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마티아스 에익이 ECM에서 발표한 앨범들은 유랑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유랑은 유럽과 미국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The Door>에서의 쾰른, 포르부, 윌리엄스버그, <Skala>에서의 에딘버러, 오슬로, <Midwest>에서의 다코타, 파고를 주제로 한 곡들이 있었던 것이 좋은 예이다. 게다가 지명 외에 트럼펫 연주자는 3월, 6월, 9월, 11월을 주제로 한 곡들을 통해 모든 앨범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앨범에서도 유랑자적인 성격은 여전하다. 앨범 타이틀이 독일의 라벤스부르크를 의미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공간적 이동보다는 근원을 찾는 여행에 더 가깝다. 다른 곡들이 가족과 친구를 주제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라벤스부르크는 그의 할머니의 고향이란다. 또한 “August”를 통해 지난 앨범들과의 연관성 또한 명확히 드러냈다. 아마도 차근차근 1년을 연주하지 않을까 싶다.
음악 또한 이전 앨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색 빛 서정미 가득한 트럼펫 연주가 앨범을 아련한 동경의 정서로 물들인다. 지난 앨범에서 인상적인 연주를 펼친 드럼 연주자 헬게 노르바켄에 안드레아스 울보(피아노), 아우둔 에를리엔(베이스), 톨스타인 로프트후스(드럼) 등 앨범 <Skala>의 리듬 섹션에 멤버들이 다시 합류하고 바이올린 연주자 호콘 애세-매우 인상적인 연주를 펼쳤다-가 새로이 참여한 밴드의 연주 또한 지난 앨범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앨범이 지난 석 장의 앨범에 비해 더 뛰어난 음악적 성과를 들려준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작곡의 힘이 컸다. 곡 자체의 매력이 연주의 매력으로 이어졌다고 할까? 유사하면서도 다른 차이의 핵심은 한결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곡에 있다. 여기에 “August”, “For My Grandmother” 같은 곡에서 마티아스 에익이 트럼펫 연주 대신 허밍으로 근원을 향해 나아가는 음악적 자아의 유랑자적 정서를 표현한 것도 새로운 동시에 매혹적이다.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모든 움직임은 목적지를 향하는 것이기에 뛰건, 걷건 기본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 시간 속의 움직임은 공간을 가로지른다. 그것이 여정에 운동성을 부여한다. 마티아스 에익의 이번 앨범은 긴 여정의 하나로 수렴되지만 이전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게 해준다. 동일 주제의 지루한 반복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아니 그 여정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게 한다.