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시니에 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무래도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인물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래도 아주 없지는 않다. 이번에 번역되어 소개된 <팻 메시니>도 그 중 하나다. 원 제목이 “Pat Metheny Interviews”인 이 책은 그 말대로 팻 메시니와 방송 제작자이자 팻 메시니와 오랜 시간 친분을 이어온 리처드 나일즈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이 대화는 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방송을 위한 것이었다.
방송은 대하 드라마가 아닌 이상 시간의 제약이 있다. 이에 따라 대화의 분량 또한 제약이 있다. 그만큼 깊이 있는 진행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특정 시기, 특정 앨범이 아닌 연주자의 삶과 음악 전체를 조망하는데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방송을 위한 대화를 담은 이 책 또한 그 한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70여 페이지-그 가운데 사진만을 담은 페이지가 다소 포함되었다-에 담긴 대화는 연주자 본인이 직접 이야기한 것이라 해도 그의 삶과 음악을 담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전반 100여 페이지에 걸친 그의 음악 여정을 소개하는 부분이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것, 고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에 입학했다가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서게 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게리 버튼 밴드의 일원이 된 이후, 그러니까 전문 연주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전개가 너무 빠르고 거칠다. 하긴 앨범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널리 알려진 그의 음악 여정 뒤에 위치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나왔다면 좋았을 것 같다. 더구나 리차드 나일즈가 팻 메시니를 잘 알고 있다면 조금 더 깊은 질문을 통해 안의 이야기가 나오게 했어야 했다.
반면 100페이지 이후 팻 메시니의 음악관 현재 재즈 연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담은 부분은 매우 훌륭하다. 이 또한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켰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그래도 연주력보다 이야기를 지닌 연주자가 더 좋다는 이야기, 요즈음 연주자들이 본질에 대한 추구가 부족해 누구처럼 연주할 수 있으면 활동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이 말은 현대 재즈가 왜 설득력이 부족한가를 이해하게 한다-, 일주일 이상 연습을 하지 않으면 기타 연주를 못한다는 이야기 등은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진심을 다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책 내용을 본다면 아쉬움과 만족이 공존한다. 어쩌면 내가 팻 메시니에 대하 나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 많기에 이런 느낌이 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앨범 몇 장을 듣고 막 이 기타 연주자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한편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역자는 음악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리 버튼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부분에 팻 메시니를 기타가 아닌 비브라폰-게리 버튼이 연주하는- 연주자로 나온 것이나 빌리 히긴즈가 릴리 히긴즈로 되어 있는 것은 퇴고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실수라 생각할 수 있다. (내 책의 초판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문맥의 수정 과정에서 혼돈이 있어났던 듯.) 곡을 곡조로 번역한 것도 역자의 평소 말투가 반영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레이블을 단어 그대로의 상표로 번역해 ECM 레이블을 ECM 상표가 된 것, 빌리지 뱅가드 클럽이 빌리지 뱅가드 극장이 된 것-극장과 클럽은 차이가 있다-은 단어 자체의 의미는 통할 수 있지만 음악 쪽 에서 범용되는 표현을 역자가 모르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원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모르지만 “그룹 앨범”을 “공동 음반”으로 번역한 것 같다. 이것은 “공동 작품”에도 해당한다. 공동 앨범은 리더가 여럿이고 공동 작품은 작곡가가 여럿인 경우에 해당한다. 의미가 다르다. 게다가 역자 부록에서 드럼 연주자 Paul Motian을 곳에 따라 폴 모션과 폴 모시안으로 소개했다. 마치 두 연주자처럼 말이다. 사실 폴 모션에 대한 발음 문제는 무엇이 맞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른다. 재즈 스페이스에서도 둘이 같이 사용되었다. 여러 매체에 기고되면서 생긴 일이다. (하나로 통일하려 한다.)그래도 한 글에서는 일관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 색소폰 연주자 오넷 콜맨과 함께 한-이것이 바로 공동 앨범이다- <Song X>를 이야기하는 부분에 앨범이 재 발매되면서 “5소절”이 추가되었다고 했는데 이는 “5곡”이 맞다. (실제는 트랙을 기준으로 하면 몇초 되지 않는 연주까지 포함 해 6곡이다.) 소절은 한 곡 안에서의 마디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5소절을 추가했다는 것은 곡을 늘렸다는 뜻이 된다. 녹음 후 편집되었던 곡을 원래로 되돌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정말 그 곡은 새로운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한편 부록에 소개된 음반목록을 보면 2008년 트리오 앨범 <Day Trip>에서 멈춘다. 이 책이 2009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대화의 내용도 당연히 그 무렵에서 멈춘다.) 이후 10년 사이 팻 메시니는 여러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그렇다면 역자나 출판사가 주를 달아서라도 이후의 앨범을 더 넣었어야 했다. 별도로 대화에 언급된 연주자 인명 해설을 부록으로 만들 정도였다면 이것이 먼저였어야 했다.
이러한 불완전한, 어색한 번역과 구성은 분명 재판에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오류들이 앞서 말한 “앨범 몇 장을 듣고 막 이 기타 연주자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에겐 큰 오해를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출판사 온다프레스의 박대우입니다. 이 리뷰를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번역에 대한 지적을 뼈아프지만 잘 새겨 읽었습니다. 아직 책이 남아 있어서 다음 번 쇄에 반영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씀해주신 대목들을 비롯하여 책 전반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2쇄에서는 실수를 많이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네. 기분 상하실 수 있는 내용일텐데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의 수정된 새로운 판본 기대하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ㅎ
가능하다면, 원서를 읽는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만 그런지 모르겠지만..번역을 독해나 해석하는 수준으로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실망할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20대를 책임진 ㅋ 뮤지션이라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반가운 마음입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번역서로도 내용의 큰 틀은 전달됩니다. 번역서를 읽으실 필요는 없을 듯…ㅎ 번역의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