악은 촘촘한 작곡을 바탕으로 섬세한 조화가 돋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로 베이스 연주자는 재즈의 전위적인 면에 집중하고 연주 자체의 즐거움을 강조한 뜨거운 음악도 선보여왔다. 피아노가 없는 트리오 앨범들이 특히 그랬다.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의 이름으로 드럼 연주자 에드바르드 베살라와 함께 트리오를 이루었던 앨범 <Triptykon>(1973), 트럼펫 연주자 마르쿠스 스톡하우젠, 드럼 연주자 파트리스 헤랄과 함께 했던 <Karta>(2000) 등이 예이다.
이와 함께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타미 스미스, 이탈리아 드럼 연주자 파올로 비나치아와 트리오를 이루어 10년 이상을 활동하고 있다. 10년 이상이라고 하지만 그 사이 많은 앨범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2008년도 앨범 <Live At Belleville>, 그리고 2014년에 발매된 앨범 <Mira>가 전부이다. 그래서 이 트리오가 정말 지속적인 활동을 하리라 생각하지 못한 감상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정말 정규 트리오가 맞을까 의심이 들 무렵 다시 그 세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앨범은 2016년 9월 오스트리아 바트 이슐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다. 이 공연에서 트리오는 베이스와 드럼이 색소폰을 목마 태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리를 묶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3인 4각(脚(의 발걸음 같은 연주를 들려준다. 노르웨이 공연을 담은 지난 앨범 <Live At Belleville>에서의 끓어오르는 연주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실제 이번 앨범의 “In-House”는 2008년도 앨범에 수록된 “Outhouse”와 짝을 이루며 치열한 연주와 조화라는 트리오의 지향점을 공유한다. 앨범 <Mira>에서 연주되었던 “Mira”, “Blussy” 또한 한층 더 높은 온도로 연주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도 앨범에서 폭발직전까지 연주를 밀어붙이는 트리오의 연주가 가장 매력적으로 발현된 곡으로 나는 “Science”와 “Venice”를 꼽고 싶다. 상승 욕구로 충만한 타미 스미스의 숨막히는 질주 외에 아릴드 안데르센과 파올로 비나치아의 리듬 섹션에만 머무르지 않는, 자유로이 솔로에 대응하는 연주가 자유로운 트리오 연주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감상자의 피를 끓게 만드는 치열한 연주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키스 자렛 트리오의 색다른 변형이라 해도 좋으리라.
한편 역할의 고정을 탈피한 자유로운 균형, 솔로의 균등한 배분이 연주의 기본을 이룬 결과, “In-House”, “Venice” 등을 위시한 여러 곡에서 모처럼 아릴드 안데르센의 질주하는 베이스 연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70년대 이후 쉽게 만나지 못했던 연주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