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색소폰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일까? 나는 프랑스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소피 알루의 매력은 여성적 부드러움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자신의 리더 앨범은 물론 알도 로마노, 로다 스콧 등의 앨범에서 연주할 때, 느린 템포의 연주이건 빠른 템포의 연주이건 그녀의 연주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이 부드러움은 마냥 매력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다. 남성적 에너지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또한 선입견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그녀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자신에 적합한 음악을 제대로 맞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건 이런 차원에서 이번 앨범은 소피 알루의 부드러움이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을 담고 있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앨범에서 그녀는 “I Loves You Porgy”, “Skylark”, “I’m Old Fashioned”등의 스탠더드 곡을 연주했다. 모두 그녀가 재즈에 빠질 무렵 좋아했던 곡이라 한다. 이들 곡들을 그녀는 부드러운 매력을 살려 발라드 형식의 연주를 펼쳤다. 그리고 그 연주는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사랑의 정서로 가득하다. 멜로디를 순수하게 드러낸 것부터 이를 이어간 담백한 솔로까지 모든 연주가 낭만적이다. 특히 “I Loves You Porgy”, “A Time For Love”에서의 서브톤을 살짝 활용한 솔로는 평화로운 오후의 사랑을 절로 그리게 한다.
그녀가 멜로디가 돋보이는 연주를 펼치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그녀가 선배 색소폰 연주자가 아닌 빌리 할리데이, 엘라 핏제랄드 등의 보컬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곡을 선택하고 연주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래하는 것처럼 연주했다는 것이다.
한편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면서도 오래된 느낌을 주지 않는 편곡도 훌륭하다. 기타-베이스-드럼이 함께 한 쿼텟을 기본으로 버글(스테판 벨몽도), 트롬본(글렌 페리스), 색소폰(데이비드 엘 말렉), 오르간(로다 스콧), 피아노(알랭 장 마리, 로랑 콕)가 필요에 따라 가세해 연주를 펼치는데 그 어울림이 매우 우아하다. “Everytime We Say Goodbye”에서 관악기들이 실내악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쿨”한 어울림이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나아가 “The Second Time Around”에서는 아예 관악기가 스트링 쿼텟 같은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는 프랑소와 테베르쥬의 편곡이 한 몫했다.)
한편 앨범 표지는 거리의 벽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진 줄리앙 드 카사비앙카가 예루살렘의 한 폐허에 그린 그림을 가져온 것이다. 전쟁의 포화를 맞은 공간에 포옹하는 천사를 그린 것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소피 알루 또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의 해법이 뻔할 지 모르지만 사랑이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연주를 펼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그 의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사랑스러운 발라드 앨범이 만들어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